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경 (주)신세계 회장 승진, 책임경영 강화…리스크 차단 ‘선제 조치’ 분석도, 쓱닷컴 지분 향방 주목
#계열분리 공식화한 신세계그룹
신세계그룹이 지난 10월 30일 2025년 정기 임원인사를 단행했다. 이번 정기 인사의 핵심은 정유경 (주)신세계 총괄사장이 부회장을 거치지 않고 (주)신세계 회장으로 곧바로 승진한 점이다. 2015년 12월 총괄사장으로 승진한 지 9년 만이고 오빠인 정용진 신세계그룹 전 총괄부회장이 회장으로 승진한 지 약 9개월 만이다.
정유경 회장이 정용진 회장과 동등한 직급에 오르면서 이마트와 신세계의 독자 경영에는 한층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이번에 (주)신세계, 즉 신세계백화점에도 회장이 생기면서 정용진·정유경 남매가 이마트와 신세계를 각각 진두지휘하는 것이 공식화됐다. 이번 인사가 계열분리의 한 포석으로 받아들여진 셈”이라고 말했다.
사실 신세계그룹의 계열분리는 오랜 시간 준비돼 왔다. 신세계그룹은 2011년 신세계와 이마트를 별도 법인으로 분할했다. 두 법인이 지주사 역할을 하면서 2019년에는 백화점 부문과 이마트 부문을 신설해 백화점 산하로는 패션/뷰티, 아울렛, 면세점 등을 배치하고 이마트 아래로는 슈퍼와 편의점, 호텔, 건설 사업 등을 배치했다. 앞서의 유통업계 관계자는 “계열분리를 마쳐도 양사의 주력 사업군이 백화점과 대형마트로 나뉘기에 겹치지 않는다. 서로 같은 시장을 놓고 경쟁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신세계그룹은 1997년 삼성그룹으로부터 독립해 출범한 후 2023년 기준 그룹 전체 매출이 약 71조 원을 넘어섰다. 현재는 농협을 제외하면 재계 순위 10위에 올라 있는 신세계그룹은 계열분리가 이뤄지고 나면 이마트는 재계 11위, 백화점 중심의 신세계는 26위에 오르게 된다. 신세계그룹은 향후 계열분리 작업을 완성하기 위해 공정거래위원회가 정한 법적 절차를 밟아나가겠다고 밝힌 상태다.
신세계 관계자는 “지금까지 물밑작업을 해온 부분도 있지만 향후 오랜 시간에 걸쳐 정리해야 할 것들도 많이 남아 있기 때문에 더 구체적인 내용은 추후에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이마트 성장동력 찾을 수 있을까
자산 규모는 이마트 부문(43조 원)이 신세계 부문(19조 원)보다 크지만 주력 사업부문의 희비는 엇갈린다. 올해 2분기 신세계백화점은 분기 기준 역대 최대 매출을 기록했다. 올해 2분기 매출액은 1조 7462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6% 늘었다. 반면 이마트의 경우 올해 2분기 연결 기준 매출 7조 560억 원, 영업손실 346억 원을 냈다. 영업손실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184억 원 줄였으나 매출도 3% 감소했다. 상반기 기준으로는 125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흑자 전환에 성공했지만 비용을 아끼면서 낸 ‘반짝 흑자’로 보는 시선도 만만치 않다.
이마트의 재무구조도 악화되고 있다. 신세계건설, 조선호텔앤리조트, 신세계프라퍼티, 이마트24 등 계열사 지원이 계속되면서 차입금 의존도는 지난해 2분기부터 내내 30%를 상회하고 있다. 부채비율도 2018년 89.1%에서 2020년 112.8%, 지난해 141.7% 순으로 매년 늘었다. 올해 상반기에는 국내 신용평가 3사의 2024년 상반기 정기 신용평가 결과 신용등급이 AA(안정적)에서 AA-(부정적)로 강등되기도 했다.
이마트 부문의 부진이 지속되면서 이명희 총괄회장이 리스크를 차단하기 위해 계열분리를 공식화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계열분리가 원래 예정돼 있긴 했으나 시장의 예상보다는 빠른 조치라는 평가가 나온다. 신세계그룹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안정적으로 사업을 영위하는 부문에도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리스크 차단을 위해 선제적으로 나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김익성 동덕여대 평생교육원장은 “계열분리를 공고히 해서 수익·리스크를 모두 완전히 분리하려는 움직임”이라며 “정유경 회장이 경영 능력을 인정받았다고 볼 수 있다. 백화점 부문의 경우 고급화 전략으로 불경기에도 수익을 잘 내고 있기 때문에 이 시점에서 어머니인 이명희 총괄회장이 가르마를 한 번 타 준 것”이라고 말했다.
추후 정리가 필요한 쓱닷컴의 지분 향방에도 이목이 쏠린다. 신세계그룹 계열사들이 이마트 부문과 백화점 부문으로 나뉘어 있지만 쓱닷컴만큼은 이마트(45.6%)와 신세계(24.4%)의 지분이 섞여 있기 때문이다. 장기적으로는 지분을 더 많이 보유하고 있고 이커머스 플랫폼 지마켓을 이미 갖고 있는 이마트 부문으로 쓱닷컴이 넘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쓱닷컴의 지분 정리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쓱닷컴의 수익성이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쓱닷컴은 2019년 818억 원, 2020년 469억 원, 2021년 1079억 원, 2022년 1111억 원, 2023년 1030억 원 등 지난 5년간 4500억 원이 넘는 적자를 냈다. 당분간은 ‘불편한 동거’가 계속될 수 있으리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쓱닷컴에 대해 박성의 진짜유통연구소 소장은 “오픈마켓으로 나아가면서 시장을 넓히는 방법도 있지만 이미 옥션·지마켓을 사놨기 때문에 카니발라이제이션(자기 잠식)이 될 확률이 높다. 이커머스 플랫폼들을 합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성장동력 확보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조철휘 아주대 대학원 MBA 교수는 “오프라인 점포의 부진으로 이마트 자체도 돌파구 찾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자금력 손실도 큰 상황이고 쿠팡이 온라인에서는 계속 격차를 내며 앞서나가고 있는 중”이라며 “다만 대형마트의 규모가 있기 때문에 향후 어떤 사업 모델을 개발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여지는 있다고 본다”라고 제언했다.
김정민 기자 hurrymin@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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