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22일 ‘금융산업의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금산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삼성그룹 지배구조의 변화가 불가피해졌다는 이야기가 등장한 바 있다. 삼성에버랜드→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카드→삼성에버랜드 식으로 이뤄지는 순환지배구조에서 ‘금융계열사와 비금융계열사가 상호 지분 5% 이상 보유할 수 없다’는 조항 때문에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지분 7.2% 중 2.2%를 처분해야 하는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경영권의 안정적 수성을 위해선 2.2% 지분을 이건희 회장 우호세력이 가져가야 한다. 그런데 일부 업계인사들 사이에서 2.2% 지분을 취득할 수 있는 백기사로 삼성물산이 거론되고 있다. 삼성물산이 자산 매각 등을 통해 현금 보유고를 늘려가며 삼성전자 지분 인수를 준비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업계에 퍼져 있는 것이다.
금산법 개정안 논란이 시작된 지난해 초부터 삼성물산 역할론은 끊임없이 제기돼 온 바 있다. 삼성그룹의 주요 계열사 지분을 골고루 보유하고 있는 삼성물산이 향후 그룹의 새 지주회사가 될 것이란 전망이 대두되기도 했다. 그룹 구조본(현 전략기획실)에 있던 법무팀이 삼성물산에 흡수될 것이란 이야기가 나돌기도 했다.
그러나 삼성물산의 삼성전자 지분 매입설의 실현 가능성은 미지수다. 삼성전자 지분 1% 취득을 위해선 약 9000억 원이 필요하다. 2.2% 지분을 매입하려면 2조 원가량의 금액이 필요한 셈이다. 삼성물산은 지난해 택배 자회사인 삼성HTH 지분 등 1000억 원 정도의 타사 지분을 처분했다. 지난해 11월 애경그룹 ARD 홀딩스와 약 5000억 원에 삼성플라자를 매각하는 양해각서를 체결하기도 했다. 올해 삼성테스코 지분 5%를 매각할 것으로 알려지는 삼성물산의 현금보유고가 점점 무거워지고는 있지만 2조 원을 채우려면 아직 갈 길이 멀다.
출자총액제한(출총제) 규정 또한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삼성물산은 자기자본의 25%를 넘는 계열사 지분 인수를 금지하는 출총제 규정에 따라 현재 상태에선 삼성전자 지분을 추가로 살 수 없다. 이런 까닭에서 출자총액제한 완화나 삼성물산의 증자 등이 이뤄져야 삼성전자 지분 추가 매입이 가능해진다. 이 또한 삼성물산 역할론을 움츠리게 만드는 대목이다.
삼성전자 지분 매입에 따른 엄청난 양도세 발생 또한 그룹에서 고려해야 할 사안이다. 이런 까닭에서 삼성물산이 삼성생명이 팔아야 하는 삼성전자 지분을 전량 사들인다는 시나리오는 실현 가능성을 낮게 평가하는 시각도 있다. 대신 삼성전자 지분 초과분을 계열사들이 나눠서 인수하고 일부는 삼성그룹 산하 공익재단에 증여될 것이라 보는 시각도 있다. 공공재단으로의 지분 증여엔 증여세도 붙지 않는다.
천우진 기자 wjchun@ilyo.co.kr
금산법 막아줄 백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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