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 ‘샤먼:귀신전’ 방송 ‘신들린 연애’ 영화 ‘핸섬가이즈’ 인기…불확실성 시대 초자연적 이야기에 귀 기울여
#오컬트 콘텐츠, 왜 보고 즐기나?
토종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티빙이 지난 7월 11일 8부작 다큐멘터리 ‘샤먼:귀신전’(샤먼)을 공개했다. 상식으로 이해할 수 없는 귀신 현상으로 고통받는 제보자 7인이 무속인 6명의 의식을 통해 진실을 파헤치고 고통에서 벗어나는 과정을 담았다. 대표적 오컬트물인 영화 ‘곡성’, ‘방법: 재차의’ 등의 자문을 맡았던 무당을 비롯해 이제 막 무속을 시작한 애동 무당, 인류학 박사 로렐 켄달, 민속학 박사 이건욱 등 전문가가 참여했다.
‘샤먼’은 ‘귀신을 믿는가’라는 원초적인 질문을 던진다. 당초 “귀신을 믿지 않는다”고 했던 기독교 신자인 배우 유지태가 프리젠터로 나섰는데 여러 기이한 현상을 접한 뒤 그는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부분이 많아 깊은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사례자를 섭외하는 과정에 대해 박민혁 PD는 “가장 먼저 ‘이상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병원에 다녀왔는지’ 물었다. 병원에 다녀보지 않고 귀신 때문에 문제 있다고 확신하는 경우 의식 자체가 무속에 사로잡힌 상태여서 방향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허진 CP는 “지금까지 많은 다큐멘터리를 통해 샤먼을 정의하려는 시도가 있었지만 ‘샤먼’ 제작진의 공통된 의견은 ‘우리가 답을 내릴 수 없다’로 결론이 났다”면서 “에피소드의 진위 여부보다 현재 우리 삶에서 무속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있는 그대로 들여다보며 종교를 떠나 일상 속 무속의 의미를 되새겨 보았으면 한다”고 프로그램의 방향성을 설명했다.
SBS ‘신들린 연애’는 또 다른 방식으로 오컬트 장르를 활용한다. 다양한 연애 프로그램이 활성화되는 상황 속에서 20∼30대 무속인, 점술가들이 등장해 사랑을 키워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독특한 직업군을 제외하면 그들은 남들과 다를 바 없는 남녀 8인이다. 하지만 그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운명과 미래를 들여다보고 또 예언한다. 하지만 그들의 점사와 남녀로서의 자유분방하게 흘러가는 마음은 일치하지 않는다. 여기서 재미가 샘솟는다.
이외에도 오컬트와 코미디를 접목시킨 영화 ‘핸섬가이즈’가 올해 개봉한 여름 영화 가운데 유일하게 손익분기점을 넘기며 순항 중이고, 미국 생방송 토크쇼 도중 악마와 접선을 다룬 실화를 소재로 한 독립영화 ‘악마와의 토크쇼’도 10만 명이 넘는 관객을 모으며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물론 미신은 미신일 뿐 현실과 괴리가 있다. 오컬트물은 여기에 상상력을 가미한다. 여러 가지 기이한 현상을 흥미롭게 다루며 대중의 주의를 환기하는 동시에 더 ‘그럴싸하게’ 만든다. 결국 대중도 재미를 맛보는 하나의 ‘콘텐츠’로서 오컬트에 접근하고 있는 셈이다.
#오컬트 콘텐츠의 시작은?
동서양을 통틀어 대표적인 오컬트 콘텐츠를 꼽으라면 ‘엑소시스트’(1975)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아이의 몸 속에서 악령을 끄집어내기 위해 사제들이 구마 의식을 벌이는 장면은 지금도 충격적이고, 끊임없이 스핀오프 콘텐츠가 나오고 있다. 특히 악령이 씐 아이가 거꾸로 계단을 내려오는 장면은 ‘극장에서 보다가 실신한 사람이 있다’고 할 정도로 공포스럽다. 또 ‘악마의 숫자 666’을 각인시킨 ‘오멘’도 빼놓을 수 없다.
국내 콘텐츠로 한정하면 1998년 개봉한 ‘퇴마록’이 한국형 오컬트물의 시작이라 할 수 있다. 이후 ‘파묘’를 연출한 장재현 감독의 ‘검은 사제들’과 ‘사바하’를 비롯해 ‘사자’, ‘손 the Guest’ 등이 소개됐다. 그리고 나홍진 감독이 연출한 ‘곡성’(2016)은 한국식 오컬트 영화의 최고봉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뭣이 중헌디” “미끼를 물어 분 것이여” 등의 유행어를 낳은 이 작품은 687만 관객을 모았고, 이후 나 감독은 태국의 반종 피산다나쿤 감독과 손잡고 또 다른 오컬트물인 ‘랑종’을 선보이기도 했다.
오컬트 콘텐츠는 페이크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차용되기도 했다. 허구의 사실을 마치 실제 벌어진 다큐멘터리처럼 만드는 기법이다. ‘블레어 위치’와 ‘파라노말 액티비티’가 대표적 예다. 반면 ‘컨저링’과 스핀오프 영화인 ‘애나벨’, ‘더 넌’ 등은 실존인물인 초자연 현상 연구가 에드 워런·로렌 워런 부부의 이야기에서 영감을 얻었다.
당초 오컬트 콘텐츠는 마니아들이 소비하는 하위문화로 분류됐다. 하지만 메이저 매체로 분류되는 방송·OTT·영화의 소재로 적극 활용되면서 대세 콘텐츠로 자리매김한 모양새다.
김소리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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