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창호 내정 두고 야권 공세, 김문수 청문회 파행으로 끝나…여당 일각 ‘방어하기 버겁다’ 분위기
#공안검사 안창호
올해 67세인 안창호 후보자는 검찰 내 대표적인 공안통으로 꼽힌다. 대검찰청 공안기획관 시절 선거자금 추적 수사기법을 정착시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서울중앙지방검찰청 2차장으로 있을 때는 간첩조직 ‘일심회’ 사건 수사를 지휘해 간첩 10명을 구속했다. 2012년 9월에는 헌법재판관으로 임명됐다. 야권은 공안검사 출신을 인권위원장 자리에 발탁하는 것은 적합하지 않다고 지적한다.
안 후보자가 과거 인권위 입장과 배치되는 발언을 한 사실도 드러났다. 안 후보자는 2020년 “(차별금지법이) 국민의 기본권과 자유권을 제약한다”고 했다. 그러나 인권위는 2006년부터 차별금지법 제정을 권고했다. 헌법재판소는 2018년 6월 대체복무제가 없는 병역법 조항의 헌법불합치를 결정하며 대체복무제 도입을 권고했지만, 당시 안 후보자는 “대체복무는 국방의무의 직접적 내용인 병역의무의 범주에서 벗어난 사회봉사의무를 부과할 뿐”이라는 반대의견을 냈다. 인권위는 2018년 대법원의 양심적 병역거부자 무죄판결이 나오자 환영 성명을 냈다.
과거 발언이 구설수에 오른 적도 있다. 안 후보자는 2021년 12월 한국국제크리스천스쿨 강연에서 학생들에게 “오래돼서 정확한 기억은 안 나지만 내가 대학교 때 본 책에 의하면 진화론의 가능성은 0”이라며 “그런데도 사람들은 하나님의 말씀, 창조론을 믿기 싫기 때문에 그냥 진화론을 주장하고 그러면서 자신들의 생각들을 거기에 붙여서 이야기했다”고 말했다. 과학적 상식인 진화론을 부정해 논란에 휩싸였다.
2019년 한 칼럼에서는 “대한민국은 1948년 한반도에서 주권이 국민에게 있는 민주공화국으로 탄생”, “건국 당시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 중 하나”라는 표현으로 비판을 받았다.
서미화 민주당 의원은 안 후보자가 장남에게 갭 투기 방식으로 편법 증여를 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서 의원은 안 후보자가 2020년 5월 강남구 대치동 우성아파트를 장남에게 28억 원에 매각하고, 서울 강남구 수서동 강남 더샵포레스트 아파트를 23억 2000만 원에 구입했다고 밝혔다. 한겨레에 따르면 당시 우성아파트 실거래가는 33억 5000만 원이다. 시세보다 낮은 가격에 거래가 이뤄진 셈이다.
서 의원에 따르면, 안 후보자가 헌법재판관 재임 마지막 해인 2018년 신고한 장남의 재산은 현금 7248만 원이었다. 2년 만에 28억 원의 아파트를 구매한 것이다. 장남은 2019년부터 법무법인 태평양에서 조세 전문 변호사로 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장남 배우자의 재산이 더해졌을 가능성은 있다. 장남은 아파트를 매입한 뒤 전세로 돌리고, 서울시 강남구 힐스테이트에 거주하고 있다.
#‘반노동 발언’ 노동부 장관
올해 73세인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은 과거 ‘노동운동 대부’로 불렸다. 김 장관은 1951년 경상북도 영천에서 나고 자랐다. 1970년 서울대학교 경영학과에 입학했고, 학생운동에 참여했다. 1971년 10월 15일 학원의 군사화를 거부한 전국학생시위로 처음 제적됐다. 제적 이후 1972년까지 고향에 내려가 4H운동, 야학 활동 등 농민운동에 힘을 썼다. 1974년에는 불온세력의 조종을 받아 국가를 전복하고 공산정권 수립을 추진했다는 혐의로 관련자 180여 명이 구속된 ‘민청학련’ 사건으로 다시 제적됐다.
이후 김 장관은 노동운동에 투신했다. 과거 언론 인터뷰에 따르면 그는 고 김근태 의장과 구로공단에 위장 취업했다. 오전에는 공장에서 미싱사로 일했고, 저녁에는 사람들과 만나 노동 문제에 관해 토론했다. 하루 12시간 일하고, 1만 원을 받았던 경험도 있다고 밝혔다. 한일도루코 노조위원장으로 있을 때는 해고당하기도 했다. 이후 구로동맹파업을 주도하다 남영동 대공분실로 끌려가 고문을 받은 후 구속됐다. 1986년 직선제 시위 주도 혐의로 구속됐고, 1988년 특별사면으로 풀려났다.
김 장관은 1994년 민주자유당(국민의힘 전신)에 입당하며 보수 정치인으로 전향했다. 1992년 14대 총선 때 장기표 민중당 후보자가 서울 동작구갑 선거에서 3위로 낙선했다. 당시 김 장관은 장 후보자의 사무장이었다. 이때 민자당 총수를 맡고 있던 고 김영삼 전 대통령이 입당을 권유했다고 한다.
