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회장은 지난 11월 23일 전경련 회장단 회의를 주재한 뒤 기자들에게 “이 회장을 찾아가는 것이 차기 회장으로 추대한다는 의미냐”는 질문을 받았다. 이에 강 회장은 확실한 답변을 피했다. 그러나 지난해 강 회장이 이 회장에게 전경련 회장직을 여러 차례 부탁했던 것을 떠올리며 ‘이번에도 이건희 회장에게 전경련 회장직을 권할 것’이란 관측이 대두된다.
현재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 편법증여 의혹 사건 재판이 진행 중이고 이 회장에 대한 검찰 소환설이 나도는 터라 이 회장이 흔쾌히 전경련 회장에 오를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그러나 일부 재계 인사들은 이 회장이 차기 회장 후보 선정과 관련한 충고를 해줄 가능성에 주목하기도 한다. 그동안 차기 회장 후보로 거론돼 온 조석래 효성 회장과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회장은 11월 23일 전경련 회의에 앞서 ‘회장직을 맡을 의사가 없음’을 밝혔다. 전경련 회장직을 아무도 맡지 않으려 하는 상황에서 강 회장이 이 회장에게 ‘직접 맡지 않겠다면 지원사격이라도 해 달라’고 읍소할 수도 있는 셈이다.
에버랜드 재판과 검찰 소환 문제 때문에 이 회장은 그룹 경영 외 대외행보에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그러나 내년 2월 차기 회장 선출 전까지 이 회장에 대한 검찰수사가 마무리되고 불미스러운 판결이 나오지 않을 경우 ‘이 회장이 강 회장의 청에 못 이겨 차기 회장 후보 선정 작업에 힘을 실어줄 수도 있을 것’이란 이야기도 나돈다. 재계 인사들은 올해 삼성 계열사들이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에 가입해 활동한 것이 복수노조 법안 유예의 결정적 원인이 된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 수사의 족쇄가 풀릴 경우 이 회장이 대외행보를 넓히기 위해 전경련 차기 회장직 인선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천우진 기자 wjchun@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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