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홀딩스·JC파트너스 지분 공동 매각 명시…인수자로 제주항공 등 거론, 몸값 전망 엇갈려
#사모펀드 운용사가 인수전 나설 수도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에어프레미아 최대주주인 AP홀딩스(현 지분율 약 44%)와 2대 주주 사모펀드(PEF) 운용사 JC파트너스(22%)의 주주 간 계약에는 엑시트(투자금 회수) 방안으로 내년에 지분을 함께 매각한다는 내용이 명시돼 있다. 앞서 지난 3월 에어프레미아의 기존 최대주주인 JC파트너스는 보유 지분 중 약 13%를 당시 2대주주 AP홀딩스에 매각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이 계약으로 AP홀딩스는 최대주주가 됐다. AP홀딩스는 김정규 타이어뱅크 회장과 문보국 전 레저큐 대표가 공동 설립한 회사다.
AP홀딩스는 공동 매각 전에 JC파트너스 잔여 지분을 매입할 수 있는 권리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AP홀딩스와 JC파트너스가 함께 에어프레미아 지분 매각에 나설 가능성에 더 주목하고 있다. 경영을 위해 필요한 투자 여력이 마땅치 않다는 이유에서다.
에어프레미아 경영권에 관심을 표할 인수자로는 우선 제주항공이 꼽힌다. 김이배 제주항공 대표는 최근 직원들에게 보낸 CEO 메시지에서 “항공 산업 구조변화와 관련해 다양한 불확실성이 있다”며 “사모펀드가 투자한 항공사들은 언젠간 매각 대상이 될 것이고 향후 인수합병(M&A) 기회가 왔을 때 어떻게 대응할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으로 탄생할 진에어·에어부산·에어서울 메가 저비용항공사(LCC)는 현재 LCC 1위인 제주항공에 위협적이다. 증권사 한 연구원은 “제주항공이 단거리, 에어프레미아가 장거리 중심이기는 하지만 제주항공도 포트폴리오 다변화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사모펀드 운용사나 전략적투자자(SI)도 에어프레미아 인수에 나설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사모펀드 운용사들은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당시 항공사에 관심을 보였다. VIG파트너스는 이스타항공, 소시어스PE는 에어인천의 최대주주다. 소노인터내셔널 품에 안기기 전 티웨이항공 최대주주는 JKL파트너스였다. 항공업계 한 관계자는 “날씨·외교·경제 지표 등 워낙 많은 변수가 있어 불확실성이 많은 것이 항공 시장”이라며 “사모펀드보다는 계열사 간 장기적으로 시너지를 노리는 SI가 인수에는 더 적합해 보인다”라고 말했다.
#매수자-매도자 가격 눈높이 격차가 관건
관건은 몸값이다. JC파트너스가 소수지분을 매각할 당시 평가된 에어프레미아 기업가치는 약 4700억 원이었다. 이를 기준으로 계산한 AP홀딩스와 JC파트너스 지분가치는 약 3100억 원 정도다. 매도자 입장에서는 최근 평가된 기업가치보다 더 높은 가치가 책정되기를 원할 가능성이 크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으로 반납될 미주 노선 슬롯(공항 이착륙 횟수)을 에어프레미아가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은 몸값을 올리는 데에 긍정적인 요인이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은 미국 법무부(DOJ)의 심사 종료만 남겨뒀다. 양사가 운항하는 미주노선 13개 중 독점 가능성이 제기된 샌프란시스코·호놀룰루·뉴욕·LA·시애틀 5개 노선의 일부 슬롯이 반납될 것으로 전망된다. 에어프레미아는 현재 샌프란시스코·뉴욕·LA 노선에 취항해 운항 중이다.
여객수 기준 지난해 에어프레미아의 미주 노선 점유율은 4.09%에 그쳤다. 대한항공, 대한항공과 조인트벤처(JV)를 맺고 공동으로 미주 노선을 운영 중인 델타항공, 아시아나항공 3사의 합산 점유율은 80.96%에 달했다. 한국과 미국을 오가는 외국 항공사도 많지 않아 에어프레미아가 슬롯을 더 확보한다면 수익을 내기가 유리하다. 이윤철 한국항공대 경영학부 교수는 “에어프레미아에 새로운 기회의 창이 열린다고도 볼 수 있다”라고 말했다.
에어프레미아는 흑자 전환에도 성공했다. 지난해 에어프레미아는 연결 기준 매출 3750억 원, 영업이익 185억 원을 기록했다. 2017년 설립 후 첫 흑자다. 에어프레미아가 표방하는 ‘하이브리드 항공사’로서의 시장 안착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평가도 나온다. 에어프레미아는 대형항공사(FSC)보다 가격이 저렴하고 LCC보다는 넓은 좌석을 갖춘 항공기를 보유하고 있다. 현재 에어프레미아는 5대의 B787-9 항공기로 3개 미주 노선뿐 아니라 일본 나리타, 태국 방콕 등 5개 노선을 오간다.
하지만 원매자가 ‘베팅’을 하기에는 변수도 적지 않다. 앞서의 항공업계 관계자는 “에어프레미아가 화물사업부를 인수하고 가치를 높여 엑시트할 생각이었는데 실패했다. 당분간 기업가치를 높일 만한 요인이 마땅치 않을 것”이라며 “에어프레미아가 구하려는 B787-9 대형기를 구하기도 쉽지 않다.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제조사가 물량을 줄였고 코로나19 이후 신규 진입 항공사가 많아지면서 빅 플레이어가 좌우하는 시장이 됐다”라고 밝혔다.
에어프레미아가 향후 경쟁력 제고를 위해 자금이 많이 필요하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미주 노선 슬롯 일부를 확보한다 하더라도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합병 회사도 미주 노선에서 경쟁력을 잃지 않으려 사활을 걸 것이라는 분석이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기재가 적어 지연이나 결항 문제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매도자 입장에서는 매각하기 전까지 신규 기재를 도입하는 등 가치를 높이는 게 중요해 보인다”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에어프레미아 관계자는 “주주들의 매각 부분은 저희 쪽에서는 확인이 안 되는 부분”이라며 “약간의 변동은 있을 수 있지만 올해 하반기 2대 등 내년까지 항공기 총 4대가 들어오기로 확정됐다”라고 답했다.
김명선 기자 seon@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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