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 전도사’ 오태민 작가가 제작, 최근 급상승 과열 양상…과도한 수익, 교조화 논란에 오 작가 “이윤, 시각의 차이”
지난 5월 15일 오태민 작가가 '비트모빅'이란 코인(가상자산)을 구매하기 위해 대기하는 군중에게 규칙을 강조하며 쓴 글이다. 실제로 서울 인사동에선 코인을 사기 위해 기저귀를 차거나 노상방뇨를 하면서 새벽부터 줄을 서는 일행들로 새벽부터 붐비는 일이 벌어졌다.
비트모빅은 미술관에서 구매가 가능한데, 오전 10시에 입장할 수 있는 미술관은 새벽 2시에 이미 정원인 200명이 넘어선다. 일반적인 오픈런은 자리를 맡는 행위를 하지만, 비트모빅 오픈런은 기다리는 동안 화장실도 갈 수 없다. 화장실에 가면 맨 끝에서 줄을 다시 서야 하기 때문이다. 앞서 나온 오태민 작가의 말은 이런 규칙에 대한 설명이다. 따라서 대기자는 기저귀를 차거나 페트병이나 노상방뇨로 해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비트모빅은 비트코인 맥시멀리스트(비트코인에 열광하는 사람)로 유명했던 핀플루언서(fin·금융+인플루언서) 오태민 작가가 만든 코인이다. 비트모빅은 비트코인을 하드포크(기존 블록체인을 베이스로 하여 별도의 블록체인을 만들어 분리시키는 작업)해 만들었다. 비트모빅은 과거 GNC(굿 노드 코인)로 불리기도 했다.
최근 비트모빅을 두고 새벽부터 배뇨를 참아가며 줄을 서는 열광도 있지만, ‘폰지사기에 불과하다’라는 지적도 있다. 비트모빅은 거래가 잘 이뤄지지 않는다고는 하지만, 현재 1개에 약 60만 원에 달할 정도로 가치가 급상승한 상황이다. 입길에 오르고 있는 오태민 작가가 만든 비트모빅을 따라가 봤다.
비트모빅이 대중적 관심을 끌기 시작한 건 2023년부터다. 오태민 작가는 오프라인 모임에서 ‘종이지갑을 에어드롭하겠다’면서 관악산, 계룡산, 한라산 등산이나 미국 LA, 호주 시드니 모임 등 특정 장소 열리는 모임에 참석하면 비트모빅 종이 지갑을 주기 시작했다. 예를 들어 오 작가가 주최하는 주최일에 계룡산에 올라 오 작가를 만나면 100모빅 종이지갑을 받는 식이다.
2023년 6월과 7월에는 미국 LA와 호주 시드니, 브리즈번 등에서 행사를 했고 이때도 종이 지갑을 나눠줬다. 2023년 7월 18일 호주에서 했던 행사에서 오 작가는 “지금 모빅 가격이 5만 원이냐”고 물으면서 “10만 원에 팔 사람? 20만 원에 팔 사람? 50만 원에 팔 사람?”이라고 묻자 사람들은 “안 팔아요”라고 답했다. 이어 오 작가는 “(1모빅에) 100만 원 될 때까지는 팔지 말라. 후회할 거다”라고 당부했다.
2023년 모빅이 화제가 되면서 뒤늦게 오 작가 책이 보물찾기 대상이 되기도 했다. 오 작가는 ‘메타버스와 돈의 미래’라는 책을 썼는데, 이 책을 구하기 위해 난리가 났기 때문이다. 2022년 9월 출시된 이 책은 정가 1만 9800원인데, 이 책을 사면 초판본에는 30모빅코인, 2쇄에는 20모빅코인, 3쇄에는 10모빅코인을 얻을 수 있는 종이 지갑이 들어 있었다. 당시 1모빅코인은 약 2만 원으로 초판본을 사면 600만 원어치 모빅코인을 얻을 수 있었던 셈이다.
종이 지갑은 쉽게 말해서 문화상품권과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된다. 문화상품권 은박지를 긁으면 나오는 코드를 온라인에 입력하면 온라인 캐시가 충전되는 것과 비슷한 원리로, 비트모빅 종이 지갑을 받으면 코인을 얻을 수 있다.
도서관에 들어간 이 책을 구하기 위해 사람들은 보물찾기하듯 각 도서관을 뒤지기 시작했다. 해당 학생들만 이용할 수 있는 대학교 도서관에 책이 있을 때에는, 해당 학교 학생에게 일정 금액을 지급하겠다고 하고 책을 대리 대여해 달라고 부탁하는 글도 볼 수 있었다. 일부 모빅 지지자는 책 수백 권을 샀다는 사진을 인증하기도 했다.