보수 정치인이 된 김 장관은 15~17대 총선에서 내리 3선을 했다. 이 시기 운동권과 노동계에 적대적인 발언을 하며 거리두기를 시작했다. 2006년 경기도지사 자리에 올랐고, 2010년 재선에 성공했다. 이때 대권 잠룡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김 장관은 2016년 20대 총선과 2018년 7회 지방선거에서 연거푸 낙선한 뒤 극우 행보를 보이기 시작했다. 2020년에는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담임목사와 자유통일당을 창당했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에 반대하는 태극기 집회에도 나갔다. 윤석열 정부 때는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으로 임명됐다.
이용우 민주당 의원은 김 장관이 경사노위 위원장으로 있었던 약 1년 9개월(2022년 9월 30일~2023년 8월 4일) 사이 직접 주재한 회의는 한 번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서면 회의는 두 번 진행된 것으로 전해졌다. ‘김문수TV’ 제작국 출신 최 아무개 씨를 경사노위 자문위원으로 위촉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김 장관이 반노동적 발언을 한 사실도 드러났다. 2022년 김 장관은 하이트진로 화물노동자 파업에 대해 “불법 파업에는 손배(손해배상) 폭탄이 특효약”이라고 말했다. 2009년 쌍용차 사태에는 “쌍용차 노조는 자살특공대”라고 발언해 논란이 됐다. 앞서 대법원은 쌍용차 사태는 국가폭력이라고 규정했다.
2018년 8월 12일 인천 남동구 사랑침례교회 강연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이 ‘건국 70주년은 행사 못 하겠다, 건국은 1948년 8월 15일이 아니라 1919년’이라는 이상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며 “1919년은 일제 식민지 시대인데 무슨 나라가 있느냐. 나라가 없으니까 독립운동을 했지”라고 했다. 1948년 8월 15일을 건국절로 기념해야 한다는 뉴라이트 역사관을 가지고 있음을 드러내는 대목이다.
성적 막말도 도마 위에 올랐다. 경기도지사 시절인 2010년 11월 서울대 강연에서 “소녀시대부터 시작해서 완전히 휩쓸고 있잖아요. 내가 봐도 아주 잘생겼어요. 쭉쭉빵빵이야 정말”이라고 말했다. 다음 해 6월에는 기업 최고경영자 조찬 간담회에서 “춘향전이 뭡니까. 변사또가 춘향이 X먹으려는 것 아닙니까”라고 발언했다.
#“인사권은 대통령 권한”
윤석열 대통령은 8월 29일 김문수 장관 임명을 강행했다. 윤 대통령이 야당 동의 없이 장관급 후보자를 임명한 것은 이번이 27번째다. 앞서 8월 26일 열린 인사청문회는 “일제시대 때 나라가 망했는데 무슨 국적이 있느냐”는 김 장관 발언에 야당 의원들이 반발하면서 파행됐다.
민주당은 김 장관 탄핵을 고려중이다. 8월 27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야당 의원들은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탄핵까지 검토하겠다고 예고했다. 다만 한 환노위 소속 민주당 의원은 “일부 (탄핵을 주장하는) 분들이 계셨다”며 “아직은 구체적으로 이야기할 상황은 아니었다. 당에서 의견을 조율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안창호 후보자에 대해서는 송곳 검증을 예고했다. 안 후보자 인사청문회는 9월 3일 실시 예정이다. 한 국회 운영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은 “뉴라이트식 역사관, 소수자에 대한 차별적인 발언을 많이 했다는 게 나왔다”며 “당 차원에서 결정된 것은 아니지만, 개인적으로는 완전 부적격이라고 보고 있다”고 했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전반적으로 대통령 인사권을 존중해야 한다는 기류인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부적절한 과거 언행이 연이어 드러나자 ‘방어하기 버겁다’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8월 26일 열린 김문수 장관 인사청문회에서 우재준 국민의힘 의원은 “젊은 시절 뜨겁게 노동 운동에 매진했고, 국회의원으로 활동하면서도 대부분 기간을 환노위에서 활동했다”며 “말씀 중에는 우려가 되는 것들도 있지만, 행동에는 전혀 부끄러움 없게 살아오지 않았나”라고 강조했다.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은 “충분한 자질도 되고, 능력도 있고, 노동자들에 대한 애정이 녹아 있는 분”이라면서도 “(논란에 대해서는) 유감을 표명해야 할 부분도 있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한 핵심 관계자는 “김문수 장관도 그렇고 인사 과정에서 논란이 생기면 부담이 된다”며 “김 장관은 경사노위 위원장도 하고 경기도지사도 했다. 그러나 개혁이나 변화에 맞는지에 대한 논란이 있을 수 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강성 이미지로 비춰져 있다. 노동계하고 싸우겠다는 것 아니냐는 이미지를 줄 수 있어 우려되는 것은 사실”이라며 “(의원들 사이에서는) 왜 이렇게까지 해서 시끄럽게 하냐는 말도 나온다”고 전했다. 안 후보자에 대해서는 김 장관보다 당에 부담이 덜 된다고 평가했다.
다른 국민의힘 관계자는 “(논란 때문에) 부담이 되는 것은 맞다. 그러나 지금 가뜩이나 당정갈등 이야기가 나오는데 대통령 인사권에 당이 뭐라 할 수는 없는 것”이라며 “그리고 대통령 임명권이 있는데 민주당이 이것을 무시하고 있는 것이 말이 안 된다. (청문회장 충돌 같은) 갈등은 국민 보기에 안 좋지만, 대통령제 국가에서 불가피하게 발생할 수밖에 없는 문제”라고 했다.
이강원 기자 2000won@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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