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에너지차 증가 따라 수명 다한 배터리 급증…기술력 높지만 정책과 법규는 걸음마 단계
최근 중국의 한 연구기관은 2025년 중국의 폐배터리가 82만 톤(t)에 달할 것이라고 예상해 화제를 모았다. 이에 따르면 2028년 이후엔 매년 260만t 규모의 폐배터리가 나올 것으로 점쳐졌다. 2018년부터 전기차 판매가 크게 늘어난 것과 깊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전기차의 경우 탄소 배출이 없어 친환경 자동차로 평가받지만 배터리는 그렇지 않다. 폐배터리엔 다양한 유해물질이 들어 있기 때문에 그냥 방치할 경우 환경을 훼손하게 된다. 별도의 처리 과정을 거쳐 폐기하거나 재활용을 해야 하는 이유다.
중국 당국은 얼마 전 ‘2024 신에너지 배터리 재활용 회의’에서 폐배터리 재활용 산업발전 보고서를 발표했다. 폐배터리에서 나온 원료를 회수, 이를 다시 배터리로 만들어 전기차에 공급하는 데 모든 역량을 쏟겠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현재 중국의 신에너지 자동차는 2472만 대다. 전체 자동차 보유량의 7.18%에 해당한다. 그중 전기차는 1813만4000대로 집계됐다. 전기차가 신에너지차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셈이다.
중국공업에너지절약협회 회장인 왕샤오캉은 “2030년부터 폐배터리는 감당하기 힘들 정도의 양이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최소 300만t 이상이다. 중국은 이를 어떻게 처리하느냐라는 문제에 직면할 것”이라면서 “이는 폐배터리의 재활용 시장 잠재력이 매우 크다는 뜻이기도 하다. 폐배터리가 많이 나올수록 폐배터리 재활용 업계는 빠른 성장을 이룰 것”이라고 했다.
앞서 중국은 2023년 말까지 전국 31개 성에 폐배터리 재활용 서비스망 1만 400개를 구축한 바 있다. 이를 위해 200여 개 기업이 동원됐다. 2024년 11월 기준 중국의 폐배터리 재활용 시장 규모는 1400억 위안(27조 원)으로 추산된다. 왕샤오캉 회장은 “향후 중국의 폐배터리 재활용 시장은 지금의 10배 이상 커질 것”이라고 점쳤다.
폐배터리 재활용 전문가이자 관련 기업을 운영하고 있는 바오웨이는 “중국은 배터리 제조에 필요한 코발트, 니켈 등을 거의 수입에 의존한다. 하지만 재활용을 거쳐 원료들을 얻을 수 있다. 그런 원료를 ‘그린 메탈’이라고도 부른다”면서 “폐배터리 재활용으로 만든 배터리는 원가가 낮기 때문에 소비자들에게도 저렴한 가격에 제공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했다.
중국 당국은 올해 들어 폐배터리 재활용 관리 방법을 비롯해 여러 관련 정책과 법들을 도입했다. 중국 청정생산협회 부회장 리리는 “국가 차원에서의 전폭적 지원으로 폐배터리 재활용 업계가 눈부신 성과를 기록하고 있다”고 했다.
또한 폐배터리 재활용 방법의 표준화, 추적 관리 플랫폼 도입, 기술 혁신과 개발 등을 추진하고 있다. 그동안 폐배터리 재활용 법규가 미비해 많은 업체들이 불편을 호소했다는 것을 감안한 조치다. 리리는 “폐배터리의 회수, 재활용은 국가의 핵심 전략 차원으로 끌어올렸다”고 귀띔했다.
물론, 폐배터리 재활용 정책은 여러 서방 국가들에 비해 아직 걸음마 단계로 평가받는다. 환경에 대한 인식이 최근 들어서야 바뀌기 시작한 것과 무관하지 않다. 기업들의 탄소배출관리가 여전히 초기 단계에 있는 것 역시 비슷한 맥락이다.
광저우의 한신에너지 부사장 리빈에 다르면 폐배터리 재활용 기술력은 이미 세계적 수준에 올라와 있지만 재활용률은 이에 못 미친다. 리빈은 “현재의 시스템으론 시판된 배터리를 다시 가지고 와 재활용하기까진 많은 어려움이 있다. 업계의 표준이 마련돼야 하고, 국가 감독 기구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업계에 따르면 상위권 업체들의 니켈과 코발트의 회수율은 98%다. 이보다 까다로운 리튬의 경우 90%에 도달했다. 그만큼 재활용 기술이 높다는 의미다. 하지만 앞서 언급했듯 재활용 처리 과정이 주먹구구식이고, 단계도 복잡하다. 또 운송과 유통 역시 보완할 부분이 많다. 리빈은 “폐배터리 재활용 시스템을 개선하지 않으면 중국 전체의 녹색 및 저탄소 발전은 심각한 방해를 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샤먼의 한 폐배터리 재활용 업체에서 총감독을 맡고 있는 주샤오밍은 지역에 배터리 회수 네트워크를 구축해 큰 성과를 거뒀다. 배터리 제조업체, 배터리 회수업체, 재활용 업체 등이 하나의 팀을 꾸린 결과 폐배터리 재활용은 크게 올라갔다.
주샤오밍은 “하나의 산업 사슬을 만들고자 한다. 배터리 제조부터 폐배터리 재활용까지 자동으로 이뤄지는 구조다. 이를 통해 최종적으론 재생 원료로만 배터리를 만드는 게 목표다. 그러면 굳이 배터리 제조에 필요한 원료들을 수입하거나 채굴하지 않아도 된다. 비용은 말할 것도 없고, 환경적으로도 최상의 시나리오”라고 말했다.
당국은 재활용 업체들 간 기술력 격차를 줄이는 데도 많은 투자를 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리튬의 경우 상위권 기업들은 90% 회수율을 기록하고 있지만, 중하위권 업체들은 아직 70%대에 그치고 있다. 당국은 업계 전체의 기술력과 생산능력을 높여 빠르게 늘어나고 있는 폐배터리 재활용 수요에 대응하기로 했다.
앞서의 리리는 “중하위권 업체의 발전, 신진 기업들의 시장 진출 등을 가속화하는 정책들을 장려할 계획”이라면서 “국가를 중심으로 관련 기업, 대학과 연구기관 등이 모두 참여하는 표준 시스템도 구축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중국=배경화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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