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회장은 “용산에서 ‘광복절 행사에 나와주십시오’라고 했지만, 나는 ‘못 나간다’고 했다. 그쪽에서 ‘어떻게 해야 나오시느냐’고 해서 나는 ‘용산에서 대변인 시켜서 우리는 건국절을 시도한 적이 없다. 건국절은 우리 정책이 아니다. 우리 정부 하에서는 건국절 시도를 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선포하라’고 했다”고 전했다.
이어 이 회장은 “‘그런 조건이 충족되지 않는 한 도저히 후손들에게 참석하라고 이야기 할 수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며 “한국에 있는 반역자들이 일본 우익과 내통해 오히려 전전(전쟁 전) 일본과 같이 가고 있다는 위기감이 들어 이래서는 안 되겠다. 마지막 수단으로 결단한 것이 경축식 불참”이라고 밝혔다.
현 정부의 1948년 건국절 추진 기류에 대해선 “1948년 건국을 집요하게 갖고 가 전쟁 전 일본이 준 피해를 무조건 잊으라고 하는 것은 한-일 국교정상화 이래 우리 정부가 견지해 온 ‘일제 식민 지배 정당화는 안 된다’는 정신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일”이라고 꼬집었다.
아울러 이 회장은 “대통령 주변의 밀정들이 이 연극을 꾸민 것이라고 본다. 지금 이 때문에 대통령이 국정에 엄청난 후폭풍을 받고 있다. 이것을 하지 말라고, 우리 역사를 왜곡시키지 말라고 해서 제가 지금 항의하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회장은 뉴라이트 인사들을 밀정으로 지목했다. 뉴라이트는 기존 보수와 대비되는 신우파를 일컫는 말이다. 뉴라이트 인사들은 ‘식민지 근대화론’, 1948년 건국론, 이승만 대통령 재평가 필요성 등을 주장한다. 동아일보 정치부장으로 있었던 이동관 전 방송통신위원장이 이 용어를 처음 사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광복회는 뉴라이트 인사로 알려진 김형석 대한민국역사와미래 이사장을 독립기념관장에 임명한 것을 두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김 관장은 2022년 10월 언론에 “국부 논쟁을 끝내고 이승만과 김구를 모두 건국의 아버지로 둬야 한다”고 발언했다. 그가 몸담은 대한민국역사와미래는 1948년 건국절 내용이 담긴 책 ‘건국사 재인식’ 북 콘서트를 여는 등 이승만 재평가를 주장하는 단체다. 김 관장은 자신이 뉴라이트 인사가 아니라고 부인했다.
이 회장은 “밀정이 자신을 밀정이라고 한 적 있나. 뉴라이트도 자신을 뉴라이트라고 하는 사람 없다”며 “(뉴라이트의) 폐해는 계속되고 있다. 마치 연탄가스처럼. 형체는 없는데 피해가 막심하다. 뉴라이트는 독립운동에 가장 큰 피해를 주는 ‘신판 밀정’”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지난해 광복절 경축사에서 ‘독립운동은 자유민주주의 국가를 만들기 위한 건국운동’이라고 규정한 것에 대해서는 독립운동을 ‘이승만의 건국을 위한 준비운동’으로 규정하고, 해방 전 독립운동을 무력화하며 일본의 식민 지배를 정당화한 발언이라고 지적했다.
항일독립선열선양단체연합(항단연) 등 일부 독립운동 단체도 윤 대통령 초청 독립운동과 후손 오찬 행사에 참석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항단연은 안중근의사기념사업회, 3·1독립유공자유족회, 운암김성숙선생기념사업회 등 25개 독립운동가 선양 단체가 참여하고 있는 연합체다. 항단연은 8일 성명을 내고 “김형석은 대한민국임시정부와 독립운동을 부인하고 이승만을 건국의 아버지라 찬양하는 전형적인 뉴라이트 인사”라며 “이념과 정체성에 맞지도 않는 독립기념관장직을 스스로 내려놓는 것이 아름다운 선택”이라며 김 관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이강원 기자 2000won@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