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석현 중앙일보 회장 | ||
지난해와 올해에 이어 유명인 테마를 이끈 인물이 ‘구본호’ 씨.‘LG가 3세’로 알려진 구본호 씨는 ‘구본호 효과’라는 말을 낳을 정도로 코스닥 최고의 유명인이 됐다.
LG그룹의 물류부문을 전담하고 있는 범한종합물류의 2대 주주인 구본호 씨는 고 구인회 LG그룹 창업주의 동생인 고 구정회 씨의 손자다. 구본호 씨의 아버지 고 구자헌 씨는 구자경 LG그룹 명예회장과 사촌이며, 구본호 씨는 구본무 LG그룹 회장과 6촌 관계다.
구본호 씨의 주식 투자 솜씨는 전문가들도 혀를 내두를 정도다. 지난해 9월 적자에 허덕이던 미디어솔루션은 7000∼9000원대에서 오르내리던 주가가 3만 원대로 수직상승했다. 구 씨가 투자한다는 소식이 시장에 알려지면서다.
구 씨는 지난해 9월 말 미디어솔루션 주식 100만 주(70억 원)규모 유상증자에 참여했다. 151억 원 규모의 신주인수권부사채를 받아갔고 전 최대주주 보유주식 45만 주도 양수했다. 지분을 30% 이상으로 끌어올리면서 미디어솔루션을 인수한 지 한 달여 만에 300억 원대의 수익을 챙겼다.
불과 두 달 후 미디어솔루션은 범한여행을 흡수합병한다. 범한여행은 지난 2005년 매출 404억, 영업이익 65억, 당기순이익 51억 원을 기록한 알짜기업. 당시 범한여행은 범한종합물류가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었고 범한종합물류는 구본호 씨가 2대 주주이고 그의 모친이 1대 주주다.
한편 대테러 장비업체 C&S디펜스는 미국 메이저리그 박찬호 선수에 이어 김병현 선수까지 투자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주가가 연일 급등했다.
에이에스이는 홍석현 중앙일보 회장 2세인 홍정도 홍정인 씨가 지분을 인수하며 상한가로 치솟았다. 홍 회장 일가는 지난해 11월에도 코스닥 상장사 에스티씨라이프에 60억 원을 출자, 전환사채를 인수했으며 홍 회장의 세 자녀들도 에스티씨라이프 지분 19.59%를 보유하고 있다. 에스티씨라이프는 한 달여 만에 주가가 2배까지 치솟기도 했다.
지난해에는 효성그룹 오너 3세인 조현준 효성 부사장이 미디어코프에 투자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주가가 요동쳤고, 진대제 전 정보통신부 장관도 쏠리테크 자회사인 아미커스 등기임원으로 선임돼 쏠리테크의 주가를 끌어 올렸다.
이처럼 ‘유명인’ 테마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한동안 지속될 전망이다. 하지만 투자에 동참하는 일은 좀 더 신중히 고민할 필요가 있다. 직설적으로 말하자면 ‘테마주’ 특성이 그렇듯 가짜 양주를 마신 것처럼 뒤끝이 좋지 않다. ‘대박’을 쫓다가 자칫 ‘쪽박’ 찰 가능성이 십중팔구다. 적금을 드는 게 더 나을 것으로 보인다.
▲ 영화배우 배용준 씨 | ||
‘주식은 장기 투자가 최고야’를 외치며 그 주식을 지금까지 들고 있었던 투자자들은 대개는 주가가 반의 반토막이 났을 것이다. 운이 좋지 않다면 퇴출돼 휴지 조각이 된 주식을 손에 들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실제로 지난해와 올해 초까지 주식시장을 가장 뜨겁게 달궜던 연예인 테마를 보자. 스타연예인들은 이름값을 내세워 기존 상장사를 인수합병(M&A)하는 방식으로 주식시장에 발을 들여놨다. 그들의 인기처럼 투자자들의 시선을 끌어모아 관련 주가는 연일 급등했다. 하지만 급등한 주가에 맞지 않게 실적은 참담했다.
최근 100억 원 가까운 세금을 내 화제가 된 영화배우 배용준 씨가 최대 주주로 있는 엔터테인먼트업체 키이스트는 지난해 상반기 매출 8억 원에 6억 7000여 만 원의 당기순손실을 냈다. 이는 장동건 효과를 톡톡히 봤던 스타엠도 마찬가지. 스타엠은 지난해 상반기 매출 31억 원에 62억 원 규모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분기 기준으로도 2·4분기에 전분기보다 6.59배에 달하는 54억 400만 원의 순손실이 발생했다.
차인표·신애라 씨 부부가 증자에 참여한 세고엔터테인먼트는 지난해 상반기 매출 31억 원, 영업손실 18억 원을 내면서 적자에 허덕이고 있다.
투자자들은 잠깐의 ‘짝사랑’에 큰 피해를 봐야 했다. 키이스트는 지난해 4월 8만 8700원까지 급등했던 주가가 7000원대까지 주저앉으며 사실상 10분의 1토막이 났다. 스타엠 역시 지난해 5월 1만 7850원까지 치솟았던 주가가 2000원대로 떨어졌으며 세고엔터테인먼트 역시 7000원대에서 900원대로 수직하강했다.
실적이 뒷받침되지 않고서는 주가가 오르지 못하는 것은 재벌가가 경영하는 제조업체도 마찬가지다. 휘닉스피디이와 STS반도체통신은 삼성, 엑사이엔씨는 LG와 친족관계에 있는 코스닥기업이다.
휘닉스피디이는 삼성그룹과 사돈관계인 홍석현 중앙일보 회장 형제가 대주주로 있는 회사로 플라스마디스플레이패널(PDP) 파우더를 생산하고 있으며 삼성SDI와 LG전자에 납품하고 있다. 반도체패키징 전문업체인 STS반도체 역시 보광그룹 계열사다.
휘닉스피디이는 PDP시장이 어려워지면서 지난해 7000원에 머물던 주가가 3000원 수준까지 급락했고 STS반도체 역시 1만 2000원대에서 6000원대로 반토막이 났다. LG그룹 구자경 명예회장의 막내동생인 구자극 전 LG상사 미주법인 회장이 장남과 함께 운영하고 있는 엑사이엔씨 역시 주력인 전자부품사업과 클린룸 사업이 부진, 주가가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신동민 대우증권 연구원은 “최근 대기업 계열 3세나 연예인들의 증자 참여로 급등하는 기업이 속출하고 있다”면서 “유명세와 더불어 자금 동원력이 충분한 이들의 증자 참여는 해당기업을 알리는 홍보 도구로 이용되고 있다”고 최근 상황을 설명했다.
신 연구원은 “유명인들의 증자 참여가 초기 투자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그 효과가 검증되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전용기 파이낸셜뉴스 기자 courage@f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