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J대한통운 본사 빌딩. 박은숙 기자 espark@ilyo.co.kr |
대한통운과 CJ GLS의 합병 문제에 대해 두 회사는 각각 다른 느낌을 준다. 대한통운은 합병 문제와 다소 거리를 두려는 느낌을 주는 반면 CJ 측은 합병이 원칙이라며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대한통운 관계자는 “공시에도 밝혔듯이 아직 검토 단계일 뿐 확정된 것은 없다”며 “현대·기아차처럼 되지 말란 법도 없다”고 말했다. 이를테면 합병 없이 대한통운과 CJ GLS가 별도 회사로 꾸려갈 수도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CJ 관계자는 “시기의 문제일 뿐 합병이 원칙”이라면서도 “그러나 올해 안에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고 답변했다. 비록 인수를 당했지만 대한통운 측은 합병을 껄끄러워하고 있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합병의 키는 CJ그룹 지주사인 CJ가 쥐고 있고 현재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합병은 할 것으로 예상된다.
인수와 인수 후 합병은 엄연히 다른 문제다. 인수만 하는 경우에는 인수한 회사가 비록 이름이 바뀔지언정 그대로 남을 수 있다. 반면 합병은 둘 중 하나가 소멸한다. 이에 대해 CJ나 대한통운 모두 “어느 쪽이 소멸될지 아직 확정된 것 없다”는 반응이다. 회사명에 대해서도 양쪽 모두 “이름은 상관없다”며 유연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 다만 대한통운 측은 “무엇보다 시너지효과를 최대화할 수 있는 합병이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적지 않은 재계 관계자들은 “인수한 회사를 합병할 경우 초기에 많은 어려움이 따른다”고 말한다. 합병한다면 두 회사의 인력이 섞이면서 인력 재배치와 인사 조치가 필연적으로 뒤따른다. 여기서 오는 혼란이 생각보다 크다는 것. 가뜩이나 업계에서는 대한통운과 CJ GLS의 조직문화와 분위기가 많이 다르다고 알려져 있다.
피인수와 인력 재배치를 경험한 한 대기업 관계자는 “초기에는 많이 어수선했던 게 사실”이라면서 “결국 시간이 해결해줄 문제”라고 말했다. 그렇지만 이 관계자는 피인수 후 10년이 지난 지금까지 ‘출신’이 꼬리표처럼 따라다닌다. CJ와 대한통운의 경우에 빗대자면 ‘CJ 출신’, ‘대한통운 출신’으로 나뉘는 것. 그만큼 완전하게 어울리기는 힘들다는 의미다.
일각에서는 두 회사의 합병 과정에서 CJ가 대한통운에 대한 구조조정의 칼을 빼들지 모른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물류업이라는 게 인력도 중요하지만 그보다는 터미널 등 인프라가 더 중요하다. 합병까지 추진한다면 인력 구조조정은 피하지 못할 것”이라며 “CJ가 물류업을 해보지 않았다면 모를까 현재 물류업을 영위하고 있다는 사실은 구조조정 쪽에 더 무게를 싣는다”고 전망했다.
대한통운이나 CJ는 모두 “인위적인 구조조정은 절대 없을 것”이라며 강하게 부인했다. 대한통운 측은 “더 좋은 서비스를 위해서 오히려 인력이 더 필요한 실정”이라고 반박했다. 키를 쥐고 있는 CJ 측은 “무엇보다 대한통운에는 노동조합이 있지 않으냐”면서 “구조조정은 말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의 억측인 데다 노조가 있어서 가능하지도 않다”고 말했다.
대한통운 임직원들에 대한 인사권을 CJ가 갖고 있다는 것도 구조조정설에 힘을 싣는 배경 중 하나다. 대한통운에는 노조가 있고 CJ에는 노조가 없는 것도 합병 후 갈등과 구조조정설을 뒷받침한다. 노조 가입은 전적으로 본인 의사에 따른 것이라고 하지만 노조가 없는 CJ로서는 합병 후에도 대한통운만 노조를 인정하고 직원들이 대한통운 노조에 가입하는 것을 눈엣가시로 여겨질 공산이 크다.
CJ 측은 “온미디어 등을 인수할 때도 인력 구조조정이 없었을 뿐 아니라 김성수 CJ E&M 대표 등 온미디어 출신 인사들을 적극 기용했다”고 강조했다. 대한통운 관계자 역시 “우려의 시선이 있는 것은 알지만 합병 후 글로벌 물류회사로 성장하는 것이 더 중요한 문제”라며 구조조정설을 일축했다.
임형도 기자 hdli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