▲ 롯데쇼핑(왼쪽), 신세계백화점 | ||
최근 신세계백화점 미아점은 20년 만에 폐점을 결정했다. 이곳에 새로 들어서는 롯데백화점이 규모가 작은 신세계 미아점을 밀어낸 셈. 신세계 측은 “오래된 점포라 규모가 영세하여 이미 현대백화점 미아점이 들어왔을 때부터 수익이 나빠지기 시작했는데 20년 장기임대 기간이 만료되는 시점이라 재계약을 하지 않았다. 대신 새로 개발되는 의정부역사에 백화점을 입점해 서울 동북부 상권을 다시 공략할 계획이다. 미아점은 상권이 겹치기 때문에 폐점 결정했다”라고 이유를 밝혔다.
신세계는 10년 전인 1996년에도 천호점 인근에 현대백화점이 들어서면서 백화점 문을 닫고 이마트로 업태를 변경한 사례가 있다. 신세계는 유독 백화점 사업에서는 기를 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증축해서 문을 연 충무로 본점도 롯데타운에 밀려 재미를 보지 못했다.
현재 점포수는 롯데백화점이 23개(미아점 포함)로 신세계 7개, 현대백화점 13개를 크게 앞선다.
그 대신 신세계는 할인점 사업에 힘입어 전체 유통업에서 매출 1위를 기록하고 있다. 특히 올해는 월마트를 인수하면서 점포수가 103개로 늘어나 매출 규모에서 롯데쇼핑을 크게 앞지를 것으로 보인다. 롯데마트는 47개 수준이다. 롯데쇼핑은 우리홈쇼핑 인수가 기정사실화된 상황이지만 방송허가를 받기 전까지는 매출액에 집계할 수 없는 상태다.
백화점의 패자 롯데쇼핑은 할인점 분야에서 협공에 시달리고 있다. 신세계를 따라잡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와중에 이랜드가 까르푸를 인수하면서 삼성테스코와의 중위권 싸움에서도 밀릴 처지에 놓인 것. 롯데는 올해 12월 안으로 5∼6개의 롯데마트를 더 열 예정이다. 그렇지만 지방 시장 상인들은 반발하고 지방자치단체도 까다롭게 허가를 잘 내주지 않아 어려움이 있다고 한다.
최근 유통업계는 백화점과 할인점이 포화상태로 양적 성장이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고 판단, 새로운 사업을 위한 아이디어를 짜내고 있다. 최근 우리홈쇼핑을 인수한 롯데쇼핑은 TV홈쇼핑과 인터넷몰인 롯데닷컴(Lotte.com) 등 온라인 유통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내세우고 있다. “온라인 유통이 점점 커지고 있다. 알다시피 몇 년 전부터 홈쇼핑 사업을 하려 했지만 사업자 선정에서 번번이 탈락해 M&A를 한 것이다”라고 롯데 측은 설명하고 있다.
이 때문에 신세계도 온라인 사업을 강화하기 위해 농수산홈쇼핑 인수를 고민하고 있다는 소문도 있다. 그러나 신세계 측은 “전혀 사실무근이다. 기술발달 속도가 워낙 빠르기 때문에 TV홈쇼핑이 얼마나 효과를 볼지는 미지수인 만큼 고려 대상이 아니다”라고 부인하고 있다.
롯데쇼핑은 온라인사업 진출 외에 해외진출을 통해 성장세를 이어갈 계획이다. 내년 상반기 러시아점을 시작으로 2008년 중국 1호점을 열고 최근에는 베트남에 본격적인 진출을 준비 중이다. 향후 해외에서 20개까지 지점을 늘릴 계획이다. 신세계는 이미 중국에 이마트 7개 점포(상하이 5개, 천진 2개)를 운영 중이다.
한편 롯데는 새로운 사업모델로 여가와 쇼핑을 겸한 교외형 쇼핑몰을 구상하고 있다. “주5일 시대라 여가를 선호하고 교외 진출이 많아 ‘레저+쇼핑’의 형태를 만들 것”이라고 한다. 극장사업과 놀이공원을 가지고 있는 롯데그룹만의 강점을 살린 모델이라 볼 수 있다. 이미 발표한 김포공항 점포도 이런 방식으로 개발할 예정이라고 한다.
또 영프라자 개념의 중소형 점포를 지방 중소도시 위주로 점차 개설할 예정이다. “영프라자 같은 경우 투자비가 적으면서 효율이 높아 젊은이들이 많이 모이는 상권을 공략할 예정이다. 청주와 대구에서 2∼3호점을 개설할 계획이고 신촌 같은 곳도 가능하다”라고 롯데쇼핑 측은 밝히고 있다. 이는 대형 매장은 부지 선정부터 인허가 과정까지 시간과 비용이 많이 걸리다 보니 중소형 매장도 같이 늘리는 방식을 쓰는 것이다.
신세계도 백화점과 할인점 이후 새로운 점포 형태를 고민하고 있다. 할인점이 워낙 많다 보니 쉽게 치고 빠질 수 있는 소형 점포 형태인 슈퍼마켓형 이마트를 염두에 두고 있다고 한다. 롯데가 영프라자 매장을 고민하고 있는 것과 비슷한 양상이다.
“유통업의 추세가 백화점에서 할인점으로 옮겨왔지만 할인점 출점 경쟁도 한 고비를 넘겼다. 다음은 복합쇼핑몰의 시대가 될 것”이라고 신세계 측은 밝히고 있다. 용산역 아이파크 백화점에 이마트가 입점한 것처럼 백화점+할인점 형태가 복합 쇼핑몰의 한 예라고 볼 수 있다. 신세계는 조만간 개점할 분당 죽전점, 부산 센텀시티점, 경기도 한류우드점을 복합쇼핑몰의 형태로 오픈할 계획이다.
롯데나 신세계가 모두 복합 쇼핑몰을 염두에 두고 있기에 백화점, 할인점에서 1승 1패를 각자 기록한 두 유통강자의 쇼핑몰 전투와 현대백화점의 3강 유지 여부, 애경백화점의 메이저 합류 여부를 놓고 치열한 전투가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우종국 기자 woobea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