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억대 증액해 총 12억원 집행, 이기흥 회장 세 과시 무력시위 비판론…체육회 “인원 대폭 늘어, 전액 자체 예산”
‘2024 대한민국 체육인대회(체육인대회)’는 대한체육회가 2024년 벽두부터 추진한 야심찬 프로젝트였다. 체육계 내부에선 이기흥 대한체육회장 세 과시성 무력시위 결정판이라는 뒷말이 무성했다. 대한민국 체육인이 총동원돼 그동안 열렸던 체육인대회보다 규모를 한 단계 키워 개최됐다.
2024년 열린 체육인대회는 대한체육회가 정부와 대립각을 세우는 성격을 띠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대한체육회의 ‘대정부투쟁’ 시작과 더불어 이기흥 회장 3선 연임 의지를 확고하게 피력하는 행사였다는 후문이다. 이날 행사엔 ‘KOC 분리 반대’ ‘국가스포츠위원회 출범’ 등 메시지가 담긴 피켓을 든 참석자도 적지 않았다. 체육계 전반에 걸쳐 정치적으로 예민한 이슈들이었다.
체육인대회는 개최 전부터 윤석열 대통령이 참석할 것으로 계획되면서 열기를 더했다. 그러나 행사를 앞두고 문체부와 대한체육회 사이에 갈등이 불거졌다. 그리고 윤 대통령은 행사에 참석하지 않았다. 대통령을 대신해 장상윤 시민사회수석이 체육인대회에 참석했다.
한 원로 체육인은 “이기흥 대한체육회장 3선 연임 선전포고 무대라는 해석도 나왔다”면서 “대통령 참석 여부가 최대 쟁점이었지만, 대통령이 불참하면서 정부가 ‘이기흥 잔치’에 호응하지 않은 모양새가 됐다”고 했다(관련기사 ‘이기흥 vs 유인촌’ 대한체육회 대정부 투쟁 선언 막전막후).
이 행사에 참여했던 한 체육계 관계자 A 씨는 체육인대회와 관련해 국민신문고에 민원을 접수했다. 체육인대회 세부 예산 집행 내역을 문의하는 내용이었다.
민원을 제기한 이유에 대해 A 씨는 “분명히 국가 예산을 집행해 개최한 행사인데, 굉장히 성대한 규모로 열려 어느 정도 규모 자금이 행사에 투입됐는지를 문의하고 싶었다”고 했다. A 씨는 “행사 자체가 이기흥 회장 3선 연임을 목표로 한 발대식 같은 느낌으로 치러졌는데, 여기에 무슨 예산을 어떻게 집행했는지에 대한 궁금증을 지울 수 없었다”고 했다.
이 민원에 대해 대한체육회 측은 “자체 수익사업을 통해 예산을 확보하고 있다”면서 “2024년도 체육인대회 개최를 위해 자체 예산 중 약 12억 원을 집행했다”고 답변했다.
세부 집행내역과 관련한 대한체육회 측 답변에 따르면, 대한체육회는 체육인대회 개최에 올림픽공원 장소임차료 9200만 원, 참석자 기념품 및 행사 물품 1억 8400만 원, 행사 위탁 운영 9억 2000만 원 등을 지출했다. 행사를 개최하는 데 11억 9600만 원을 집행한 셈이다.
복수 체육계 인사들은 “과소비”라고 입을 모았다. 한 체육계 관계자는 “아무리 많은 사람이 운집하고, 행사를 크게 열었어도 행사 한 번 여는 데 쓰이는 돈이 ‘10억 원’ 단위로까지 넘어가는 것은 과하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지방자치단체 체육단체 관계자도 “행사를 대한체육회 자체 수익금으로 집행했어도 문제 소지는 있다”면서 “대한체육회 수익 예산으로 회장 개인 정치력을 확장시키는 행사를 연 것은 부적절하다”고 비판했다.
김현수 체육시민연대 집행위원장은 “체육 일선에서는 선수들이 트레이너나 멘탈 코칭을 받는 데에 지급할 돈이 없어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체육으로 따지면 ‘민생’이 허덕이고 있는 상황에서 10억 원 규모를 초과하는 호화 행사를 개최한 것엔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행사위탁운영 사업 금액이 늘어난 점이 눈에 띈다. 조달청이 운영하는 입찰포털사이트 ‘나라장터’에 따르면, 대한체육회는 2023년 12월 체육인대회 관련 행사 운영 위탁업체를 선정하는 입찰 공고를 올렸다. 사업비로는 3억 원이 책정됐다. 사업비는 행사 참여 인원이 5000명이라는 전제로 책정됐다.
사업 입찰 결과는 2024년 1월 2일 나왔다. 체육인대회 행사운영위탁 사업을 낙찰받은 업체는 부가세 포함 2억 7600만 원 사업비를 제출해 사업을 따낸 것으로 확인됐다.
대한체육회 측이 행사위탁운영에 9억 2000만 원을 썼다고 한 점을 되짚어보면, 사업비가 기존 입찰 결과를 발표할 때보다 6억 4400만 원 늘어났다. 체육인대회 입찰공고는 긴급 입찰로 이뤄졌다. 공고문에 포함된 ‘과업수행 지침’에 따르면 과업내용서에 명기되지 않은 사항 발생 시 계약금액을 조정하고 변경계약을 체결할 수 있다.
취재에 따르면 이 입찰은 과업 변경에 따라 사업비가 늘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5000명이 참여하는 것으로 계획됐던 체육인대회 행사 규모가 입찰이 완료된 뒤 변경됐다.
체육인대회 행사위탁운영 사업 입찰을 받고 사업을 진행한 업체 측은 “우리 업체가 대행을 한 것이 맞다”면서 “과업 변경과 내용 추가 등 계약이 변경됐기 때문에 (사업) 금액이 늘어났다”고 했다.
업체 관계자는 계약 변경 사유와 관련해 “과업이 늘어났고, 참가 인력 자체가 거의 3배 늘어났다”면서 “대통령 참석 가능성에 대한 이야기도 나왔고, 행사 참여 인원이 늘어나다보니, 그 인원을 수용하기 위한 시설 구축이나 이런 부분에 대한 것(비용)도 늘어났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전체적으로 (행사 참여) 인원이 늘어나면서 사업비가 늘어났다고 보면 된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2024 체육인대회엔 주최 측 추산 1만 5000여 인파가 몰렸다. 행사에 직접 참여한 복수 체육계 관계자에 따르면 행사장에 들어가지 못하고, 행사장 밖에서 대기만 하다 귀가한 경우도 적지 않을 정도였다.
대한체육회 측은 행사 사업비 증액과 관련해 “과업 변경이 있었고, 행사 규모가 5000명 규모에서 1만 5000명으로 확대됐다”며 “사업 예산에 정부 지원금은 전혀 포함돼 있지 않았다. 전액 대한체육회 자체 수익사업을 통한 자체 예산으로 집행했다”고 밝혔다.
이동섭 기자 hardout@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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