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연예인 연루’ 루머 퍼졌던 마약 수사 용두사미…부산국제영화제서 이선균 한국영화공로상 수상
왕성한 연기 활동을 펼쳐온 배우의 갑작스런 죽음이라 다른 고인이 된 배우들과는 다른 방식으로 유작을 남겼다. 이선균은 이미 촬영을 마치고 개봉을 기다리던 영화가 두 편이나 남아 있던 터라 그가 세상을 떠난 뒤인 이번 여름이 돼서야 대중에게 공개됐다.
#기대작이었지만 흥행 성적 아쉬워
‘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는 2024년 상반기 개봉 예정으로 1월 개봉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었다. 영화는 이미 완성된 상태로 제76회 칸 국제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에 초청돼 2023년 5월 최초로 공개됐었다.
그런데 2023년 10월 이선균이 경찰의 마약 투약 관련 수사 선상에 오르면서 개봉 일정이 미뤄졌다. 이선균이 마약 검사에서 음성이 나오자 당시 영화계에선 경찰 수사에서 무혐의가 끝나면 곧 개봉이 가능하리라는 기대감이 컸다. 그렇지만 이선균이 돌연 세상을 떠나면서 개봉은 좀 더 미뤄졌다. 또 다른 유작 ‘행복의 나라’도 비슷한 상황이었다.
고인의 유작 두 편은 2024년 여름 성수기에 연이어 개봉했다. ‘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는 7월 12일, ‘행복의 나라’는 8월 14일 개봉했다. 고인을 스크린에서 만날 수 있는 마지막 작품들이었지만 흥행 성적은 다소 아쉬웠다. ‘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는 68만 명, ‘행복의 나라’는 65만 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이는 8월 28일 기준으로 ‘행복의 나라’는 아직 개봉 중이라 조금 더 누적 관객수가 올라가겠지만 큰 폭의 상승은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이렇게 고인의 유작 두 편도 모두 대중에게 공개되면서 배우 이선균은 더 이상의 새 작품을 보여줄 수 없는, 비로소 고인이 됐다.
#초라하게 끝난 마약 사건 수사
잘 알려져 있듯 고 이선균은 경찰의 마약 수사를 받던 도중에 사망했다. 그렇지만 고인이 사망하면서 사건은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됐다. 더 이상 마약 투약 여부를 밝힐 수 없는 상황이 됐지만 마약 투약 여부에 대한 검사에서는 음성 판정이 나왔다. 함께 수사 선상에 올랐던 지드래곤(본명 권지용) 역시 음성 판정이 나왔고 결국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고인 역시 무혐의 처분을 받았을 가능성이 높다.
고인은 소위 ‘유흥업소발 마약 사건’에 연루됐는데 오히려 사건 관계자들에게 협박을 받은 사건의 피해자이기도 했다. 그렇지만 연이은 폭로성 언론 보도가 이어지면서 결국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사망에 이르렀다. 수사정보 유출 가능성이 제기되며 관련 수사까지 시작됐다. 그렇게 고인이 세상을 떠나자 분노한 2000여 명의 문화예술인들이 연명해 ‘고 이선균 배우의 죽음을 마주하는 문화예술인들의 요구’라는 성명을 발표하며 강하게 항의했다.
이선균의 사망을 야기한 경찰의 유흥업소발 마약 사건 수사는 초라하게 끝났다. 모두 11명을 수사 선상에 올린 경찰의 최종 수사 결과는 5명 검찰 송치였다. 사건을 송치 받은 인천지검은 이선균을 협박해 거액을 빼앗은 유흥업소 실장과 또 다른 협박범, 그리고 유흥업소 실장에게 마약을 건넨 의사 등 3명만 기소했다. 송치 받은 5명 가운데 나머지 2명인 유흥업소 여종업원과 작곡가는 각각 서울중앙지검과 경기 안양지청으로 넘겨 수사가 진행 중이다. 경찰은 수사 선상에 올랐지만 검찰에 송치하지 않은 6명에 대해서는 “수사 결과를 밝힐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선균과 지드래곤을 필두로 연예인 리스트가 돌 만큼 여러 명의 연예인이 연루돼 있다는 루머가 퍼지기도 했던 사건이지만 수사 결과는 말 그대로 용두사미다.
#부산국제영화제 ‘고운 사람, 이선균’ 개최
10월에는 배우 이선균을 다시 스크린에서 만날 기회가 생긴다.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측은 특별기획 프로그램 ‘고운 사람, 이선균’을 개최한다고 밝혔다. 고인의 대표작 6편을 상영하고 스페셜 토크를 함께 진행하는 특별전으로 BIFF 측은 “이선균의 연기 인생과 성취를 되돌아보는 한편, 뜻깊은 추모의 장을 마련하고자 한다”고 그 의미를 설명했다.
상영작으로 2010 라스팔마스 국제영화제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파주’(2009)와 홍상수 감독의 로카르노영화제 화제작 ‘우리 선희’(2013), 칸영화제 감독 주간 초청작 ‘끝까지 간다’(2014), 미국 아카데미시상식 4관왕에 오른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2019), 고인의 유작인 ‘행복의 나라’(2024) 등 다섯 편의 영화가 선정됐다.
고인이 드라마에도 많아 출연해왔기 때문에 BIFF는 여섯 번째 상영작으로 드라마 ‘나의 아저씨’를 선정했다. 많은 이들이 인생 드라마로 손꼽는 ‘나의 아저씨’는 16부작으로 이를 모두 상영할 수는 없어 5회 에피소드만 스크린에서 상영한다. BIFF 측은 “배우 이선균, 그리고 그가 연기한 극 중 박동훈의 감정과 숨결을 한 편의 영화처럼 느낄 수 있는 에피소드”라고 5회를 선택한 이유를 설명했다.
또한 올해의 ‘한국영화공로상’(Korea Cinema Award) 수상자로도 고 이선균이 선정됐다. BIFF 측은 “다양한 작품을 통해 국내외 영화 팬들의 큰 사랑을 받은 배우 이선균을 한국영화공로상 수상자로 선정하고 개막식에서 시상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벌써 한국영화의 위상을 드높이고, 세계적인 성장에 기여한 영화인에게 수여하는 한국영화공로상을 받기에 이선균은 아직 한국 영화계를 위해 해야 할 일이 더 많은 젊은 배우지만 고인이 되면서 이 상의 수상자가 됐다. 그렇지만 고인이 한국영화의 위상을 드높이고, 세계적인 성장에 기여했다는 사실 자체에는 변함이 없다.
이호연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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