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처럼 부의 상징은 그 자체보다 사회구성원들이 어떻게 인식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가령 농경사회에는 부가가치 생산의 원천이었던 논밭을 많이 가질수록 부자로 인정받았다. 산업화 시대에는 공장이 그 기능을 담당했다. 요즘은 도심의 고가 아파트나 빌딩을 보유한 사람들이 부자로 인정받는다. 우리가 잘 알다시피 현대인의 삶에서 집은 단순한 거주 공간을 넘어섰다. 자신이 축적한 부를 저장하고 늘리는 대표적인 자산(Asset)이 되었다.
자산은 ‘가진 것의 묶음’을 의미하는 재산과는 다르다. 자산은 나의 욕망보다 타자의 욕망에 따라 가치가 결정된다. 집이 자산 역할을 하게 되면 효용가치보다 시장에서 교환되는 가격이 중요해진다. 자산시장에선 직접적으로든, 간접적으로든 누구나 가격의 우상향 기우제에 참여하는 일원이 된다. 그 염원이 강하면 종교적 소망이 된다.
부동산 불패 신화는 부동산 가격이 절대로 내려가지 않을 것이라는 굳건한 믿음이다. 부동산에 대한 무조건적인 믿음은 다분히 신앙적이다. 불패 신화의 정반대 쪽에서 폭락론이 잠시 득세할 때가 있지만 오래 지속되지 않았다.
아직은 부동산 불패 신화가 한국 사회의 지배적 정서이다. 부동산, 특히 아파트를 가진 대다수 사람은 가격이 오르기를 염원한다. 자신의 복을 비는 기복신앙과 닮아있다. 아파트 가격에 대한 우상향 맹신은 ‘아파트교(APT敎)’를 연상케 한다. 아파트라는 콘크리트 구조물을 믿는 것은 아니다. 시장에서 형성되는 아파트 가격을 신봉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보면 아파트 그 자체가 아니라 아파트 가격을 믿는 종교에 가깝다. ‘아파트교’는 한국에서 유독 두드러지는 세속화된 종교이자 현대판 기복신앙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래저래 많은 사람이 아파트를 사는 순간 ‘아파트교’ 신도로 산다. 술자리에서 건배사로 “재건축(재미있게, 건강하게, 축복하며 살자)”, “재개발(재밌고, 개성 있게, 발전적인 삶을 살자)”을 외치는 나라는 대한민국밖에 없을 것이다. 강남 재건축은 아파트 대박을 꿈꾸는 욕망의 상징이다. 별다른 의식 없이 내뱉는 이런 말들이 ‘아파트교’의 독실한 신도가 되어버린 시대상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게 아닌가 싶다.
하지만 집이 자산화되면 오를 때는 상승 폭도 크지만 내릴 때 하락 폭도 크다. 2022년 미국발 고금리 쇼크로 아파트값이 급락했던 것처럼 ‘변동성 쇼크’가 심하게 나타난다. 주거 공간 차원에서 아파트 선호 현상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살기 편한 곳으로 아파트만 한 게 없다. 하지만 아파트 가격은 항상 우상향만 하는 것이 아니다. 시장가격은 상승과 하락을 반복하는 사이클이다. 많이 올라 거품이 잔뜩 끼면 그만큼 많이 떨어지게 되어 있다. 우리나라도 이제 인구 감소에 경제도 저성장 시대로 접어들었다. 그런 만큼 가격 우상향에 대한 맹신보다 그 믿음이 어긋날 수 있다는 회의적 사고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아울러 단순한 재테크의 수단을 넘어 집의 본래적 가치를 다시 한번 되짚어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박원갑 박사는 국내 대표적인 부동산 전문가다. 고려대 정치외교학과를 나와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부동산학 석사, 강원대 부동산학 박사를 받았다. 한국경제TV의 ‘올해의 부동산 전문가 대상’(2007), 한경닷컴의 ‘올해의 칼럼리스트’(2011)를 수상했다. 현재 KB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부동산수석전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정책 자문위원이다. 저서로는 ‘부동산 미래쇼크’,‘ 한국인의 부동산 심리’ 등이 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부동산수석전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