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도리코 - 디지털복합기(왼쪽), 후지제록스 - 컬러복합기 | ||
이 가운데 상장사인 신도리코는 우석형 회장을 비롯한 지배주주의 지분이 44.71%, 일본 회사인 리코가 20%를 보유하고 있어 국내 업체로 간주된다. 후지제록스는 일본후지제록스가 64%, 후지제록스 아시아퍼시픽이 36%를 가진 대주주로 일본계 업체다. 캐논코리아는 일본 캐논이 50%, 호텔롯데(28.9%)를 비롯한 롯데그룹 계열사들이 50%로 반반씩 나눠 갖고 있어 혼혈에 해당한다.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세 업체가 우연찮게도 토종, 외국계, 혼혈이 되어버린 셈이다.
최근 사무기기의 주력 제품은 디지털 복합기. 사무실 어디에나 한 대쯤은 있는 덩치 큰 복사기가 지금은 복사 이외에도 출력과 팩스, 스캔 기능이 복합되어 있다. 사무기기 업체들은 소형 복합기(A4 MFP: Multi Function Product)도 판매하고 있지만, 이들은 삼성전자, HP, 엡손까지 포함되는 5000억 원 규모의 또 다른 시장으로 분류된다.
디지털복합기로 불리는 A3 MFP의 지난해 매출 규모는 5000억 원. 매출 기준 시장점유율은 신도리코가 48%, 캐논코리아가 26%, 후지제록스가 25%다. 판매대수로 보면 신도리코가 3만 761대, 캐논코리아가 1만 6816대, 후지제록스가 1만 5426대다. 월간 기준으로는 캐논코리아와 후지제록스가 엎치락뒤치락 2위 다툼을 벌이고 있다.
후지제록스는 “매출 규모만으로 순위를 매기는 것은 별 의미가 없다. 타사는 100만∼200만 원대 제품을 팔면서 3% 대의 수익률을 올리지만, 후지제록스는 400만∼500만 원대 제품에 주력하면서 10%에 가까운 수익률을 올린다. 매출이 같더라도 영업이익률이 누가 더 크냐, 부가가치가 큰 기술을 누가 보유하느냐가 중요하다. 분당 180매 복사가 가능한 고속 복사 기능은 후지제록스가 유일하다”며 순위에 연연하지 않는 모습이다. 복사기를 최초로 개발해 일반명사가 될 정도로 ‘제록스’가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신도리코는 “이미 디지털 복합기 제품의 기술력 차이는 거의 없다. 고객의 니즈(Needs)를 얼마나 잘 반영하는 제품을 만드느냐가 중요하다. 우리도 분당 180매 복사기가 있지만 판매하지는 않고 있다. 일반 사무실에서 그 정도 속도를 필요로 할지 모르겠다”며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다.
수익률도 “신도리코나 캐논코리아가 대리점 판매 위주인 것에 비해 후지제록스는 직판 영업 체제라 중간 마진도 회사 수익으로 집계돼 수익성이 높은 것이다. 우리도 대리점 수익을 다 합하면 수익성은 커질 것이다”라는 설명이다.
후지제록스는 직판 체제에 대해 “업무 시간의 3분의 1을 교육에 할애할 정도로 영업의 전문성을 높이고 있다. 사무기 판매를 넘어서 최근에는 업무 솔루션을 하는 것이 업계의 추세인데, 이는 전문적인 인력을 길러야만 가능한 것이다”라며 장점을 설명했다. 최근 후지제록스가 TV CF를 통해 ‘도큐 컨설턴트’를 강조하는 것도 이런 추세를 반영한 것이다.
이렇게 치열하게 진행되던 디지털 복합기 시장은 차세대 제품인 컬러 복합기가 보급되기 시작하면서 치열한 대결을 예고하고 있다. 후지제록스는 전통과 기술력으로, 신도리코는 탄탄한 브랜드 이미지와 합리적인 가격으로 자존심 대결을 펼치고 있는 라이벌이다.
▲ 캐논코리아 | ||
2000년 아날로그 제품에서는 신도리코가 점유율 80%, 후지제록스는 디지털 제품의 80%를 차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당시는 아날로그가 전체 시장의 90%를 차지하고 있어 신도리코는 디지털 제품에 그다지 신경쓰지 않았다. 그러나 디지털 복합기의 보급률이 늘자 신도리코는 2003년 ‘디지웍스’(DGwox) 시리즈를 출시해 시장점유율을 뒤집었다.
AD전환기에서 쓴 맛을 보았던 후지제록스는 ‘BC(흑백→컬러)전환기’에서는 뒤지지 않겠다며 각오를 다지고 있다.
후지제록스는 “컬러 기술은 한 수 위”라며 기술력을 강조하고 있다. 후지제록스는 국내 최초로 1998년 컬러 디지털 복합기를 들여온 바 있다.
“현재 컬러 디지털 복합기에서는 후지제록스 제품의 점유율이 80%가 넘는다. 컬러 복합기 보급률이 7∼8%를 차지하고 있는데, 10%를 넘어서는 순간 한정된 수요가 폭발적으로 커질 것이다”고 자신한다. “디지털 복합기, 컬러 복합기 등 업계 최초는 항상 제록스다”는 것이 후지제록스의 설명이다.
신도리코는 이에 대해 “고객들이 가장 많이 찾고, 구매하는 것이 시장의 니즈(Needs)가 아니겠는가. 얼마든지 고객의 필요를 채울 준비가 되어 있기 때문에 다시 컬러화가 오더라도 AD전환 때처럼 뒤집기가 가능하다”며 자신하고 있다.
두 회사 마케팅의 차이는 최근 출시한 신제품에서도 나타난다. 후지제록스는 10월 500만∼600만 원대의 보급형 컬러 디지털 복합기인 다큐센터(Docu Ceter)Ⅱ-C3000과 3000만 원이 넘는 고급형 컬러 디지털 복합기인 아피오스(Apeos Port)Ⅱ 시리즈를 출시했다.
그러나 신도리코는 흑백 디지털 복합기의 속도와 네트워크 기능을 높인 디지웍스 4025/4030을 11월 출시했다. 후지제록스가 컬러 복합기의 가격을 낮추면서 시장을 키우는 전략이라면, 신도리코는 시장의 현재 수요에 집중하는 전략인 셈이다.
한편 캐논코리아는 올해 3월 기존 사명인 ‘롯데캐논’에서 롯데를 빼고 ‘캐논코리아비즈니스솔루션’으로 새로운 시작을 선언했다. 롯데 측은 지분은 그대로인 상태에서 경영에서 손을 뗀 것이다. 공동경영을 하다 보니 일사분란하게 시장 상황에 대처하는데 시간이 걸리는 불합리함이 있었다는 판단 때문이다.
캐논은 가격경쟁력으로 시장 2위를 지키고 있다. 그러나 컬러 복합기, 업무 솔루션 컨설팅 등에서는 타사보다 한 발 늦은 것으로 평가된다. 일본 캐논이 디지털카메라에서 위탁 판매를 접고 직접 영업을 시작하면서 점유율 1위를 다툴 정도로 성장하다 보니 사무기 업계에서도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는 것이다.
우종국 기자 woobea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