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동빈 롯데 부회장 등 롯데 2세들이 부동산 대박을 터뜨렸다. | ||
그런데 피는 못 속이는 모양이다. 그의 자녀들 또한 부동산을 통해 쏠쏠한 재미를 보는 것으로 드러났다. 신 회장의 차남이자 장차 한국롯데를 물려받을 것으로 평가받는 신동빈 부회장이 서울 문정동 일대에 매입해놓은 부동산이 대박을 터뜨리고 있다. 신동빈 부회장의 대박 레이스에 신 회장 장남인 신동주 일본 롯데 부사장과 신 회장 조카인 신동인 롯데쇼핑 사장도 동참하고 있다. ‘아버지의 이름으로’ 문정동 일대에서 부동산 신화를 써나가는 신동빈 부회장이지만 그의 부동산 매입과정에 대한 논란 또한 제기되는 실정이다.
신동빈 부회장과 신동주 부사장, 그리고 신동인 사장이 보유하고 있는 서울 문정2동 일대의 토지는 최근 서울에서 제일 시끌벅적한 곳 중 하나다. 대규모 유통단지와 법조타운, 주택단지 건립 등을 골자로 하는 택지개발 사업이 한창인 까닭에서다. 이런 곳에 신동빈 부회장을 비롯한 롯데가 2세들은 20여 년 전부터 대규모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었다.
문정 지하철역 동쪽에 위치한 문정1동에는 이미 대규모 상가와 고층 아파트, 공원단지 등이 조성돼 있다. 최근 들어 평당 시세 2000만~3000만 원을 호가할 정도의 금싸라기 땅이 된 상태다.
그러나 문정역 서쪽에 위치한 문정2동 일대는 그동안 이런저런 이유로 개발이 미뤄졌다. ‘서울의 마지막 미개발 노른자위 땅’이란 수식어가 붙을 정도로 개발에 대한 소문만 무성했을 뿐 몇 해 전까지만 해도 건너편에 위치한 문정1동 지역의 땅값 상승을 부러워하기만 했을 뿐이었다.
신동빈 부회장 형제들이 대규모 부동산을 보유한 지역도 바로 문정2동 일대다. 신동빈 부회장 형제들이 이 일대 토지를 매입하기 시작한 것은 1980년대 초반이다. 신 부회장은 지난 1981년 11월 문정동 397번지 일대 토지를 시작으로 현재 문정역 근처에 있는 토지들을 차례로 사들이기 시작했다. 그의 형인 신동주 부사장도 비슷한 시점인 1981년 12월 문정동 373번지 일대를 시작으로 인근 토지 매입을 시작했다. 이들 형제는 1985년까지 문정동 일대 토지를 꾸준히 매입해 나간다. 이 행렬에 사촌지간인 신동인 사장도 문정동 509번지 일대 토지를 매입하면서 동참한다.
▲ 신동인 롯데쇼핑 사장. | ||
이 부동산에서 신동빈 부회장의 몫이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한다. 1985년까지 신 부회장이 사들인 토지는 289 308 384 388 391 396 397 409 483 484 486번지 일대로 1만 3750평에 이른다. 같은 기간 동안 신 부회장의 형이자 롯데가 장남인 신동주 부사장은 210 280 346 364 373 390번지 일대 토지 5683평을 사들였다. 이들의 사촌인 신동인 사장도 문정동 509번지 일대 785평 토지를 매입했다. 신동빈-신동주-신동인 3인방이 1981년부터 1985년까지 4년간 사들인 문정동 토지만 총 2만여 평에 이르는 셈이다.
1980년대 초에 대규모 토지를 매입했으나 2000년대 초까지만 해도 이 일대에 별다른 변화가 없었으니 ‘넓은 땅을 놀린다’는 소릴 들을 법도 했다. 그러나 2004년에 접어들면서 신동빈 부회장과 그 형제들의 ‘부동산 복’이 결코 아버지 신격호 회장에 뒤떨어지지 않음이 증명되기 시작했다. 2004년 1월 서울시와 송파구가 문정2동 일대 3만 2500평 규모의 법조타운과 37만 평 규모의 미래형 산업·업무 단지 조성 계획을 발표한 것이다. 2007년에 15만 평 규모의 상업단지가 완공돼 이곳에 청계천 상인들의 새 터전과 동남권 유통단지가 들어서게 되며 2007년 이후엔 나머지 22만 평 대지에 정보기술(IT)·바이오기술(BT) 기업을 유치할 첨단 산업단지가 조성될 예정이다.
2004년 1월 서울시와 송파구의 문정동 일대 개발 계획 발표 이후 이 일대 토지에 대한 SH공사의 수용 절차가 시작됐다. 지난 2005년 신동빈 부회장이 갖고 있던 문정동 289 397 409번지 일대 5023평과 신동주 부사장이 보유하고 있던 280번지 일대 토지 595평이 SH공사에 넘어가면서 공시지가와 비슷하거나 이를 조금 넘는 금액으로 보상받았다고 전해진다. 인근 부동산 업자들에 따르면 2005년 당시 SH공사가 해당토지 지주들에게 평당시세 250만~300만 원선의 보상액을 지급했다고 한다.
