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프 중심 요리 예능 재점화 전망…K-푸드·요리까지 글로벌 영향력 확산 기대
#안성재와 수십 명 셰프들의 존재감
방송 프로그램의 목적은 다양한데, ‘스타 탄생’이 그중 하나다. 스타가 탄생하면 화제가 유발되고 시청률이 올라간다. 아무리 재미있고 유익한 방송일지라도 스타가 탄생하지 못하면 성공했다는 평가를 듣기 어렵다. 이런 측면에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흑백요리사’는 분명 성공한 프로그램이라고 할 수 있다.
우선 눈에 띄는 건 심사위원으로 출연한 안성재 셰프다. 그는 2024년 기준 국내 유일의 미쉐린 가이드 3스타 레스토랑 파인 다이닝 ‘모수 서울’의 오너 셰프로, 방송 전부터 이미 요식업계의 유명 스타였다. 그러나 ‘흑백요리사’를 거친 지금은 업계를 넘어서 많은 국민이 아는 유명인으로 등극했다. 특히 초반부 흑수저 요리사 80명의 대결을 심사하는 과정에서 두드러진 안성재의 존재감은 백종원의 아성을 넘어설 정도였다. 회를 거듭하며 국민 요리 멘토 백종원의 존재감이 진가를 드러냈지만 안성재 역시 분명한 무게를 유지했다.
백수저와 흑수저 셰프들 사이에도 요식업계 유명인이 다수 포함됐지만, 상당수는 잘 알려지지 않은 재야의 고수들이었다. 그러나 이들 역시 방송 회차를 거듭하며 대중에 확실히 존재를 각인시켰다. 이렇게 ‘흑백요리사’는 안성재를 중심으로 수십 명의 셰프를 국민들이 아는 스타로 키워냈다.
이는 최근 들어 다소 주춤했던 요리 예능 열풍의 재점화를 이룰 기폭제가 될 전망이다. 201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방송가에는 요리 예능 열풍이 불었다. JTBC ‘냉장고를 부탁해’, tvN ‘수요미식회’, tvN ‘한식대첩’, JTBC ‘쿡가대표’ 등 유명 셰프들이 출연하는 요리 예능 프로그램이 큰 인기를 끌었는데 현재는 이런 흐름이 많이 꺾인 상태다. 오히려 KBS ‘신상출시 편스토랑’, tvN ‘삼시세끼’, tvN ‘서진이네’, ENA ‘현무카세’ 등 연예인 중심의 요리 예능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이 같은 변화 이유는 셰프 출신 스타급 방송인의 수가 제한적이었던 터라 그 자리를 요리 잘하는 연예인들이 채울 수밖에 없었던 것이 꼽힌다. 이전까지는 그나마 백종원 정도가 꾸준히 방송가에서 제 자리를 지켜왔지만, 이번 ‘흑백요리사’로 방송가에 안성재를 비롯한 수십 명의 새로운 셰프 출신 스타급 방송인이 쏟아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와 함께 이들을 활용한 요리 예능 프로그램도 대거 등장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K-요리 열풍, 관광 상품까지 이어질까
‘오징어게임’만큼은 아니지만 ‘흑백요리사’도 큰 인기를 얻었다. 넷플릭스에서 서비스된 만큼 국내는 물론이고 글로벌 인기까지 거두었다. 한국 콘텐츠가 글로벌 인기를 끌면 긍정적인 효과가 크다. 기본적으로 K 열풍이 배가된다. 이미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K-푸드 산업에 상당한 영향이 기대된다. 요리 예능 프로그램으로 관심을 끌었던 만큼 단순히 공장 생산되는 음식 제품 외에도 ‘K-요리’ 등 조리법과 관련한 높은 관심도 기대해볼 만하다.
‘흑백요리사’ 출연 셰프가 운영하는 레스토랑을 방문하기 위해 한국 방문을 결정하는 외국인들이 많아지면 관광산업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되지만, 아쉽게도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이미 내국인의 방문도 어려울 만큼 예약이 꽉 찬 레스토랑들이라 해외 관광객까지 기회가 돌아가긴 쉽지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외국에도 미쉐린 가이드에서 스타를 받은 레스토랑은 많으니 프로그램 인기 외에 해외 관광객들을 유인할 수 있을 만한 요인은 적을 수밖에 없다. 한식 위주의 요리 예능이 아니기 때문에 생기는 한계다.
사실 서울 도심의 요식업 자영업자들 사이에선 ‘흑백요리사’ 열풍에 따른 낙수효과를 기대하는 목소리도 컸다. 파인 다이닝 시장이 전반적으로 활성화될 수도 있다. 그렇지만 아직까지는 ‘흑백요리사’ 출연 셰프들의 레스토랑에서만 손님 증가 현상이 나타날 뿐 업계 전반이 활성화되는 효과는 감지되지 않는다. 방송 출연 식당에 국한하지 않고 인근 상권 전반의 활성화에 포커스를 뒀던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과는 기획부터 달랐단 요리 예능이다.
#시즌 2 참가자 섭외 1순위는 ‘고든 램지’
넷플릭스는 2025년 하반기 공개를 목표로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 시즌2 제작을 확정했다. 시즌1 제작사 스튜디오슬램(대표 윤현준)의 김학민·김은지 PD와 모은설 작가가 다시 의기투합해 시즌2를 만든다.
아직 구체적인 기획 내용까진 알려지지 않았지만, 제목이 그대로인 만큼 백수저 셰프들과 흑수저 셰프들의 요리 계급 전쟁이라는 큰 틀은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시즌1을 통해 스타덤에 오른 셰프가 많아졌으니 시즌1에 흑수저로 출연했던 셰프들이 백수저로 이동해 출연하는 사례도 꽤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 시즌1 성공으로 흑수저 셰프로 출연하려는 재야의 고수들도 많이 모일 것으로 기대된다.
모은설 작가는 10월 15일 취재진을 만나 “시즌2 섭외 1순위는 고든 램지로 시즌1이 공개되자마자 고든램지코리아 측에 연락을 넣은 상태”라며 “심사위원으로 많은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했는데 이번엔 참가자로 참여해 보시는 게 어떨까 싶다”고 밝혀 화제가 됐다.
시즌1에서 아쉬움으로 남은 부분들을 어떻게 채워나갈지도 관심사다. 한 방송 관계자는 “‘흑백요리사’에는 파인 다이닝뿐 아니라 중식, 한식, 이태리식, 퓨전 요리 등 다양한 셰프들이 출연했고 식자재도 다양하게 활용됐지만 결국 파인 다이닝이 중심이 됐다”며 “시즌2에서는 한식과 중식 등 다른 영역이 더 강조되면 좋을 것 같다. 따지고 보면 기획 의도와 달리 파인 다이닝 셰프들이 워낙 강했다. 시즌2에선 다른 영역의 셰프들이 많이 출연해 저력을 뽐내야 프로그램의 중심도 변화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김은 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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