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령화 따라 현행 남60·여50세에서 늘리는 방안 추진…청년층 취업 경쟁 심화 우려 목소리
14차 5개년 계획, 중국 공산당 제20차 전국대표대회 보고서 등에서 올해 당국이 발표한 주요 과제의 핵심 중 하나는 점진적인 정년 연장이다. 인구 고령화에 적극 대응하는 차원에서 정년을 늘려야 한다는 게 당국의 판단이다.
중국 거시경제연구원 사회전략계획연구실 부주임 관보는 “인구 고령화는 이미 가장 기본적인 국가 상황이 됐다”며 “고품질 인구라는 맥락에서 사회의 노동요소 자원 잠재력을 더욱 방출해 전체 요소 생산성을 보다 적합한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현재 중국의 인구는 14억 1000만 명가량이다. 이 중 65세 인구가 차지하는 비중은 14%가량이다. 통상 7%를 고령화 사회로 보는데, 중국은 이미 이걸 넘어선 초고령화 사회인 셈이다. 60세로 범위를 넓히면 전체 인구의 21.1%다. 2035년경에는 60세 이상이 4억 명을 돌파, 전체 인구의 30%를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고령화의 중요한 원인은 기대수명이 크게 증가했기 때문이다. 2023년 중국의 평균 기대수명은 78.6세를 기록했다. 이는 건강한 상태에서 생존하는 기간도 늘어났다는 의미로 정년 연장의 필요성을 뒷받침한다. 여기에 과학기술 발전, 경제구조 변화에 따라 체력에 의존하는 노동은 갈수록 감소하고 있다. 반면,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하는 직업군은 증가하는 추세다.
중국인민대 노동인사학원 자오중 원장은 “지금의 정년제는 1950년대 확정 이후 사실상 큰 조정이나 변화가 없었다”며 “당시 인구 상황, 경제 발전으로 만들어진 정책 체계는 현재의 인구 구조와 사회 경제 발전과는 동떨어져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 노동·사회과학보장원 원장 모룽은 기대수명 연장 외에도 교육연수가 늘어났다는 부분에 주목했다. 새롭게 취업하는 신규 노동자의 교육연수는 1982년 8년에서 2023년 14년으로 크게 증가했다. 학부 이상 졸업생이 대거 취업전선에 뛰어들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모룽은 “노동자들이 일을 시작하는 연령이 늦춰졌다. 과거보다 평균 근속연수가 줄어든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정년 연장 개혁은 60대 노인들의 노동참여율을 높이고, 인적자원개발을 촉진하게 될 것”이라면서 “정년 연장은 노동연령 인구의 변화에 적응하고, 사회 전체의 노동 공급 수요의 균형을 맞추는 일”이라고 했다.
현행 법정 정년은 남자 60세, 여자 50세다. 이는 앞서 자오중 원장의 말처럼 70년여 전에 정해진 것이다. 중국 인구학회 부회장 위안신은 “과거와 비교해봤을 때 기대수명, 교육연수, 인구구조 등이 크게 변했다. 그에 맞춰 정년을 늦추는 것은 불가피한 흐름이고, 시대적 과제”라고 했다.
전문가들의 분석과는 달리 여론은 그리 곱지 않다. 특히 20~30대에선 정년 연장에 대한 반대 목소리가 주를 이룬다. 정년을 연장할 경우 청년들의 취업이 더욱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고령 근로자들 사이에서도 ‘일자리는 정해져 있는데 사람이 늘어나면 취업이 더 힘들어질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동극용 인민대 교수는 “나이에 따라 선호하는 업종이 다르다. 중첩도가 높지 않아 젊은층의 취업에 미치는 영향은 크게 제한적일 것”이라면서 “장기적인 관점에서 정년연장은 중국 노동 참여율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베이징에서 외국계 기업에 근무하는 한 30대 남성은 “정년을 늦추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다. 중국과 같은 인구 대국은 오히려 정년을 지금보다 더 앞당겨야 한다. 그래야 기업은 젊은 인재를 더 많이 채용할 수 있다. 지금 수백만 명의 젊은이들이 직장을 구하지 못하고 있다. 정년 연장은 백해무익”이라고 주장했다.
우한에서 대학을 다니는 왕샤도 비슷한 취지로 말했다. 그는 “정년을 연장하는 것보단, 젊은층의 채용을 늘리는 게 기업과 국가에 도움이 된다”면서 “직장을 그만둔 근로자들을 가정으로 복귀시켜 손자들을 돌보게 하면 젊은이들의 결혼과 양육에 대한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이는 저출산 대책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상하이의 한 직장인도 “굳이 정년을 늘려야 한다면, 그들을 단순 노무직으로 전환시키는 방법도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지금 단순 노동시장은 주로 외국인들이 맡고 있는데, 이로 인한 사회적 리스크가 크다. 가사도우미, 경비 등 단순 노무직에 고령 근로자를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는 “지금 20대뿐 아니라 30~40대 중에서도 직장을 찾지 못하는 이들이 많다. 그런데 정년을 연장하자는 얘기가 말이 되느냐”고 분통을 터트렸다.
이러한 반발에 중국 당국에선 내심 곤혹스러운 모습이다. 많은 전문가들의 분석, 경제적 필요성 등과는 별개로 비판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 당국 관계자는 “이렇게까지 반대가 많을 줄 예상하지 못했다. 보다 신중하게 접근할 문제로 보인다”면서도 “중국은 2022년 마이너스 출생을 기록했다. 인구적으로 봤을 땐 마이너스 성장이다. 노동력 부족은 곧 온다”고 했다.
자오중 원장도 “제도적 개혁을 통해 국가 노동력의 규모를 늘리지 않으면 중국 경제는 뒤처질 수밖에 없다. 정년 연장 계획을 점진적으로 착실하게 추진해야 한다”고 했다. 자오중 원장은 “인력의 배치를 최적화하는 방법으로 젊은층에 미칠 수 있는 부작용을 최소화해야 한다. 결국 정년 연장은 노동시장의 유연성과 효율화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점쳤다.
중국=배경화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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