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몽구 현대차 회장 | ||
그룹 총수들 중엔 현대차그룹의 정몽구 회장이 268억 원을 배당받아 5대 재벌 총수일가 전체 배당액 1147억 원의 25%를 차지할 정도의 절대 우위를 보였다. 재계 1위 삼성의 이건희 회장은 144억 원, LG 구본무 회장은 90억 원, SK 최태원 회장이 27억 원, 롯데 신격호 회장이 13억 원을 각각 배당받았다.
재벌가 인사들 중 연초 주주배당을 통해 주머니를 가장 크게 불린 인물은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다. 그룹의 대표 계열사인 현대자동차가 1월 25일 보통주 1000원, 우선주 1100원의 배당을 실시해 정몽구 회장이 114억 원을 받게 됐다. 정 회장은 2월 8일 글로비스 배당(보통주 150원)으로 16억 원, 2월 15일 현대모비스 배당(보통주 1250원, 우선주 1300원)으로 85억 원, 같은 날 현대제철 배당(보통주 500원, 우선주 500원)으로 53억 원의 현금을 확보했다. 올 초 계열사 배당으로 정 회장 주머니에 들어온 현금은 총 268억 원에 이른다.
정 회장 아들인 정의선 기아차 사장은 현대차 지분이 소량(보통주 6445주, 우선주 298주)에 불과해 배당액은 700만 원에 그쳤다. 그러나 자신이 최대주주(지분율 31.88%)로 있는 글로비스 배당을 통해 18억 원을 받게 됐다.
정몽구-정의선 부자를 제외한 나머지 현대차 총수일가 인사들이 계열사 현금배당을 통해 받게 되는 금액을 다 합치면 7500만 원 정도가 된다. 정몽구 회장 한 사람 몫인 268억 원의 0.28%에 불과하다. 현대차그룹 대주주 일가의 정 회장에 대한 지분 편중이 어느 정도인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는 정의선 사장으로의 지분 승계 작업이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삼성의 이재용 전무가 후계 승계에 필요한 지분을 확보해놓은 반면 정의선 사장은 기아차 지분 1.99% 외엔 핵심 계열사 지분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현재 현대차 지분 1% 매집에 필요한 돈은 1500억 원 정도이며 기아차 지분 1% 매집엔 430억 원 정도가 소요된다. 정 사장으로선 이번 배당액을 지분 매집에 다 쏟아도 모자랄 판인 셈이다.
통장에 들어온 금액만 놓고 보면 재계 1위 삼성의 이건희 회장도 부러워할 정도지만 정몽구 회장의 최근 심사가 그리 편해 보이지 않는다. 현재 정몽구 회장은 현대차 비자금 사건으로 재판을 받고 있다. 지난해 대국민 성명을 통해 약속한 1조 원 사회헌납 이행 방법 또한 정 회장의 고민거리일 수밖에 없다.
그룹 대주주 명부에 오른 총수일가 전체가 수령한 금액으로만 놓고 치면 LG그룹이 재계 서열 1위에 올라 있다. 지난해 SK에 밀려 재계 서열 3위 자리마저 내주고 말았지만 배당액만큼은 재계 1위 자리를 놓치지 않고 있는 것이다.
LG그룹의 지주회사인 (주)LG 대주주 명부엔 최대주주인 구본무 회장과 그 친인척 47명이 올라있다. 구 회장은 우호지분 49.45%를 확보해 (주)LG를 장악하고 이를 토대로 LG그룹을 지배하고 있다. 이 중 구 회장 본인을 포함한 친인척 소유 지분이 47.19%로 절대적 비중을 차지한다.
(주)LG는 지난 2월 8일 주당 500원의 현금배당을 실시했다. 구 회장과 대주주 명부에 올라있는 친인척들이 현금배당을 통해 챙긴 금액은 405억 원에 이른다.
