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6일 횡령 등 혐의로 법원에 출두한 정몽구 회장 모습과 10일 현대차 노조원 상경투쟁 모습. 가운데 그래프는 지난 1년간의 현대차 주가 추이(2006년 1월 13일~2007년 1월 12일)로 9만 원대에서 6만 원대로 떨어졌다. 사진=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 ||
주가가 급등하기 전인 지난 2005년 중반 수준까지 급락한 현대차 주식은 어떻게 될까.
때마침 파업도 끝났고 강성 노조의 사기도 많이 꺾여 향후 이번과 같은 ‘묻지마 파업’은 쉽게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대외환경 악화와 함께 현대차 불매 운동이 생겨날 정도로 대내환경도 좋지 않다.
과거 대형 ‘악재’가 터진 기업들의 주가를 살펴보는 것도 현대차 향후 주가를 예측하는 데 도움이 될 듯하다. 지난해 증권가에 대형 악재가 터진 기업은 효성과 신세계, 글로비스, 한화, CJ푸드시스템, 롯데관광 등이 꼽힌다.
이들 기업의 주가는 악재가 터진 이후 한두 달 뒤 가장 저점을 기록했다. 악재 충격이 적어도 한달 이상 간 것이다. 이후 기업 본질이 훼손되지 않았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주가는 곧 반등했다.
신세계가 경영권 상속과 관련해 참여연대에 고발당한 지난해 4월 11일. 44만 원으로 끝난 신세계 주가는 두 달 뒤인 6월 8일 40만 6000원까지 떨어졌다. 이후 주가는 이를 저점으로 상승하기 시작해 57만 원까지 오른 상태다.
지난해 2월 5년간 순손실 1525억 원을 누락했다며 분식회계를 밝힌 효성은 당일 11.18% 급락한 후 다음날부터 오르기 시작, 1만 3500원이던 주가가 두 달 만에 2만 원을 넘었고 현재 2만 7000원까지 올랐다.
반면, CJ푸드시스템은 학교급식 식중독 사건 직후 1만 4450원이던 주가가 급락 후 좀처럼 회복되지 않고 1만 원대를 밑돌고 있다. 글로비스 역시 지분 환원 발표 전 3만 9950원이던 주가는 반년 이상 횡보한 뒤 또다시 하락, 2만 5000원대에서 멈췄다. CJ푸드시스템은 학교급식 사업 철수를 선언했고 글로비스 역시 지분의 사회 환원으로 기업 본질가치가 변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현대차는 어느 쪽일까. 파업이 철회됐지만 증권가 애널리스트들의 시선은 싸늘하다. 향후 실적에 대한 부정적 전망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메릴린치증권은 지난 15일 “현대차의 지난해 4분기 실적은 판매 부진과 원화 강세로 예상치를 하향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또 올 여름 예상되는 노조 파업과 판매 부진 전망을 감안해 올해와 내년 이익 전망도 각각 8%, 6%씩 하향조정하며 당분간 주가도 약세를 지속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국투자증권도 최근 파업사태를 반영, 올해 생산 및 판매 추정치를 기존 169만 대에서 162만 대로, 내년 생산 및 판매 추정치를 173만 대에서 165만 대로 하향조정했다. 지난해 판매대수는 161만 대로, 올해 판매증가율을 0.6% 증가에 그칠 것으로 보는 것이다. 특히 파업이 진행됐던 지난 4분기 자동차 판매대수는 전년동기보다 10.8% 감소한 44만 3491대로, 현대차 목표치 47만대를 하회했다. 이에 4분기 매출 추정치를 기존 7조 7100억 원에서 7조 6400억 원으로 낮췄다.
대외 여건도 호락호락하지 않다. 미래에셋증권은 글로벌 완성차업계 구도개편, 북미 ‘빅3’ 경쟁력 회복과 일본 ‘빅3’ 시장 확대 지속, 국내 수입차 점유율 확대 등이 현대차의 발목을 잡을 것으로 전망했다. 때문에 보수적인 투자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조언한다.
해외 언론의 시각 역시 이들 증권사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지난 17일 “투쟁을 선호하는 노동조합이 치열한 자동차제조업체 간 경쟁 심화 속에서 회사의 경쟁력 및 수익성 훼손을 초래했다”면서 파업 사태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또 “파업은 인도 및 러시아의 신흥시장에서 경쟁사에 기회를 제공하는 결과로 이어졌다”고 덧붙였다.
이런 정황들을 놓고 보면 현대차는 ‘악재’를 딛고 반등에 성공한 신세계와 효성을 따라가기보다는 ‘악재’로 본질가치의 타격을 입은 CJ푸드시스템의 전철을 밟지 않을까하는 우려 섞인 전망이 나오고 있다.
삼성증권 김학주 리서치센터장의 말을 들어보면 이 같은 걱정이 더 이상 기우로 끝나지 않을 것 같다. 그는 “현대차는 ▲내수점유율 하락 ▲일본업체들의 가격 도전 ▲해외설비 가동률 하락 ▲노동생산성 하락 ▲연구개발비용 부담 증가 등 아직 구체화하지 않은 위협들 탓에 주가바닥을 논하기에는 이르다”면서 “이러한 부정적 요인들이 현실화되면 주가가 4만 원 수준까지 내려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 센터장은 “현대차는 주가회복을 위해 종업원에 투자해 경쟁력을 높이고 아날로그보다는 디지털에서 승부해야 하며 진심으로 소비자를 위한다는 것을 알릴 필요가 있다”며 기본으로 다시 돌아갈 것을 주문했다.
전용기 파이낸셜뉴스 기자 courage@f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