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손의료보험은 생명보험사와 손해보험사 모두 판매하는데 보험료가 많지 않다 보니 다른 보장성 보험에 특약 형태로 부가해야만 가입할 수 있다. 병원의료비 중에서 건강보험공단이 부담하지 않는 비급여 의료비의 90%까지 보험금으로 지급하는 상품이다. 보장 내용은 모든 회사, 모든 상품이 동일하다. 하지만 보험료는 천차만별, 무려 2.5배나 차이가 난다.
먼저 생보사의 보험료가 손보사보다 평균 41.9%가 비싸다. 남자 40세, 입원비 5000만 원, 통원비 30만 원의 동일한 가입금액을 기준으로 손보사인 메리츠화재가 연 9만 6126원으로 가장 저렴했다. 반면 생보사인 ING생명이 24만 1406원으로 가장 비싸 무려 2.5배의 차이가 났다. 조사결과 모든 생보사 상품의 보험료가 손보사의 그것보다 비쌌다. 동일한 기준으로 생보사가 연간 평균 19만 83원이고, 손보사가 13만 3958원으로 5만 6125원(월 4677원, 41.9%) 차이가 났다.
손보와 생보끼리 상품을 비교해 볼 때 손보에서는 앞서 언급했듯 메리츠화재가 가장 저렴했고, 농협손보가 15만 7530원으로 가장 비싸 6만 1404원, 63.8% 차이가 났다. 생보에서는 동부생명의 실손의료보험료가 17만 2557원으로 가장 저렴했고 역시 앞서 언급한 ING생명이 가장 비싸 동일한 보장이면서 6만 9346원 많아 40% 차이를 보였다.
동일한 보장에 보험료가 차이가 나는 것은 상품별로 위험률과 사업비가 다르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이 정하는 위험률 및 이율을 적용해 산출한, 보험금 지급을 위한 보험료를 표준순보험료라고 하는데, 이것과 대비한 수준을 나타내는 것을 ‘보험료지수’라고 한다. 산출식은 ‘보험료지수 = 납입보험료 현가총액 ÷ 표준순보험료 현가총액 × 100’이다. 이 보험료지수가 높으면 사업비가 많이 부가되어 있고, 위험률 할증률이 높아 보험료가 그만큼 비싸다는 뜻이다. 보험료지수는 보험상품요약서에서 찾아 볼 수 있다.
실손의료보험의 보험료지수는 생보사 평균 150.5%로 표준보다 50.5% 보험료가 비싸고, 손보사는 평균 135.2%로 표준보다 35.5% 보험료를 더 받는 것으로 조사됐다. 생·손보를 비교해 보면 생보사가 11.3%포인트 사업비를 더 부가한 셈이다. 표준순보험료도 생보사는 평균 12만 6217원, 손보사는 9만 9005원으로 생보사가 27.4% 더 높은 위험률을 사용했다. 생보사의 보험료가 더 비싼 이유다.
실손의료보험은 대부분 3년이나 5년 후 갱신하는 갱신형 상품으로 갱신시 보험료가 많이 오를 수 있으나, 신규가입시 저렴한 것이 갱신시 더 비싸게 역전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실손의료보험의 갱신보험료는 손해율을 감안해 위험률을 조정하는 것으로, 생보사는 연령인상분 정도가 반영되지만 손보사는 손해율이 높아 갱신보험료가 너무 많이 올라 민원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에 금융감독당국이 현재 특약 형태로만 판매하는 실손의료보험을 주계약 단독상품으로 개발, 판매하도록 하고 갱신주기도 1년형 상품으로 유도하며 본인부담금을 현재 10%에서 20%로 높인 상품을 만들도록 하겠다고 발표했다.
조연행 금융소비자연맹 상임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