현재 패션부문 분리가 진행 중인 LG상사의 대주주 명단에도 구본무 회장과 그 친인척 63명이 올라있다. 올 초 LG상사가 주당 500원의 현금배당을 하면서 구 회장과 총수일가가 수령한 금액은 66억 원을 웃돈다. (주)LG와 LG상사 배당을 통해 구 회장을 포함한 총수일가는 470억 원을 웃도는 돈벼락을 맞은 셈이다.
LG그룹에서 가장 큰 돈보따리를 거머쥔 인사는 역시 구본무 회장이다. (주)LG 최대주주인 구 회장은 (주)LG의 배당을 통해 90억 원, LG상사를 통해 4000만 원을 받게 됐다. 구 회장의 양자로 LG가 4세 장자인 구광모 씨는 (주)LG 배당으로 24억 5000만 원, LG상사 배당으로 1억 7000만 원을 챙겼다. 이미 그룹 내 2인자 입지를 다져 황태자 칭호를 듣고 있는 현대차그룹의 정의선 기아차 사장보다 걸음마 단계인 구광모 씨가 배당액에서는 크게 앞선 것. 그밖에 구 회장 부인 김영식 씨는 (주)LG에서 37억 원, LG상사로에서 4000만 원을, 구 회장 장녀인 구연경 씨는 (주)LG에서 7억 4000만 원, LG상사에서 2500만 원을 각각 받게 됐다.
▲ 신동빈 롯데 부회장 | ||
LG그룹 총수일가의 현금배당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그룹 내 미성년 갑부들에 대한 얘기도 단골메뉴로 거론된다. 초·중·고교생들이 해마다 엄청난 금액을 배당받는 점이 논란이 되고 있는 것.
(주)LG와 LG상사의 대주주 명단엔 구본무 회장 막내딸을 포함한 총 10명의 미성년자들이 포함돼 있다. 자손이 많기로 유명한 LG그룹 총수일가의 미성년 갑부들은 LG그룹 지분구조에서 적지 않은 몫을 차지하고 있다. (주)LG 지분 0.68%(119만 7594주)와 LG상사 지분 1.33%(51만 5814주)가 LG그룹 미성년 갑부들의 몫이다.
500억 원대에 육박하는 LG그룹 계열사 지분을 지닌 이들 미성년 갑부들은 올 초 자신들이 대주주로 참여하는 법인들의 현금배당을 통해 대박을 터뜨렸다. (주)LG 배당으로 6억 원, LG상사 배당으로 2억 5000만 원이 이들 미성년 인사들의 몫이 됐다. 별다른 생계수단 없이 부모와 친인척으로부터 LG 계열사 지분을 증여받았을 것으로 보이는 이들 미성년 갑부 10명은 올 1~2월 각자 자신의 은행계좌에 8000만 원 이상의 현금이 입금된 것을 확인했을 것이다.
국내 1위인 삼성그룹 총수일가 중 올 초 현금배당을 받은 인사들은 이건희 회장과 부인 홍라희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 그리고 이 회장 아들 이재용 전무다. 이 회장은 지난 1월 12일 삼성전자의 주당 5000원 배당을 통해 137억 원, 1월 15일 삼성물산 주당 350원 배당을 통해 7억 7000만 원을 각각 확보했다(보통주 기준). 총 144억 원을 상회하는 셈이다. 삼성전자 배당을 통해 홍 관장은 54억 원, 이 전무는 42억 원을 받게 됐다. 이들 일가가 현금배당으로 거둬들인 총액이 240억 원을 웃도는 셈이다.
금산법 개정안 시행 이후 삼성전자의 적대적 인수 합병 가능성이 거론되는 것에 대해 이건희 회장 측이 신경을 쓰고 있을 법하다. 이 회장의 삼성전자 지분이 1.86%에 불과하고 홍라희 관장은 0.74%, 이재용 전무는 0.57%에 그친다.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지분 2.26%를 곧 처분해야 하는 상황이라 이 회장 측이 삼성전자 지배권을 안정적으로 유지해 훗날 이재용 전무에게 넘겨줄 방안이 모색돼야 하는 시점이다.
