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호진 전 회장이 추징금 납부를 미루는 것을 두고 재계 일각에선 현재 진행되고 있는 횡령 혐의 재판을 마무리한 후 해결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되기도 한다. 일요신문 DB |
이 전 회장이 현재 보유하고 있는 태광산업 주식은 총 16만 8530주(지분율 15.14%)다. 지난해 이 전 회장은 경영에서는 손을 뗀다고 선포했지만 지분율에 변동은 없고 여전히 태광산업의 최대주주로 남아 있다. 동시에 해당 지분을 토대로 태광산업 등에서 기타 계열사로 이어지는 확고한 지배구조를 확보하고 있다.
그런데 현재 공탁으로 묶인 주식은 이 전 회장이 보유하고 있는 주식의 52.5%에 해당한다. ‘공탁’이란 법령의 규정에 의하여 금전·유가증권·기타의 물품을 담보로 맡기는 것으로, 의미 자체가 ‘만약 빚을 갚지 않을 경우 채권자가 처분할 수 있는 대용 자산’을 일컫는다. 행여나 처분됐을 때 지배구조를 단숨에 바꿀 수 있을 만한 규모의 주식을 이 전 회장이 자진해서 담보로 내놓은 셈이다. 궁금증을 자아낼 수밖에 없는 대목이지만 태광산업 측은 “오너 개인적 사유로 개인 지분을 공탁한 것이기에 공시 내용 외엔 아무것도 알지 못한다”고만 밝힌다.
<일요신문> 취재 결과 이 전 회장이 태광산업 주식을 제공한 곳은 서울의 한 세무서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 전 회장이 담보를 제공한 이유는 ‘상속세 징수유예’ 목적에서라고 전해진다. 국세청으로부터 받았던 세금 납부기일을 연장하기 위해 대신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주식을 담보로 제공(공탁)했다는 얘기다.
세무 관계자에 따르면 이 전 회장은 지난 2007년부터 2008년 말 사이 벌어진 태광산업 특별세무조사 후 부과받았던 거액의 상속세를 아직까지 완납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서울지방국세청은 태광그룹 계열사의 특별세무조사를 거쳐 이 전 회장이 1000억 원이 넘는 비자금을 관리해온 사실을 밝혀냈다. 부친 고 이임룡 태광 창업주가 이 전 회장에게 남긴 재산 중 태광산업 차명주식 18%가 공식 재산 목록에서 누락됐음이 드러났던 것. 이에 따라 국세청은 지난 2009년 이 전 회장에 총 790억 원의 상속세 추징금을 부과했다.
재계에서는 그동안 이 전 회장이 상속세를 내지 않기 위해 ‘추징금 불복’ 소송을 진행해왔다는 얘기도 있다. 항소에 상고를 거치면서까지 소송을 진행해왔지만 지난해 말 결국 패소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와 관련한 사실은 확인되지 않고 있다. 국세청 측은 “개인의 과세와 관련해서는 해줄 수 있는 얘기가 없다”는 공식적인 답변만 반복하고 있다.
어쨌든 지난 2월 이 전 회장은 추징금을 완납하는 대신 거액의 태광산업 주식을 담보로 맡기고 징수기간을 6개월가량 유예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만약 담보 제공 없이 체납할 경우에는 연체 첫 달에만 3%의 가산세가 붙고 이후 다달이 1.3%씩 체납세액이 더 부과된다. 주식이나 부동산 등 담보를 공탁물로 제공할 경우에는 가산세를 일부 감면받을 수 있다.
또 이 전 회장은 지난 8월 추징금 납부 만기가 돌아오자 이를 한 차례 연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다음 납부 기일은 내년 초까지 미뤄진 상태다. 세무 전문가에 따르면 징수유예 납부 기간을 한 차례 미뤘을 경우, 다음 만기일에도 세금을 내지 않으면 공탁물을 압수하거나 체납 가산세를 가중 부과할 수도 있다. 다만 적합한 사유가 있을 경우에는 다시금 유예를 받을 수는 있다.
재계에서는 이 전 회장이 지배구조를 흔들 수 있을 정도의 주식을 담보로 제공하면서까지 추징금 납부를 계속해서 미루는 것을 두고 다양한 해석을 내놓고 있다. 무엇보다 이번 추징금 징수유예는 이 전 회장이 현재 진행되고 있는 횡령 혐의 재판을 마무리한 후 상속세 관련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로도 읽히고 있다.
지난 5월 서울서부지법 형사11부는 회사자금 500억 원을 횡령한 혐의로 이 전 회장에게 징역 4년 6월, 벌금 20억 원을 선고했다. 이후 건강상 문제로 보석금을 내고 풀려난 이 전 회장은 현재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항소심은 빨라도 올해 안에는 마무리가 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이성로 기자 roilee@ilyo.co.kr
김은호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