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싼 서울 집값은 대출 변수에 민감…금리 인하하면 지방이나 비아파트가 더 크게 영향받아
미 연준이 9월 기준금리를 내리면 부동산과 주식시장 등 자산시장에는 훈풍이 불 것이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곧바로 내리지 않더라고 글로벌 시장금리는 떨어진다. 금리는 모든 자산시장의 중력이라는 말이 회자된다. 이론적으로 볼 때 낮아진 금리만큼 금융비용이 낮아져 투자 수익률이 오른다. 당연히 가격은 상승요인으로 작용한다.
하지만 부동산은 금리 하나만으로 집값을 단정 짓기는 어려운 일이다. 정신분석학의 ‘중층결정’처럼 여러 가지 변수들이 서로 영향을 미치면서 가격과 거래량이라는 결과를 만들어낸다. 거시적 환경이나 금융 정책 등을 함께 고려하는 ‘맥락적 사고’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이런 말을 꺼내는 것은 최근 들어 정부가 가계대출의 문턱을 높이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기준금리 인하는 집값을 끌어올리는 상승요인이지만 대출 문턱 높이기는 하락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시장에선 호재와 악재 간 시소게임을 할 가능성이 크다. 그런데 시장에서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상당 부분 선반영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한때 연 2%대까지 낮아진 점, 강남 등 일부 핵심지역 아파트값이 신고가를 경신한 점을 볼 때 그렇다. 이 때문에 지금 시점에선 금리 인하보다 대출 규제의 약발이 더 크게 먹힐 수 있다.
서울에선 집값이 비싸 집을 살 땐 대출을 낄 수밖에 없다. 그만큼 가계대출 규제 영향이 지방보다 클 수 있는 셈이다. 실제로 부동산학 연구논문을 보면 서울 주택시장에선 금리변수보다는 대출 변수의 상관관계(탄력성)가 더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또 최근 다른 논문에선 수도권의 경우 주택담보대출의 증감이 먼저 주택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밝혀졌다. 대출금리 인하가 주택가격에 먼저 영향을 주는 지방 주택시장 구조와는 다르다는 것이다.
물론 기준금리의 ‘파워’를 무시하라는 뜻은 아니다. 국토연구원에 따르면 2011년 1월부터 2021년 12월까지 실거래가 변동에 미치는 변수의 기여도를 조사한 결과 대출 규제는 13.4%로 기준금리 45.7%보다 훨씬 낮다. 하지만 요즘 들어 주택담보대출에서 변동금리보다 고정금리를 선택하는 비율이 크게 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한번 고정금리로 대출을 받으면 시시각각 변하는 시중금리 흐름에서 거리를 둘 수 있다. 실제로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7월 주택담보대출 가운데 고정금리 비중은 잔액 기준으로 64.3%에 이른다. 이 통계조사가 시작된 2013년만 해도 21.3%만 고정금리를 선택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격세지감이다. 신규기준으로는 요즘 주택담보대출은 대부분 고정금리(7월 96.4%)로 빌린다. 요컨대 과거 변동금리에 대출을 내던 그 시절에 비해 금리변동에 따른 주택시장 영향이 줄어들 수 있는 것이다.
서울 핵심지역 아파트시장에선 기준금리 인하보다 대출 규제에 무게 중심을 더 두는 게 좋을 것이다. 정부의 대출 규제로 아파트 거래량이나 가격 상승세가 주춤할 것이다. 다만 수요자가 원하는 주택 공급이 당장 늘어날 수 없고 상승 기대심리도 여전해서 곧바로 내림세가 나타나긴 어렵다. 즉 수요둔화가 가격하락으로 이어지기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럴 때일수록 시장을 구분해서 접근하는 게 좋을 것 같다. 미국 기준금리가 인하된다면 가격이 덜 오른 지역이나 상품에는 단비가 될 수 있다. 가령 지역적으로 서울 강남권이나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보다 외곽이나 경기, 인천, 지방이 해당될 것이다. 그리고 상품으로서는 빌라, 상가, 빌딩, 토지 등 비아파트에 영향을 끼쳐 거래에 숨통이 트이는 효과가 있을 것이다.
내 집 마련 수요자들은 기준금리 인하와 정부의 대출 규제 수위를 함께 고려해서 결정해야 할 것이다. 집값이 잡히지 않는다면 정부가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에 전세자금대출을 포함한다든지, LTV(주택담보대출인정비율)를 하향 조정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껑충 뛴 호가를 뒤따라 매수하기보다 시장을 관망하면서 추이를 지켜보는 게 좋을 것이다. 실거래가 고점(2021년 10월)을 넘어 신고점을 경신한 지역이나 아파트는 특히 조심해야 한다.
박원갑 박사는 국내 대표적인 부동산 전문가다. 고려대 정치외교학과를 나와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부동산학 석사, 강원대 부동산학 박사를 받았다. 한국경제TV의 ‘올해의 부동산 전문가 대상’(2007), 한경닷컴의 ‘올해의 칼럼리스트’(2011)를 수상했다. 현재 KB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부동산수석전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정책 자문위원이다. 저서로는 ‘부동산 미래쇼크’,‘ 한국인의 부동산 심리’ 등이 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부동산수석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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