2024년에도 모빅은 여전히 다양한 방법으로 에어드롭을 하고 있다. 예를 들어 비트모빅 관련 행사를 진행하는 ‘모비커스’는 7만 원 강연에 참석하거나, 아이폰을 사면 모빅을 얹어 주는 방식으로 기존 아이폰보다 비싸게 팔기도 했고, 편의점 CU에서 글렌피딕 위스키를 사면 모빅을 주는 행사를 하기도 했다. 연계된 병원에서 출산하면 산모에게 모빅 코인을 준다는 ‘토닥토닥 프로젝트’를 광고하기도 했다. 다만 병원 관련 내용은 현재 홈페이지에서 사라졌다.
5월 30일 오 작가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비트모빅, 대기업 협업 시작. 비트모빅의 질주’라는 글을 올렸다. 여기서 오 작가는 ‘쓱닷컴과 첫번째 협업을 기념해 프리미엄 한우를 구매하면 특별 종이지갑을 제공한다. 중국산 저가 공세와 쿠팡 물류 장악에 대항해 한국 유통업체 살 길을 제시하는 대장정에 나서기로 했다’면서 ‘촌스럽게 모빅 얼마나 들어가나요 라고 묻지 않기’라고 덧붙였다.
신세계그룹 쓱닷컴 관계자는 “테스트 차원에서 비트모빅 코인을 증정품으로 주는 한우 세트 상품을 판매하기로 결정했다”면서 “다만 공식적인 협업은 아니고 판매자가 해당 상품을 판매할 수 있도록 허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 작가는 모비커스가 자신과 관련 없다고 선을 긋지만, 모비커스는 비트모빅 관련 행사를 주최하고, 오 작가 지휘를 받고 있으며, 오 작가가 운영하는 ‘오태버스’와 전화번호를 같이 쓰고 있다.
5월부터 9월까지는 특정일에 앞서 얘기한 인사동 미술관 선착순 200명에게 특별한 종이지갑을 배포한다. 이번 인사동 행사는 정확하게 알려지지 않았지만 날마다 다른 종류로 종이지갑을 배포하고, 총 26종 종이지갑을 전부 모으면 보상이 있다고 전해진다. 최근 이 종이지갑을 모으기 위해 줄서기 알바를 12만 원에 고용하기도 하는 등 점점 과열되는 조짐이 보인다.
특히 줄서기를 하다가 결국 못 참고 바지에 선 채로 소변을 본 경우까지 있었다고 한다. 모빅 단체 채팅방에서 한 유저는 ‘옆자리 알바 결국 못 참고 바지에 소변을…’이라고 했고, 운영자는 ‘현 시간부로 오줌 얘기는 자제해 달라. 현장에서는 동네방네 퍼지는 건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
안티의 소행이라는 주장도 있다. 또 다른 유저는 ‘인간 존엄은 어디에…’라며 ‘실수라면 우려와 안타까움 정도겠지만, 의도된 분탕이라면 행사 취소 이전에 본인 인격이 먼저 망가질 텐데’라고 말했다. 이 사건은 모빅에 비판적인 사람들이 모빅을 오줌 코인이라고 조롱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5월 17일 오전에는 비트모빅 채팅방에서 한 유저가 “(기다리다가) 저혈당 쇼크 오신 분 있다. 무슨 행사 망치려고 작정했냐”면서 “내가 갖고 있던 포도당 사탕 드리고, 119 구급대 불러 줄 밖으로 옮기려는데 의식 찾자마자 ‘번호표 때문에 못 나간다’고 했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였다.
이에 대해 오태민 작가는 “화장실을 오가면서 새치기가 많았다는 항의 때문에 화장실을 갔다 오면 뒤로 가라는 룰 제안이 있었다. 가장 큰 문제는 새치기보다는 서로 실랑이를 하면서 멱살잡이하는 것이다. 이런 룰은 현장에서 요청이 없었으면 할 이유가 없다”면서 “줄서기는 원래 고통스럽다. 그래야 줄 서는 시간이 더 이른 시간으로 계속 올라가지 않고 적절한 균형을 이룰 텐데, 텐트 등이 등장해서 장비로 고통을 상쇄하는 움직임도 있었다. 모두에게 공평한 룰은 같이 고통을 받는 것이라는 것을 강조한 것이고 자신의 상황을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설명했다.
오 작가는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 했지만, 도무지 열기가 가라앉지 않아서 이제 줄서기는 하지 않기로 했다. 화장실 이후 뒤로 가기는 딱 5회 동안 했던 룰이다”라고 덧붙였다.
