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리미엄급 캔커피 ‘스타벅스 더블샷 에스프레소’(가운데)가 출시됐지만 경쟁업체들의 반응은 냉랭하다. 왼쪽 롯데 레쓰비. 오른쪽 매일 까페라떼 | ||
커피음료 시장은 반짝 히트치고 빠지는 것이 아니라 콜라, 사이다, 오렌지 주스처럼 꾸준히 팔리는 스테디셀러다. 판매량이 궤도에 오르기만 하면 안정적인 캐시카우(Cash Cow)가 될 수 있는 아이템이다. 대신 기존의 업계 구도를 파고 들기가 그만큼 어렵기도 하다. 때문에 동서식품의 스타벅스 캔커피는 프리미엄 제품이 시장에 안착할 수 있을지 지표가 되는 셈이다.
커피음료 시장은 크게 캔커피, 컵커피 시장으로 양분된다. 2006년 상반기를 토대로 한 롯데칠성이 밝힌 자료에 따르면 연간 판매량은 캔커피가 1800억∼2000억 원, 컵커피가 600억∼700억 원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매일유업은 컵커피 시장이 1000억 원 규모라고 보고 있어 다소 이견이 있다. 업계에 따르면 캔커피 시장은 롯데 레쓰비가 51%, 동서식품의 맥스웰이 27%, 코카콜라의 네스까페가 8%, 해태 투데이즈가 6%, 한국야쿠르트의 싼타페가 3%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편의점에서 주로 많이 팔리는 컵커피는 매일유업의 까페라떼가 55%, 남양유업의 프렌치까페가 40%가량으로 시장을 양분하고 있다.
예전에는 남대문 등지의 수입상들이 스타벅스 병음료를 수입해서 팔았지만 지난해 10월 스타벅스와 라이센스 계약을 체결한 동서식품이 수입판매를 대행하고, 올해 처음 생산판매까지 개시했다. 시장이 그만큼 커질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스타벅스는 미국 본사가 커피전문점 사업부와 RTD(Ready To Drink: 병·캔음료) 사업부로 나뉘어 있을 정도로 RTD 사업이 활성화되어 있다. “미국에서도 커피전문점이 진출하지 않은 지역에서는 스타벅스 커피를 맛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해 RTD 사업도 병행하고 있다. 미국에서도 이미 병음료뿐 아니라 캔음료도 팔고 있다”는 것이 스타벅스코리아 측의 설명이다.
스타벅스 캔커피의 출시에 대해 경쟁사인 롯데칠성은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는 반응이다. 고급 캔커피에 대한 수요가 그다지 크지 않다는 것. 롯데칠성이 이렇게 판단하는 것은 20년 전 캔커피를 출시한 이후 겪었던 시행착오 때문이었다.
“레쓰비 출시 때 처음으로 원두커피 맛의 캔커피를 출시했었는데, ‘다방커피’ 맛에 익숙한 국내 소비자들에는 원두커피가 맞지 않았다. 다시 인스턴트 커피로 바꾼 것이 오히려 시장에서 1위를 차지하는 계기가 되었다”는 것이 롯데칠성 측의 설명이다.
롯데칠성은 “스타벅스 캔커피가 맛은 더 좋을 수 있겠지만 국내 시장에서 얼마나 먹힐지는 의문이다. 우리도 프리미엄급 제품을 고민하고 있지만기존 제품과 가격차가 커서 대량으로 팔리기보다는 마니아 층에서 소량으로만 팔릴 것으로 보인다”며 회의적인 입장을 취했다.
이에 대해 동서식품 측은 “대중성이라는 것은 끊임없이 변하는 것이다. 10년 전에 4000원 짜리 테이크아웃 커피가 대중화가 될지 아무도 몰랐을 것이다. 스타벅스가 국내에 안착했기 때문에 캔커피에서도 고급 제품을 찾는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며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캔커피가 할인점, 자동판매기 등에서 대량으로 팔리는 것과 달리 편의점에서는 컴커피가 컵커피가 더 잘 팔린다. 전체 판매량은 캔커피가 월등하지만, 편의점에서는 빙그레 바나나우유 다음으로 많이 팔리는 효자상품이다. 쉽게 들고 다니며 마시는 데는 컵커피가 제격이라는 얘기다.
매일유업은 “올해 웰빙음료 열풍으로 커피음료 판매가 위축된 측면이 있기는 하지만, 꾸준히 판매량을 유지하고 있다. 편의점이 조금씩 늘어나는 추세이기 때문에 컵커피도 조금씩 늘어날 것이다”라는 설명을 들려준다. “인스턴트 커피 맛인 캔커피와 달리 원두를 사용하고 우유 함량을 높여 한층 부드러워졌는데, 그 맛이 인기의 비결이다”라는 설명이다. 매일 까페라떼가 원두커피 침출방식을 쓰는 반면, 동서식품 스타벅스 캔커피는 커피전문점과 같은 에스프레소 제조방식을 쓴다. 맛으로 보면 동서식품 제품이 한 단계 더 고급스러운 셈이다.
그러나 매일유업은 “캔 포장 자체가 컵커피보다 고급스러움이 떨어지는 특징이 있다. 스타벅스 소비자는 대학생이나 젊은 직장인에 한정돼 있다는 한계가 있고, 1500원이라는 비싼 가격을 소비자들이 받아들일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회의적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동서식품이 캔 포장을 선택한 데는 컵커피 생산설비가 없기 때문이다. 롯데칠성에서도 ‘트윈러브’라는 컵커피 제품을 판매하고 있지만, 매일유업과 남양유업 제품이 10년간 구축해 놓은 진입 장벽을 넘지 못하는 상황이다. 컵커피는 캔커피와 달리 콜드체인(Cold Chain: 생산에서 판매까지 냉장 상태가 유지되는 방식)이 구축되어 있어야 하기 때문에 쉽게 진입하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동서식품은 “캔커피는 성인남성이 많이 마시는 편인데, 고급 제품에 대한 수요가 존재하기 마련이다. 스타벅스 커피를 캔커피로 마실 수 있다는 점이 어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하고 있다. 캔 포장으로도 들고 다니며 마시는 음료로 승부할 수 있다는 뜻이다. 동서식품은 향후 스타벅스 캔커피의 판매량을 연간 150억 원 규모로 예상하고 있다.
출시한 지 아직 한달이 되지 않았지만 스타벅스 캔커피는 브랜드와 품질을 무기로 기존 진입 장벽을 뚫을 수 있을지 업계의 시선이 모아지고 있다.
한편 남양유업은 프리미엄급인 ‘프렌치까페 골드라벨’의 판매 증가에 힘입어 매일유업의 판매량을 앞섰다고 밝히고 있다. 골드라벨은 1200원으로 일반 제품보다 조금 비싼 편이다. 특히 올해 여름 매일 까페라떼가 변질우유 파동으로 한때 역풍을 맞으면서 남양유업 제품의 판매량이 8월부터 늘어나 매일유업 제품의 판매량을 추월했다고 한다.
그렇지만 매일유업은 “변질우유 파동은 문제를 곧장 해결했기 때문에 판매량에 큰 차이는 없었다. 남양의 골드라벨 제품 판매가 그리 많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반박하고 있다. 판매하는 제품마다 경쟁을 벌이고 있는 두 회사가 커피 시장에서도 자존심을 굽히지 않고 있는 것이다.
우종국 기자 woobea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