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가 공개 여부 놓고 5시간 동안 실랑이…비공개 요청 거부당한 고 이선균 사례도 주목
“죄인에게 무슨 말이 필요하겠냐. 조사 잘 받았고 남은 조사가 있으면 성실히 받겠다.”
5월 21일 밤 10시 35분 즈음 서울 강남경찰서에서 취재진을 만난 김호중이 한 발언이다. 이날은 김호중이 세 번째 경찰 소환 조사를 받은 날이다. 경찰 조사는 오후 5시 즈음에 끝났다. 그런데 김호중이 경찰서를 빠져 나온 시점은 무려 5시간 30여 분이 지난 밤 10시 35분 즈음이다.
조사가 끝난 뒤 김호중은 경찰 측에 지하주차장을 통해 귀가하게 해달라고 요청했지만 끝내 거부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귀가 방식을 두고 경찰과 협의가 이뤄지지 않아 5시간 넘게 버티던 김호중은 자신의 법률대리인인 조남관 변호사에게 “비공개 귀가는 내 마지막 스위치” “죄는 달게 받겠지만 먹잇감이 된 기분” “경찰이 이렇게까지 해서 나를 먹잇감으로 던져놔도 되느냐” 등의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김호중이 소환 조사를 받기 위해 경찰서에 도착하는 장면은 매스컴에 공개되지 않았다. 경찰과 사전 협의가 이뤄져 취재진이 대기하고 있는 경찰서 정문이 아닌 지하를 통해 경찰서로 들어갔기 때문이다. 김호중은 귀가할 때도 같은 방식으로 지하를 통해 빠져나가게 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경찰이 거부했다.
이후 ‘귀가 관련 정보를 공개해서는 안 된다’는 경찰 공보규칙 제15조를 근거로 문제 제기를 한 조남관 변호사는 당시 강남경찰서 수사팀이 언급한 ‘상급청 지시 여부’와 관련해 국가인권위원회 제소를 검토하고 있다.
이에 대해 조지호 서울경찰청장은 6월 3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강남경찰서를 출입하는 대부분의 사건 관계자들은 다 정문으로 들어와서 정문으로 나간다”며 “다른 사건 관계자들과 동일하게 퇴청하도록 한 건데 그것이 인권 침해라고 하면 모든 경우에 비공개해야 하고 특별한 조치를 해야 하는 걸로 연결되는데 그게 과연 인권에 부합하는 조치인가”라고 반문했다. 다만 “김호중 씨는 변호인 측이 강력히 비공개 요청했다는데 초기에 강남서에서 잘못 판단한 게 아닌가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법조계에서는 비공개 소환의 정확한 의미는 경찰서에 들어올 때 지하 등을 통해 비공개로 들어올 수 있도록 조치하는 소극적 의미가 아닌 소환 일자 등의 정보를 언론에 공개하지 않는 적극적인 의미로 해석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수사기관 소환 일정이 언론에 공개되면 비공개 소환일지라도 취재진이 몰려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2023년 3월 유아인이 경찰 출석 일자 변경 요청을 한 바 있다. 당시 유아인 법률대리인 인피니티 측은 “경찰은 유아인 소환이 비공개 소환임을 변호인에게 고지했고 실제 피의자 소환은 비공개가 원칙”이라며 “하지만 유아인 출석이 기사화돼 유아인의 출석은 사실상 공개 소환이 됐는데 이는 관련 법규정 위배”라고 밝힌 바 있다.
김호중과 가장 비슷한 사례로는 2020년 1월 서울 강남경찰서에 출석한 김건모 사례가 있다. 당일 김건모 소환은 비공개로 이뤄졌지만 이미 언론에 소환 일자는 알려진 상황이었다. 김건모는 경찰 배려로 정문이 아닌 지하주차장 3층을 통해 경찰서에 들어갔지만 정문과 후문, 지하주차장 등으로 취재진이 분산돼 있었고 마침 지하주차장 3층에 있던 취재진의 카메라에 김건모의 모습이 담겼다. 소환 조사가 끝나고 귀가할 때에는 김건모 역시 정문으로 빠져 나가야 해 포토라인 앞에 서야만 했다.
김호중이 경찰서를 빠져나오기 전 변호사에게 “죄는 달게 받겠지만 먹잇감이 된 기분”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실제 유명인들은 포토라인에 서는 것을 또 하나의 벌로 받아들인다. 수사기관을 거쳐 법원에서 유무죄가 가려져 유죄일 경우 처벌을 받는 과정과 별대로 포토라인에 서는 것 자체가 엄청난 부담감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김건모는 검찰 단계에서 무혐의로 결론이 나면서 불기소 처분을 받았다. 재판은커녕 수사기관에서 혐의점을 찾지 못해 수사가 종결됐지만 이미 포토라인에 서는 벌은 받았다. 김건모는 해당 사건이 무혐의로 종결됐지만 여전히 연예계 활동을 재개하지 않고 있다.
그러다 보니 연예계에서도 경찰 포토라인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계속되고 있다. 한 중견 연예기획사 임원은 “김호중이 잘못한 부분이 있다면 재판을 통해 적절한 처벌을 받겠지만 연예인이라고 소환 조사 과정까지 생중계되는 부분은 분명 문제가 있다”라며 “김호중을 편드는 게 아니라 연예인도 한 명의 국민으로 보호받아야 할 부분은 보호를 받고 잘못한 부분은 절차에 따라 처벌을 받아야 한다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게다가 최근 연예계는 포토라인과 관련해 큰 아픔을 겪기도 했다. 바로 고 이선균의 사례다. 고인은 2023년 10월 28일, 11월 4일, 12월 23일 등 세 번 경찰 소환 조사를 받았는데 모두 공개 소환됐다. 두 번이나 포토라인 앞에 선 고인은 12월 23일이 3차 소환일로 결정되자 경찰에 비공개 소환을 공식 요청했지만 경찰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렇게 세 번째 포토라인에 서고 나흘 뒤인 12월 27일 고인은 서울 종로구 와룡공원 인근에서 숨진 채로 발견됐다.
고인이 세상을 떠난 뒤 인천경찰청 측은 “비공개 소환이 원칙으로 이선균 소환 일정을 경찰이 먼저 공개한 적은 없다”고 해명했지만 경찰을 통하지 않으면 언론이 소환일정을 알 수 있는 방법은 거의 없다.
고 이선균 사건과 관련해 소환 일정 등 여러 건의 수사정보 유출이 이뤄졌다는 의혹이 불거졌고, 문화예술인들이 ‘고 이선균 배우의 죽음을 마주하는 문화예술인들의 요구’라는 성명서까지 냈다. 현재 경기남부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가 관련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전동선 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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