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어린이 6% 수학 장애” 상하이 센터 개원 올해 예약 꽉 차…돈벌이용 불과 시선도
지난 10월 8일 상하이 아동의학센터는 ‘공간과 수학학습 어려움’이라는 클리닉 센터를 열었다. 클리닉은 일주일에 한 번, 6명씩 상담을 한다. 개원 전부터 예약이 밀려들었고, 이미 올해는 꽉 찼다. 클리닉 관계자는 “수학 점수가 나쁘면 일종의 병일 수 있다. 병은 치료하면 낫는다”고 했다. 첫날 결과 2명이 수학 학습을 하기 어려운, ‘환자’인 것으로 판명이 났다.
이 클리닉은 상하이 아동의학센터 심리위생팀과 상하이교통대학 심리학원이 공동으로 설립한 것으로 많은 언론에 소개되며 화제를 모으고 있다. 인터넷상에선 갑론을박이 뜨겁게 벌어졌다. 수학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학생들에게 진짜 도움이 될 수 있는 것인지 관심이 모아지는 가운데, 단지 돈벌이용에 불과하다는 시선도 적지 않다.
베이징대의 한 교수는 언론 인터뷰에서 “기존에 있는 학습 클리닉과 뭐가 다른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한 블로거는 “수학은 타고난 머리가 있다. 즉, 유전”이라고 말했는데 이는 또 다른 논쟁을 낳았다.
10월 8일 아이를 데리고 클리닉 센터를 방문한 부모는 “아이의 수학 성적이 좋지 않은데 특히 기하 문제를 어렵게 푼다. 클리닉 개설 소식을 듣자마자 접수를 해 운 좋게 첫날 진찰을 받게 됐다”면서도 “치료를 하더라도 과연 효과가 있을지 모르겠다”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첫날 진료를 받은 6명 중 2명은 장쑤성과 쿤산에서 왔다. 나머지 4명은 상하이 현지 학생이다. 초등학교 3~4학년생, 중학생이 섞여 있었다. 클리닉 센터 소속의 상하이교통대 자오빙레이 박사는 “초등학교 3학년 이후엔 수학이 어려워진다. 성적 차이가 확연히 난다”고 전했다.
단지 수학 점수가 나쁘다고 진료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진료에 앞서 아이와 부모는 생활 스타일, 학습 태도와 성과, 수학을 할 때 어려운 부분 등에 대해 의사와 상담을 한다. 이를 토대로 지적평가, 주의력 평가, 공간능력 평가 등을 실시해 치료 대상인지를 걸러 낸다. 정서적 문제, 노력 부족 등 다른 이유가 나오는 경우엔 클리닉에 다닐 수 없다.
자오빙레이 박사는 “학생들에게 곱셈, 뺄셈, 나눗셈, 덧셈과 관련한 다양한 문제를 냈는데 유독 한 남학생이 나눗셈과 뺄셈을 힘들어 했다”면서 “그 학생은 우리 클리닉 치료 대상으로 분류됐다”고 말했다.
자오빙레이 박사에 따르면 곱셈과 덧셈은 기억의 추출을 통해 연산하는 것이다. 하지만 나눗셈과 뺄셈은 공간 능력을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머릿속에서 일종의 식을 형성해야 하는데, 이를 만들지 못하는 능력 부족이 부진한 수학 성적의 이유라는 설명이다. 자오빙레이 박사는 “이 능력을 클리닉 치료를 통해 향상시키면 수학 점수 역시 올라갈 것”이라고 했다.
클리닉 센터는 공간과 벡터와 관련된 지식, 그래픽과 추상적 기호에 대한 이해에 장애가 있는 학생들을 치료할 계획이다. 첫날 진료에서는 앞서의 남학생을 포함, 2명의 학생을 환자로 결론지었다. 나머지 4명의 학생은 주의력과 집중력 결핍 등 다른 원인이 나왔다.
클리닉 팀 책임자인 상하이 아동의학센터 소아과 정신 건강 전문의 마히취안은 “학습 장애는 크게 읽기, 쓰기, 수학 분야로 나눌 수 있다. 우리는 수학 장애에 초점을 맞췄다. 공간 지각과 상상력 부족으로 수학 장애를 겪고 있는 학생들에게 도움을 주고자 한다”면서 “공간지각과 상상력은 수학 점수와 밀접한 상관관계가 있다”고 말했다.
심리학에는 눈을 감으면 사과 한 개조차 상상할 수 없는, 이른바 ‘화면이 없다’는 현상을 다루는 내용이 있다. 뇌의 특정 영역 활동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수학 클리닉이 주목한 것도 이 지점이다. 마히취안은 “공간 지각이 떨어지고 상상력이 부족한 학생들은 관련 문제에서 큰 혼란을 겪는다. 이는 수학 과목에 대한 공포로까지 이어져 다른 유형의 문제에도 악영향을 미친다”고 했다.
수학 장애는 중국뿐 아니라 외국에서도 연구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클리닉 센터는 전체 어린이의 6%가량이 수학 장애에 해당할 것이라고 추산했다. 마히취안은 “저학년 때 수학을 못한다고 장애는 아니다. 단순히 계산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점수가 나쁠 수 있다. 진급할수록 계산 능력은 향상된다. 만약 이들이 점수가 오르지 않는다면, 그건 공부를 안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마히취안은 “기하학 문제를 풀어보라고 했을 때 유독 헤매는 학생들이 있는데, 공부를 못 하는 게 아니다. 두뇌 자체에 장애가 있는 것”이라면서 “이들에게 공부를 강요해선 안 되고 또 점수가 나쁘다고 비난해선 더더욱 안 된다”고 강조했다. 마히취안은 “어른들과 전문가들이 할 일은 수학 장애인지 여부를 정확히 판별해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클리닉 센터는 수학 장애를 겪고 있는 학생들의 문진표와 평가 결과를 면밀히 분석한 뒤 다양한 치료 프로그램을 실시한다는 방침이다. 우선 시각 공간 훈련은 퍼즐, 그래픽 조합, 공간 위치 인식 등으로 이뤄져 있다. 이를 통해 학생의 공간 인지 능력이 향상될 것으로 기대했다. 시각 공간 훈련이 마무리되면 수학적 계산과 공간 기술을 접목하는 치료를 한다.
마히취안은 “우리 클리닉의 장점은 게임화 학습이다. 휴대전화 애플리케이션, PC 게임, 가상현실 등을 모두 활용해 교육 게임을 설계했다. 학생의 공간 기술을 단련하는 데 큰 효과가 있는 것으로 결과가 나왔다”면서 “클리닉 학생들은 이러한 훈련을 장기간 지속적으로 받을 것이다. 6개월 후에 초기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중국=배경화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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