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한 달이 흘러 삼성가 형제들이 맞부딪쳤다. 벌써 6번째. 지난 10월 31일 서울중앙지법 민사32부(재판장 서창원) 심리로 이맹희 전 제일비료 회장 등과 이건희 삼성 회장의 유산 상속 소송 공판이 열린 것.
이번 공판에서는 이건희 회장 측이 ‘차명 주식이 전부 상속 재산은 아니다’라고 한 부분에 대해 이맹희 전 회장 측(법무법인 화우)의 공세로 시작됐다. 지금껏 이맹희 전 회장 측은 이건희 회장이 현재 보유한 삼성생명 등의 지분이 상속받은 것과 동일해 분할을 청구할 수 있다는 주장을 편 반면 이건희 회장 측은 동일하지 않아 분할할 수 없다고 반박해 왔다.
이맹희 전 회장 측 화우의 변호사는 “삼성생명 유상증자 자금원천은 실명재산과 차명재산이 엄격히 구분해 관리되어 왔다. 상속재산의 동일성이 인정된다”며 “당초 삼성생명 유상증자 자금 원천이 모두 선대 회장의 상속재산이라고 ‘자백’하더니, 이제는 삼성생명 유상증자 원천 자금에는 이건희 피고인의 다른 재산도 포함돼 있다며 자백을 번복했다. 온 국민을 상대로 한 진술을 왜 번복하는가. 상속받은 것이지 증여가 아니다. 증여받았다는 걸 입증하라”고 따졌다.
이에 대해 이건희 회장 측은 “특검 당시 이건희 회장은 개인재산이 혼재된 사실을 분명히 진술했다. 번복이 아니다. 혼입 경위는 이병철 선대 회장 생전에도 보도가 나왔다”며 “청구대상 주식의 경제적 원천은 주된 재원이 상속재산으로부터 비롯된 것은 사실이지만 차명주식의 무수한 매매와 유상증자 등을 거치면서 상속재산과 무관한 이 회장의 개인 재산 일부도 사용됐다. 상속재산 간의 동일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맞받았다.
이맹희 전 회장 측은 또한 “선대 회장 타계 시점부터 현재까지의 삼성생명 차명주식 변천 내역 분석을 통해 최대 1300만여 주(액면분할 전 130만여 주)의 차명주식을 더 찾아냈다”며 “향후 삼성전자 차명주식 규모 등 모든 차명재산 내역이 확정되는 대로 청구취지를 확대할 계획이다. 유산반환 청구 금액은 총 3조 원에 육박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이건희 회장 측은 “기존 주장을 장황하게 반복하고 있다”면서 “금액만 늘었지, 다른 내용이 없다. ‘사상누각’이라는 말이 떠오른다”고 일축했다.
이처럼 6차 공판에서도 양측 변호인의 신경전이 만만치 않았다. 양측의 언쟁으로 법정은 잠시 소란스러워지기도 했다. 그때마다 재판부가 중재에 나서며 서 판사의 그 ‘카리스마’가 회자됐다.
먼저 원고 측(이맹희)이 구두변론에서 ‘자백’이라는 말을 쓰자 서 판사는 “피고 측(이건희)의 자백 여부는 재판부가 하는 것이다. 법적으로 자백이란 죄나 허물을 인정하는 진술을 말하는데, 조서에 기록되는 주장을 자백이라는 단어를 사용해 마치 피고 측이 잘못을 인정하는 것으로 표현해서는 안 된다”고 못 박았다.
이건희 회장 측의 ‘사상누각’ 발언에 대해 이맹희 전 회장 측이 “사상누각이나 장황 같은, 인격적으로 모독하는 표현을 삼가 달라”고 요청하자 재판부는 “피고 측의 발언이 인격모독과는 연관이 없어 보인다”며 “선을 넘는 발언은 알아서 막을 테니, 양측은 사실과 법률 얘기만 해줬으면 좋겠다”고 충고했다.
서 판사는 양쪽 모두에 대해 “재판부의 의중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재판부의 계획에 따르면 앞으로 변론기일은 11월 28일과 대통령 선거일 전날인 12월 18일, 두 번이 남아 있다. 현재의 대선 레이스처럼 아직 양쪽 누구도 상대방을 제압하지 못하는 형국이다. 앞으로 남은 두 번의 기회를 통해 누가 승기를 잡을지 주목된다.
이성로 기자 roilee@ilyo.co.kr
고혁주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