업자들에 따르면 신 부회장 형제들이 이 일대 토지를 매입했던 1980년대 초반엔 땅값(실거래가)이 현재 공시지가(260만 원)의 10분의 1에도 미치지 못했다고 한다. 당시 평당시세가 20만 원 선이었다고 말하는 업자도 있다. 2005년 당시 SH공사의 토지 수용가를 250만 원으로만 잡아도 신동빈 부회장은 최소 115억 5000만 원, 신동주 부사장은 13억 7000만 원 정도의 시세차익을 실현한 셈이다.
▲ 문정택지개발지구 내에 위치한 신동빈 롯데 부회장 소유의 땅.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 ||
신동빈 부회장을 비롯한 롯데 2세들이 아직 갖고 있는 문정동 일대 토지가 향후 SH공사에 300만 원에 넘어간다고 가정해보자. 이들이 문정동 토지를 매입한 1980년대 초반 평당시세 20만 원선을 근거로 환산해 보면 막대한 시세차익 실현이 예상된다. 아직 8132평을 갖고 있는 신동빈 부회장은 227억 7000만 원, 5088평을 보유하고 있는 신동주 부사장은 142억 5000만 원의 시세차익을 올릴 것으로 보인다. 이들의 사촌인 신동인 사장은 현재 785평을 갖고 있으므로 22억 원 정도의 시세차익 실현이 예상된다.
지난 2005년에 신동빈 부회장 형제가 이미 실현한 이익과 합산해보면 문정동 일대 토지 보유를 통해 신동빈 부회장이 343억 2000만 원, 신동주 부사장이 156억 2000만 원가량의 시세차익 실현을 앞두고 있는 셈이다. 문정동 일대 법조타운 조성 완공시점인 2010년까지 SH공사가 현 수용가격대로 신동빈 부회장 형제의 부동산을 사들이게 된다면 신동빈-신동주-신동인 형제가 거둬들인 전체 시세차익은 501억 6000만 원에 이를 것이다. SH공사와 지주들 간의 갑론을박이 계속되고는 있지만 결론이 어찌 나든 간에 신 부회장 형제들이 갖고 있는 토지의 가치가 더 올라가면 올라갔지 떨어질 일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신동빈 부회장과 그 형제들이 문정동 일대 토지로 엄청난 시세차익을 올리게 된 점 외에도 눈길을 끄는 대목이 하나 더 있다. 외국 국적을 갖고 있던 신 부회장이 1만 3750평 규모의 부동산을 매입할 수 있었던 배경을 두고 하는 말이다.
IMF 외환위기 사태를 맞이한 지난 1998년 외국인토지거래법이 변경돼 외국 국적을 지닌 사람들이 내국인과 마찬가지로 자유롭게 부동산 거래를 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그 이전까지는 외국인들의 토지 거래가 그리 간단치 않았다. 1998년 이전까진 외국인이 부동산을 취득하기 위해선 행정기관의 허가를 받아 실수요 범위 내의 토지만을 취득할 수 있도록 제한돼 있었다.
신 부회장은 지난 1955년 2월생으로 태어난 지 8개월 만인 1955년 10월에 국적을 상실했다가 41년 만인 지난 1996년 8월에 다시 국적을 회복한 것으로 알려진다. 1955년부터 1996년까지 41년간 외국인이었던 셈이다.
그런데 신 부회장 명의로 된 문정동 일대 토지 등기부등본을 보면 의아한 점이 발견된다. 문정동 308-5 소재 토지는 신 부회장이 지난 1984년 7월에 취득했다가 지난 2005년 5월 SH공사에게 명의가 넘어간 것으로 나타나 있다. 그런데 원 소유주였던 신 부회장 이름 옆에 한국 국적을 지닌 사람과 같은 주민등록번호가 기재돼 있다. 외국 국적에서 한국 국적으로 바뀔 경우 주민등록번호 뒷자리를 시작하는 숫자가 ‘1’이나 ‘2’가 아닌 다른 숫자로 바뀌어서 공문서에 기재되게끔 돼 있다. 그런데 등기부에 나타난 신 부회장 이름 옆에 적힌 주민등록번호 뒷자리는 숫자 ‘1’로 시작한다. 신 부회장은 국적을 상실했다가 회복한 경우로 이중국적이었던 것으로도 볼 수 없다. 당시 신 부회장이 사용하기 어려운 주민등록번호가 기재된 등기부등본이 아직도 대법원 전산등기시스템에 남아있는 점이 눈길을 끈다. 해당 주민등록번호를 갖고 신 부회장이 토지 매입을 하는 데 행정상 제재는 없었을지에 대한 의문도 따른다.
천우진 기자 wjchu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