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능 수험생들의 모습으로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다.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
서울대학교가 내년 수시 입시전형부터 입학사정관제에 대학수학능력시험 최저학력기준을 폐지해 교육계에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서울대는 지난 1일 학사위원회를 열고 수시와 정시모집에서 신입생 3169명(정원 외 217명 별도)을 뽑기 위한 ‘2014학년도 신입생 입학전형안’을 의결해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서울대는 내년 입시에서 수시모집 비율을 현행 79.9%보다 약 3% 높아진 82.6%로 늘리고 전체 신입생 정원의 58%(1838명)를 선발하는 수시모집 일반전형 과정에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보지 않는다.
이러한 서울대의 결정은 지난 8월 성균관대학교에 ‘봉사왕’으로 입학한 A 씨의 성폭행 사실이 드러나면서 합격이 취소된 사건과 입학사정관제 자기소개서 및 포트폴리오 대필 논란 등으로 입학사정관제에 대한 문제점이 대두되는 상황에서 발표된 것이라 논란이 일고 있다. 입학사정관 전형이 학생들의 잠재력이나 특성을 변별해내지 못한다는 불신감이 커지는 상황에서 수능 최저학력기준까지 보지 않는다면 어떻게 제대로 된 학생을 뽑을 수 있느냐는 것이다.
▲ 서울대학교 정문. 최준필 기자 choijp85@ilyo.co.kr |
이 장관의 압력 의혹에 대해 교과부는 “터무니없는 소리”라고 잘라 말했다. 교과부의 한 관계자는 “교과부에서 각 대학들에 입학사정관제의 최저학력기준을 낮추도록 유도해오긴 했지만 서울대 입학전형안은 서울대가 자체 판단해서 자율적으로 결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대 역시 이러한 의혹에 대해 강하게 부정했다. 서울대 입학본부의 한 관계자는 “서울대는 이명박 정부가 입학사정관제라는 대입 제도를 추진하기 전 2005학년도부터 수능보다는 내신 위주의 입시전형을 준비해왔다”면서 “10년 동안의 과정을 거치면서 서울대 나름의 학생 선발 판단기준과 매뉴얼을 갖췄다고 판단해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폐지하기로 결정한 거지 정권의 압력이 있었다는 건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올 12월 대선 이후 정권이 바뀌면 교육정책은 또 바뀔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박근혜, 문재인, 안철수 대선 후보는 현재 3000여 개에 달하는 복잡한 입시전형을 간소화하겠다고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서울대가 수시모집 수능 최저학력기준 폐지를 발표한 것은 시기상조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는 ‘국민명령 1호’ 교육정책 발표에서 “‘수능의 자격고사화와 내신 중심 선발’을 기조로 하는 대학입시 제도를 과제로 삼고 국민적 합의를 통해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어 입학사정관 전형에 대해 문 후보는 “기회균형 선발에만 적용하겠다”며 “입학사정관제에 대한 질적 관리 시스템을 도입해 엄격히 관리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안철수 무소속 대선 후보 캠프의 교육정책 관계자 역시 “입학사정관제는 미국에서 소외계층 아이들에게 혜택을 주는 대입제도로 많이 활용되는데 이명박 정부에서의 입학사정관제는 본래의 취지가 많이 변질됐다”며 “안 후보는 한국적 입학사정관제를 구현해 공정성과 공공성을 살리고 빈곤계층 학생들의 잠재력을 평가할 수 있는 대입제도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권이 바뀌더라도 현재의 대입정책이 크게 바뀌지는 않을 것이란 의견도 있다.
강남 대치 에듀의 함학균 행정원장은 “이전 모든 정권이 수능 의존도를 낮추고 학생부나 내신의 비율을 높이는 쪽으로 교육정책을 세워왔던 만큼 내년에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입학사정관제를 완전히 없애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입학사정관제와 다른 대입전형을 상호보완적으로 활용할거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연세대, 고려대, 성균관대, 서강대 등 다른 주요 대학들은 수시모집에 있어 수능 최저학력기준 폐지를 검토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서강대 입학본부의 한 관계자는 “서강대의 2014학년도 입시전형이 아직 발표되기 전이라 뭐라 말하기 힘들지만 이전과 비교해 크게 바뀌지 않을 것”이라며 “최저학력기준 폐지가 몇 번 논의되긴 했지만 아직 시기상조라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사설 입시컨설팅 업체들도 서울대의 이번 발표에 따른 변화를 민감하게 주시하고 있다. 강남 대치 에듀의 함 행정원장은 “서울대는 이미 10년 동안 내신 위주의 입시전형을 준비해왔던 만큼 입학사정관제에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폐지한다고 해서 큰 지장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입학사정관제의 문제점은 계속 지적되고 있다. 다른 교육 컨설팅 업체의 한 관계자는 “입학사정관 전형은 학생이 갖고 있는 다양한 면과 경험을 중시하기 때문에 준비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며 “학생의 스펙과 경력을 관리하는 건 시간적,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집의 아이가 유리하지 않겠느냐”고 덧붙였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