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에 첫 개관 ‘야근의 메카’로 통해…숙박 목적 이용·취객 출입 등 부작용 골치
상하이 평화공원 내에 자리 잡고 있는 도서관은 중국 최초의 24시간 도서관이다. 이곳은 주변 직장인들에게 ‘야근의 메카’로 통한다. 심야와 새벽에 도서관을 찾는 이들 중 상당수가 미처 끝내지 못한 회사 일을 하고 있는 직장인들이다. 학생들의 경우 대부분 늦은 밤이 되면 떠나지만, 직장인들은 새벽까지 일을 하는 경우가 많다.
28세 회계사 서우런페이는 야근을 할 때면 이곳을 찾는다. 집에서 도보로 6분 거리라 가깝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집중이 잘 되기 때문이다. 그는 “회사에 남아서 일을 하기는 싫다. 집은 일할 분위기가 안 된다. 뒤에 침대가 있으면 바로 눕고 싶다. 스터디룸도 가봤는데 비용이 비싸다 보니, 아무래도 시간에 쫓겼다”면서 평화공원 도서관을 찾는 이유를 설명했다.
47세 공무원 판펑핑도 심야에 24시간 도서관을 즐겨 찾는다. 그는 주로 밤 11시쯤 도서관에 와서, 3~4시간가량 책을 읽고 돌아간다. 어릴 때부터 독서를 좋아했던 판펑핑은 결혼 후 책과 멀어졌다고 했다. 그러다가 평소 산책을 하던 평화공원에 도서관이 생긴 것을 보고, 다시 책을 손에 잡기 시작했다.
판펑핑은 “퇴근 후 저녁을 먹고, 밀린 집안일이나 아이 돌보기를 끝내면 23시다. 집에서 책을 보면 되긴 하지만 왠지 어색했다. 또 책 볼 분위기도 아니다. 그러다가 24시간 도서관을 찾게 됐다. 독서가 유일한 취미다. 조용하고 쾌적해 책을 읽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잠이 좀 부족하지만 그래도 괜찮다”고 말했다.
40세 대학교수인 황야도 24시간 도서관을 애용한다. 그는 “원고 마감을 위해 밤샘 작업을 할 때 온다”면서 “학교 도서관은 저녁에 문을 닫고, 사무실은 밤에 일하기 편하지 않다. 학교에서 야근을 너무 많이 하면 눈치를 주기 때문이다. 24시간 도서관은 언제든 마음대로 드나들 수 있고, 기록이 남지 않는다”고 말했다. 황야는 “이곳의 또 다른 장점은 글을 쓸 때 필요한 자료와 서적들을 바로 찾아볼 수 있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46세의 가정주부 심 아무개 씨는 모든 가족이 잠들기만을 기다린다. 24시간 도서관을 가기 위해서다. 심 씨는 소설, 인문학 등 가리지 않고 책을 본다. 심 씨는 “어린 아이를 재우고, 남편의 뒤치다꺼리를 하면 정말 고되다. 하지만 책을 읽는 게 너무 즐겁다. 도서관에 있으면 하루의 피로가 사라지는 느낌”이라고 했다.
24시간 도서관에선 공부를 하는 대학생, 취업준비생들도 흔하게 볼 수 있다. 상하이재경대학 3학년에 재학 중인 가오페이는 시험공부, 논문 등을 쓸 때 이곳을 찾는다. 그는 “새벽에 공부를 할 수 있는 곳이 거의 없다. 대학 도서관은 24시에 문을 닫고, 기숙사에선 불을 켤 수가 없다”고 했다.
24시간 도서관을 찾는 이용객들이 많다 보니 자리를 잡기 위한 눈치싸움도 치열하다. 특히 노트북으로 업무를 보거나 공부를 해야 하는 사람들에겐 더욱 그렇다. 노트북을 충전할 수 있는 콘센트 자리가 한정돼 있기 때문이다. 24시간 도서관에선 노트북을 든 채 자리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종종 눈에 띈다.
대학생들이 24시간 도서관을 선호하는 이유는 또 있다. 그동안 즐겨 찾았던 심야 카페에서 공부를 하기가 더 이상 녹록지 않아졌기 때문이다. 카페 이용 시간제한을 두는 카페들이 많아졌고, 아예 공부를 금지하는 곳도 생겼다. 그리고 테이블 간 간격도 예전보다 훨씬 좁아졌다.
상하이의 한 대학원생은 “이젠 카페에서 공부를 하는 친구들이 없다. 음료 한 잔 시켜서 오래 머물 수 없다. 여러 잔을 먹어야 하는데 그러기엔 비용이 부담스럽다. 또 카페가 너무 시끄럽고 어수선해졌다. 테이블이 붙어 있다 보니, 옆 자리에서 나누는 대화가 모두 들린다”고 말했다.
인기가 많아지면서 부작용으로 골치를 썩는 도서관들도 있다. 24시간 개방되는 것을 악용해 이곳에서 숙박을 해결하려는 사람들이다. 실제 SNS(소셜미디어)와 인터넷 등엔 24시간 도서관에서 지내는 노하우 등을 공유하는 글들이 올라와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상하이로 출장을 왔다가 24시간 도서관에서 자고 출장비를 아꼈다는 직장인, 이사 날짜가 맞지 않아 머물 곳이 없었지만 24시간 도서관에서 해결했다는 취업준비생 등 많은 사례가 알려졌다.
또한 도서관엔 가끔 취객들이 온다고 한다. 젊은이들의 애정행각이 눈살을 찌푸리게 할 때도 있다. 그래서 심야 경비를 강화하는 추세다. 경비원들은 순찰을 돌면서 장시간 잠들어 있거나 누워있는 사람들에게 경고를 준다. 또 음주를 한 사람들은 철저히 출입을 막고 있다. 상하이 도서관 측은 “밤에 쾌적한 분위기를 유지하기 위해 각별히 신경 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배경화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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