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마 성분을 이용해 쿠키로 만드는 ‘대마쿠키’가 성행하고 있다. 지난 10월에 대마쿠키를 몰래 들여와 고향 후배에게 먹인 강 아무개 씨(여·33)가 서울에서 검거된 데 이어, 자신의 집에서 대마쿠키를 수시로 구워 먹은 영어 유치원 강사 A 씨(40)가 경남 창원에서 붙잡혔다. 대마쿠키는 현재도 이태원, 홍대 인근 클럽에서 암암리에 거래되는 중이다. 겉은 일반 쿠키와 비슷하지만 속은 확연히 다른 대마쿠키를 파헤쳐 봤다.
대마쿠키는 대마를 기름 상태로 농축한 해시시오일과 밀가루를 섞어 쿠키로 만든 신종마약이다. 외국인 근로자, 영어강사, 유학생 등이 해외에서 대마쿠키를 가져온 것이 그동안 국내에 퍼져왔다.
동대문 경찰서 마약수사팀 윤흥희 팀장은 “대마쿠키가 처음 국내에 들어온 것은 2000년대 이후”라며 “최근에도 이태원이나 홍대 인근 클럽, DVD방을 중심으로 대마쿠키가 거래되고 있다는 첩보를 받았다”라고 말했다.
대마쿠키는 대마초보다 대략 3배 정도의 강한 효과가 있다고 한다. 해시시오일 자체가 대마가 고농축된 기름이고, 식품 형태라 직접 섭취를 하기 때문이다. 최근 대마쿠키를 먹었던 강 씨의 후배 A 씨는 심한 복통으로 병원에 실려 갔다. 대마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사람이나 몸이 약한 사람은 치명상을 입을 수도 있는 것이다.
윤 팀장은 “대마쿠키는 강한 효력만큼 중독성이 강하다. 해시시오일의 비율을 높일 경우 심하면 생명에도 지장을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렇다면 대마쿠키는 실제로 국내에 어느 정도까지 퍼져 있을까. 외관으론 보통 쿠키와 식별이 불가능하고 워낙 비밀리에 거래되다 보니 정확하게 파악하기는 어렵다는 게 경찰 관계자의 설명이다.
국내에서 대마쿠키를 접했다는 유학생 A 씨는 “아는 유학생이나 외국인들과 클럽에서 친분을 쌓으면 대마쿠키를 권유받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면서 “이태원에 위치한 H 호텔 지하 찜질방이나 인근 골목길 등에서도 대마쿠키가 거래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유학생 B 씨는 “대마쿠키는 간편하게 먹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유학생들 사이에서는 마약이 아닌 그냥 ‘케이크’ 정도로 통한다. 가격은 쿠키 하나에 4000~5000원 선으로 저렴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유학을 다녀오지 않았거나, 외국인을 접할 기회가 없는 이들에게 대마쿠키는 생소한 마약이기도 하다. 홍대 인근 클럽에서 만난 C 씨(26)는 “클럽을 자주 다니면서 떨(대마초의 은어) 얘기는 좀 들어봤어도 대마쿠키는 처음 들어본다”며 신기해 했다.
대마쿠키의 제조법은 해외 사이트를 통해 쉽게 접할 수 있다. 해외에서는 대마쿠키를 ‘해시브라우니’, ‘해시쿠키’, ‘스페이스 케이크’ 등으로 부른다. 레시피는 베이킹파우더와 물의 양까지 지정해 줄 정도로 상세하다. 최근 붙잡힌 영어 유치원 강사 A 씨도 캐나다에서 익힌 조리법을 기준으로 대마쿠키를 만들어 먹었다.
한편 해외 네티즌들은 직접 자신의 제조법을 사이트의 댓글이나 블로그를 통해 공유하기도 한다. 심지어 영국에서는 대마초를 이용한 요리 레시피를 35개나 소개한 요리책도 있다. 네덜란드에서는 대마쿠키를 일부 카페에서 구입할 수 있다고 한다.
캐나다에서 유학 중인 D 씨(28)는 “아는 형네 집에 들렀다가 식탁에 놓여 있는 쿠키를 먹었는데, 알고 보니 대마쿠키였다”며 “캐나다에서 대마쿠키는 길에서 대놓고 판매할 만큼 일상화되어 있다”고 말했다. 이에 동대문경찰서의 윤 팀장은 “이러한 분위기 때문에 외국에서 유학생활을 하는 많은 청소년이나 대학생들이 호기심에라도 대마쿠키를 맛보게 되는 것”이라며 “조리법을 쉽게 접할 수 있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대마쿠키를 만들기 위해 쓰이는 해시시오일은 미국에서 쉽게 구할 수 있다. 해시시오일은 진통제로 분류된 약품이기 때문에 미국 약국에서 처방받을 수 있다고 한다.
윤 팀장은 “미국 국적을 가진 이들이 해시시오일을 들여오는 경우가 많다”며 “국내에서는 해시시오일을 소지만 하고 있어도 처벌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대마쿠키의 확산은 현재도 진행 중이다. 일반 쿠키와 생김새가 비슷하고 딱히 냄새가 나지 않기 때문에 세관에서 적발해내기 어렵다고 한다. 최근에는 부산, 대구 등지의 원어민 영어강사들이 학생들에게 대마쿠키를 무상으로 나눠준다는 첩보가 들어온다고 한다.
윤 팀장은 “수사에 어려움은 있지만 대마쿠키와 관련한 첩보를 꾸준히 입수하고 있다”며 “주변 유학생이나 외국인들이 권하는 수상한 쿠키는 섭취를 자제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박정환 인턴기자 kulkin85@naver.com
1950년대 미국서…다양하게 진화 중
대마쿠키는 누가 처음 만들었을까. 한국마약퇴치운동 본부에 따르면 1950년대 미국의 앨리스 B. 토크라스라는 여성이 땅콩과 아몬드, 버터 등을 섞어 만든 쿠키 반죽에 마리화나를 넣은 것이 최초의 해시 브라우니(대마쿠키)라고 한다. 이후 대마쿠키는 마리화나 대신 ‘해시시오일’을 첨가하게 됐고, 유럽 등지로 널리 퍼져갔다. 초기에 대마쿠키는 식사를 하고 먹는 후식용 과자였지만, 최근에는 카페에서 차와 함께 먹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대마쿠키 외에도 초콜릿과 해시시오일을 섞은 ‘대마초콜릿’도 최근 유행을 타고 있다. 미국의 대마식품 쇼핑몰인 ‘메디칼마리화나’는 다양한 형태의 대마초콜릿을 비롯해 대마사탕, 대마음료까지 종류별로 판매하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