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격호 롯데 회장. | ||
그러나 지역 시민단체를 비롯한 주민들이 골프장 건설을 반대하고 있어 난항을 겪고 있다. 주민들은 롯데의 골프장이 환경을 파괴한다는 것과 더불어 롯데가 골프장 건설 추진을 위해 불법을 저지르고 있다고 성토하고 있다.
롯데가 골프장 건설을 추진하고 있는 곳은 인천시 계양구 목상동과 다남동 일대 75만여 평. 이곳은 인천 내륙지역에서 가장 높은 산인 계양산(395m)의 북쪽 자락과 연결되는 말등메이산(167m), 앞메산(155m) 능선 양쪽이다. 바로 앞으로 인천공항 고속도로가 지나고 있다.
롯데가 확보한 부지는 총 75만여 평. 목상동 산57-1번지 27만 평을 비롯한 46만여 평은 롯데그룹 신격호 회장 개인 소유의 땅이다. 신 회장이 이 일대 땅을 사들인 것은 1974년. 애초 이곳은 국유지였지만 재정확보를 위해 정부가 이화여대에 매각했고, 이를 다시 신 회장이 사들였다고 한다.
‘계양산 골프장 저지 시민대책위원회’(대책위)는 신 회장이 1974년 이후에도 조금씩 토지를 사들였는데 토지거래 허가구역에서 외지인이 토지를 매입한 것 자체가 불법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롯데는 이에 대해 “1974년 전체 부지를 모두 샀고 당시에는 토지거래 허가구역을 지정한 법률이 없었기 때문에 법률적으로는 문제가 없다”고 해명했다.
대책위는 이곳이 개발될 경우 신 회장은 500억∼800억 원의 시세 차익을 얻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지난해 골프장 부지에 포함된 자투리땅을 매입하기 위해 평당 60만∼70만 원을 제안하기도 했다고 전해진다. 어차피 회사에서 오너의 땅을 사는 것이니 특별히 정해진 가격은 없는 셈이다.
인천시와 계양구청이 발표한 ‘2011년 수도권 광역 개발제한구역 관리계획(안)’에 따르면 롯데는 이곳에 골프장과 놀이공원, 주민들을 위한 근린공원을 조성할 계획이다. 이미 1997년, 2000년, 2003년에 이어 네 번째로 골프장 건설을 추진하는 롯데는 이번에는 반드시 골프장을 짓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그린벨트 관리계획 변경을 놓치면 다시 5년을 더 기다려야 하기 때문이다. 벌써 부지 일대에 ‘스카이힐(Sky Hill) 인천’ 조감도를 곳곳에 세워 놓았다. 계양구청에 제출된 사업계획서는 현재 인천시 도시계획위원회에 상정되어 있다. 위원회를 통과하면 건설교통부 중앙도시계획위원회에서 최종적으로 결정을 하게 된다.
인근 주민들의 반응은 개발을 반기는 쪽과 반대하는 쪽으로 갈리고 있다. 인천의 외곽지대인 이곳은 인천 지하철 2호선 종착역인 귤현역보다 외곽이지만 최근 인천공항으로 이어지는 직통 철도가 건설 중이다. 프로젝트의 일부인 계양역은 벌써 외부 공사가 끝나고 내부 공사가 마무리 단계에 있어 도시개발이 머지 않았음을 짐작케 하고 있다.
▲ 롯데가 추진 중인 계양산 골프장 예정 부지. 아래는 부지 건설 예정 시설들과 주변 지형을 기록한 지도. | ||
롯데는 잠실 제2롯데월드에 건축 예정인 초고층 빌딩이 고도제한에 걸린다며 공군이 반대하고 나서 난항을 겪고 있는 상황. 대책위는 “롯데가 허가가 나지 않을 것을 몰랐을 리 없다. 결국 근린공원을 미끼로 주민을 설득하고 나서 탄약 안전거리를 핑계로 근린공원을 짓지 않으려는 속셈”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롯데는 “근린공원 부지 27만 평 내에 7만 평 규모의 놀이공원을 계획했는데 그 중 3만 1000평이 군사보호구역이다. 잠실 롯데월드가 3만 5000평임을 감안하면 이곳에서도 주차장을 지하로 넣고 규모를 축소하면 충분히 근린공원을 만들 수 있다. 지금도 설계를 계속 변경 중이다. 처음부터 이를 알았다면 이런 시간 낭비를 하지 않았을 텐데 의도적으로 주민을 속였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며 반박하고 있다.
한편 관할구청인 계양구청은 롯데가 올해 3월부터 5월까지 부지 내 신 회장 소유의 목상동 산37번지 일대 5만여 평(계양구청 조사에는 1만 3000평)을 훼손하고 골프장용 잔디씨를 심는 등 불법 형질변경을 했다는 이유로 신 회장을 주소지인 용산구청에 고발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롯데와 인천시는 개발계획서에 ‘환경적으로 보전가치가 적은 지역 및 사업시행에 따른 지형변화 및 생태계 파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지역으로서 본 대상지가 가장 적합한 지역인 것으로 분석됨’이라고 분석해 놓았다. 대책위는 “롯데가 스스로 그린벨트를 훼손해 놓고 훼손된 지역이므로 골프장을 추진해도 큰 환경적인 문제는 없다는 부도덕한 주장을 펴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이에 대해 롯데는 “그곳은 매입 이전부터 화전민들이 살며 밭과 집들이 있던 곳으로 강제 훼손한 것이 아니다. 지금은 조경업자들이 묘목을 키워 팔기 위해 임대한 곳인데 구청에 신고하는 과정이 원활하지 않아 고발까지 이른 것이다. 검찰에서 기소유예되었고 묘목을 다시 옮겨 심어 원상회복됐다”고 해명하고 있다.
롯데는 “이제 겨우 그린벨트 관리계획 변경안을 낸 것뿐 본격적인 건설허가과정에 들어간 것이 아니기 때문에 아직도 변경할 부분이 많다”며 과열 조짐을 경계하고 있지만 대책위는 “그린벨트 변경안이 통과되면 골프장 건설이 기정사실화되기 때문에 이를 꼭 막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골프장과 놀이공원 건설을 포함한 개발제한구역 관리계획 변경안을 작성한 계양구청과 인천시는 “롯데가 사업계획서를 제출해 이를 전달했을 뿐 최종 결정은 각계 전문가들이 포함된 인천시 도시계획위원회와 건교부 중앙도시계획위원회가 하는 것”이라며 비난의 화살을 피하고 있다.
우종국 기자 woobea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