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본무 LG 회장. 청와대사진기자단 | ||
얼마 전 LG그룹은 ㈜LG에 대한 대주주 지분율이 종전의 50% 이상에서 50% 이하로 내려갔다고 공개한 바 있다. 대부분 구본무 LG 회장의 친인척으로 구성된 대주주들의 그룹 지배 지분이 50% 이하로 내려간 점은 이례적이라 주목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구 씨 일가 직계 4세들의 지분율은 오히려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4세에 대한 지분 승계 작업에 가속이 붙은 셈이다.
금융감독원이 지난 11월 21일 공시한 내역에 따르면 LG 총수일가 4세들은 지난 5월부터 11월 중순까지 그룹 지주회사인 ㈜LG 지분을 집중적으로 사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구본무 LG 회장의 양자가 되면서 LG가의 장자가 된 구광모 씨(28)와 구 회장 장녀인 구연경 씨(28)를 비롯해 구 회장 조카들인 구연승 씨(22)와 구형모 군(19), 구웅모 군(17), 구연제 양(16)이 이번 지분 매집의 주인공들이다. 구 회장의 자제들을 빼곤 대부분 10대이며 경영에 관여하지 않고 있는 이들 4세들이 지난 6개월간 수십억 원을 들여 ㈜LG 지분을 매집한 것이다.
LG가 장자인 구광모 씨는 지난 5월~7월 두 달 사이 ㈜LG 지분 5만 9000주를 사들였다. 당시 주가를 감안하면 총 18억여 원을 들인 셈. 구 회장 장녀 구연경 씨는 6월에서 7월 사이 4만 4700주를 사들이는데 12억 원가량을 들였다.
구 회장 조카인 구연승 씨는 지난 7월 5000주를 매입했다. 당시 주가를 감안하면 1억 3000만여 원을 들인 셈이다. 구형모 군은 6월에서 7월 사이 1만 4200주를 취득하는데 3억 8000만 원을 투자한 것으로 보인다. 구웅모 군은 6월 23일 2만 5600주를 매입하면서 7억 원가량을 썼다. 구연제 양은 7월 14일 5000주를 매입하며 1억 3000만여 원을 사용했다. 이들 직계 4세들이 지난 6개월간 매집한 ㈜LG 지분은 총 15만 3500주이며 여기에 든 돈만 43억여 원 정도다.
이들 직계 4세들의 지분이 꾸준히 늘어나는 동안 현재 그룹 경영에서 떨어져 나갔거나 방계인 인사들의 지분율은 대폭 줄어들었다. 구 회장의 부친인 구자경 LG 명예회장의 둘째 사위인 최병민 대한펄프 회장은 지난 6월에서 7월 사이 무려 300여 만 주를 내다 팔았다. 고 구인회 창업주의 차녀인 구자혜 씨와 이재연 전 LG카드 사장의 아들들인 이지용 이선용 형제도 각각 9만 주와 3만 주를 처분했다.
구자두 LG벤처 회장의 장남으로 구본무 회장과 사촌지간인 구본천 LG벤처 사장도 42만 주를 매각했다. LG벤처는 지분구조상 LG그룹에서 분리된 상태다. 구자경 명예회장의 누이인 구자숙 씨 딸 박미나 씨가 40만 주를 처분했고 구인회 창업주의 막내 아들로 LG상사 미주본부장을 거쳐 현재 독자적인 사업을 하고 있는 구자극 씨도 7만 주를 매각했다.
이렇다 보니 ㈜LG에 대한 총수 일가의 전체 지분율은 지난해 말 50.35%에서 11월 현재 48.64%로 1.71%p 하락한 상태다. 그러나 이들 인사들의 지분 매각이 이뤄지는 동안 직계 4세들이 지분을 확보하면서 ㈜LG 대주주 명부에서 직계 4세들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졌다. 구광모 씨는 488만 6795주를 확보해 지분율 2.78%에 이른다. 구본무 회장(10.31%)과 구 회장 동생들인 구본준 LG필립스LCD 부회장(7.42%)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4.80%) 구본식 희성전자 사장(4.30%) 그리고 구 회장 부인 김영식 씨(4.22%)에 이어 6대 주주에 오른 것이다.
구연경 씨 지분은 0.85%(148만 6279주)이며 구연승 씨는 0.15%(26만 3147주), 구형모 군은 0.45%(79만 857주), 구웅모 군은 0.39%(68만 1190주), 구연제 양은 0.18%(31만 386주)를 확보한 상태다. 이들 직계 4세들이 확보한 지분율만 해도 4.8%이며 기존의 구연진 씨(20) 0.02%, 구연수 양(10) 0.03%, 구현모 군(10) 0.06%를 합하면 구씨 일가 직계 4세들 명의 지분만 4.91%이 된다. 총수일가가 보유한 ㈜LG 지분 48.64의 10%를 상회하는 셈이다.
12월 5일 현재 ㈜LG 주가는 종가기준으로 3만 550원이다. 이를 기준으로 환산하면 현재 구광모 씨가 가진 ㈜LG 지분의 시가총액은 1500억 원 정도가 되며 구연경 씨의 지분 가치는 450억 원에 이른다. 이들을 비롯한 LG 구 씨 일가 직계 4세들이 지닌 ㈜LG 주식 총수는 860만 4462주에 이르며 주식 평가액을 합산하면 총 2600억 원에 이른다. 이들 직계 4세 중 10대들이 보유한 주식 총수는 193만 8151주이며 전체 주식 평가액은 600억 원가량이 된다.
최근 ㈜LG 지분을 매집해온 직계 4세들 중 대부분이 지난해 LG상사 지분 매입에 참여했던 점도 눈에 띈다. LG가 장자 구광모 씨와 구 회장 장녀인 구연경 씨, 그리고 구본준 LG필립스LCD 부회장 장남 구형모 씨 등이 지난해 초부터 LG상사 지분 매집에 나섰던 바 있다. 이들 4세들은 지난 11월 1일 LG상사와 LG패션(구본걸 대표이사 취임)이 분리되면서 지분 일부를 매각했다. 지난해 1월 8000원 대 초반에 머물던 LG상사 주가는 지난 11월 1일 LG패션과의 분리 당시 2만 1500원을 기록했다. 수만~수십만 주를 사들였다가 이번에 매각한 이들 4세들이 엄청난 현금을 챙겼음은 당연한 일이다.
천우진 기자 wjchu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