재벌가 인사들이 현금배당을 받아 주요 계열사 지분 매입에 활용하고는 있지만 이번 이 회장 일가의 배당액이 삼성전자 지분 매입엔 큰 보탬이 될 수 없을 듯하다. 삼성전자 지분 1%를 사들이는 데 9000억 원가량의 돈이 들기 때문에 다른 방법을 강구하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상단 기사 참조).
최태원 SK 회장은 지주회사인 SK(주)가 1월 23일 주당 1900원(보통주)의 배당을 실시해 24억 원을 받게 됐다. 그밖에도 최 회장은 SK케미칼의 현금배당으로 3억 3000만 원을 챙기지만 나머지 계열사들의 현금배당 수혜는 거의 보지 못했다. 지분 보유율이 취약하기 때문이다. 핵심계열사인 SK텔레콤이 SK(주)의 3배가 넘는 주당 7000원의 현금배당을 했지만 최 회장 보유지분이 100주에 불과해 배당액은 70만 원에 불과하다.
최태원 회장의 사촌 형인 최신원 SKC 회장은 자신이 대표이사로 있는 SKC 배당에서 2억 3000만 원을 챙겼고 최태원 회장의 사촌동생이자 최신원 회장의 친동생인 최창원 SK케미칼 부회장은 자신이 대표이사로 있는 SK케미칼로부터 4억 6000만 원을 받게 됐다.
SK 전체 계열사 현금배당을 통해 최 회장 일가의 몫으로 배당된 금액은 총 37억 원이다. 지난해 SK그룹이 좋은 실적을 올리고 다른 기업에 비해 고배당을 했음에도 총수일가의 지분 보유율이 낮기 때문에 배당액 규모도 5대 그룹 중 최하위일 수밖에 없다.
롯데그룹은 신격호 회장이 여전히 경영을 총괄하고 있지만 최근 들어 한국 롯데에선 신동빈 부회장의 경영권 장악에 탄력이 붙었다는 평을 듣는다. 올 초 현금배당을 통해 드러난 롯데그룹 총수일가 배당액 순위에서 신 부회장이 단연 으뜸이다. 오너에 대한 지분 편중이 심한 다른 재벌들과 대조를 이룬다.
지난해 신 부회장의 주도 하에 상장을 했던 롯데쇼핑은 지난 1월 25일 주당 1250원의 현금배당을 실시했는데 최대주주인 신 부회장과 형인 신동주 일본 롯데 부사장이 나란히 53억 원씩을 받게 됐다. 신 부회장은 롯데칠성 배당으로 1억 5000만 원, 롯데제과 배당 2억 원, 롯데삼강 1800만 원을 포함해 총 57억 원에 가까운 배당액을 챙기게 됐다. 이는 재벌가 후계자들이 수령한 배당액 중 가장 높은 수치다.
신동주 부사장은 롯데쇼핑 53억 원, 롯데칠성 8400만 원, 롯데제과 1억 3600만 원, 롯데삼강 1800만 원으로 총액 55억 원을 웃돌면서 신 부회장의 뒤를 이었다. 그룹 총수인 신격호 회장은 롯데쇼핑 4억 4000만 원, 롯데칠성 3억 1000만 원, 롯데제과 5억 원, 롯데삼강 3500만 원으로 13억 원에 가까운 배당액을 챙겼다.
신 회장의 맏딸인 신영자 롯데쇼핑 부사장은 롯데쇼핑 2억 8000만 원, 롯데칠성 7800만 원, 롯데제과 1억 원, 롯데삼강 750만 원을 포함해 총 5억 원에 못 미치는 배당액을 기록했다. 동생들인 신동주-신동빈 형제의 10분의 1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롯데그룹 총수일가가 올 들어 주주배당을 통해 받게 되는 금액은 총 130억 원에 이른다.
천우진 기자 wjchu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