분위기가 과열되면서 가격도 크게 오르고 있다. 2023년 12월 20만 원 정도까지 올랐던 모빅은 2024년 4월이 되면서 50만 원 이상으로 뛰어올랐다. 현재 모빅은 약 60만 원에 거래되고 있다고 한다. 현재 모빅을 거래하기 위해서는 크게 두 가지 방법이 있는데 첫째는 모빅이 주로 거래되는 '모빅매니아'라는 거래소가 있다. 많이 이용하지만 수수료가 0.5%여서 부담이 높다.
'춘심 심부름센터'라는 엑셀 호가도 있다. 카카오톡 단체방에서 서로 호가를 부르면 관리자가 엑셀에 기입해두고 개인 거래가 이뤄지는 방식이다. 수수료는 무료지만 거래량은 많지 않다고 한다.
다만 이 가격을 믿을 수 없다는 여론도 만만치 않다. 일반적인 거래소에 상장돼 있지 않아 거래량이 적어 호가가 거의 없어 매물이 나오기 시작하면 가격이 크게 떨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일부 채팅방에서는 비트모빅 가격을 일정 이하 호가에 올리려고 하면 강퇴 조치를 취하는 등 인위적으로 만든 가격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모빅매니아 대표조차 채팅방에서 “모빅은 생태계가 충분히 크지 않기 때문에 일부 시세조작 가능한 거래 환경이다”라고 말한 바 있다.
이런 문제가 지적되는 모빅을 통해 오 작가가 큰 수익을 벌어들이고 있다는 점도 비판의 대상이다. 예를 들어 책을 내면서 모빅을 넣어 완판시키거나, 아이폰에 모빅을 붙여 팔아 좀 더 비싸게 파는 식이다. 오 작가는 ‘모빅코인을 통해 얻는 경제적 이익은 없다’고 하지만, 그 말과 달리 각종 행사를 통해 모빅코인을 판매하면서 상당한 금액을 얻고 있다는 지적이다.
오태민 작가는 “물건을 파는 입장에서 마진을 볼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반문하면서 “내가 물건을 판 게 아니고 모비커스 주식회사가 팔았고 인건비, 금융비용도 모비커스 주식회사가 지불했다. 보기에 따라서는 코인을 판 거라 보이지만 원래 장사가 이윤을 남긴 거고, 사은품으로 준 종이지갑이 인기가 있어서 잘 팔린 거라고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책 판매에 대해서 오 작가는 “‘메타버스와 돈의 미래’는 2022년 9월에 판매했고 당시 모빅이 전혀 가치가 없을 때 20~30코인을 블록체인 체험키트로 넣었다. 단돈 2만 원짜리 책이 지금 시세로 1000만 원이 넘었다. 하지만 여러 가지 부작용이 있어서 1만 권이 안 되게 발행하고 절판했다. 내가 받은 인세는 2000만 원이 안 된다. 2만 원 책이나 2000만 원 미만 인세를 두고, 코인 팔아서 이익을 챙겼다고 하기에는 과도하지 않을까 싶다”라고 반박했다.
‘변창호 코인사관학교’ 운영자인 변창호 씨는 “비트코인 지지자들은 사람을 믿지 않고 코드를 믿는다. 하지만 오태민 작가가 만든 모빅은 코드를 믿지 않고 오태민 개인을 믿어야 한다. 본인은 어떠한 이득도 얻지 않았다고 책임 회피를 하면서 비트코인 현상을 재현한다며 코인에 대해 지식이 부족한 연령대 높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코인 끼워팔기 식으로 본인 사익을 취하고 있어 사태가 심각한 수준이라고 본다”라고 지적했다.
오 작가와 비트모빅 지지자의 관계가 마치 사이비 종교처럼 교조화되고 있다는 점도 지적된다. 오 작가 강연에서는 비트모빅 찬송가인 ‘모빅송’이 불리고, 그를 찬양하는 만화도 나온다. 그가 주최하는 집회에서는 그를 칭송하는 목소리로 가득 찬다. 그러다 보니 ‘북조선식으로 (서로) 고발해 달라’ ‘내가 고통을 주겠다’ 등 오 작가 태도가 도가 넘었다는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
오태민 작가는 그에 대한 찬양이 과도해 보인다는 지적에 동의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오 작가는 일요신문에 “나는 잘 모르겠다. 다만 누군가 당신이 산에 왔다는 이유만으로 20억 원 상당 부를 안겨줬다면 어떨 거 같나. 미천한 나와 비교하기 어렵지만, 손흥민이나 BTS(방탄소년단)를 향한 반응은 과도한가, 적당한가”라며 “이건 보는 시각의 차이다. 찬송가는 처음 듣는 말이다. 찬송가라면, 그분들도 장난이지 설마 진지하겠나. 변창호 씨나 비트맥시처럼 내가 하는 모든 것을 방해하려는 분들이 있어 밸런스가 어느 정도 맞춰지는 것 같다”고 답변했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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