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지만 복지부의 결정에 대한 반발도 적지 않다. 개인의 불법행위로 인한 결과를 국민 모두가 지불하고 있는 건강보험으로 지원을 해주는 것이 적절한지 의문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익명을 요청한 한 약업계 관계자는 “마약 중독자에 대한 치료가 필요하다는 것에는 동의를 하지만 자신이 불법을 저지른 부분에 대해 공공기금을 사용해 치료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며 “만약에 치료를 한다면 정부 차원에서 예산을 지원해야 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현재 검진을 할 때도 어떤 목적이냐에 따라서 건강보험 적용 여부가 나뉘고 되느냐 차이를 두고, 희귀질환에 대해서도 적용이 안 되는 경우도 많은데 마약 중독이니까 건강보험 적용을 해주자는 것은 이런 기준들을 다 무시하는 셈”이라고 덧붙였다.
정부는 내년 질병관리청 예산안에서 희귀질환자 의료비 지원사업 예산을 올해 430억 원에서 내년 296억 원으로 31% 감소했다. 희귀질환자 의료비 지원사업은 저소득층 환자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정부가 의료비와 간병비, 장애인보장구 구입비 등을 제공해주는 것을 말한다. 정작 지원이 필요한 저소득층 희귀질환자에 대한 의료비 지원은 줄여 놓고, 마약중독자에 대해서는 건강보험 적용을 통한 지원과 치료를 위한 예산 투입을 한다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또한 실제로 병원에서 진행되는 일부 검진의 경우 특정 질환이 있거나 특정 질환이 의심될 때 시행한 것이 아니라 환자가 희망해서 검진을 시행한다면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다. 같은 검진이라도 어떤 질환을 검사하느냐에 따라 건강보험 적용 여부가 나뉜다. 대표적으로 초음파 검사, MRI 등이 있다. 병원에서 검진 하나를 하더라도 검진 목적이나 질병 종류에 따라 건강보험 적용 여부가 갈리는데 상대적으로 마약 중독은 이런 기준 없이 건강보험을 적용했다는 것이 앞선 약업계 관계자의 주장이다.
일각에서는 건강보험 적용이 되지 않는 희귀질환이나 치료제 등에 우선적으로 건강보험 적용이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일례로 선천적 단장증후군은 희귀질환으로 분류돼 본인부담 의료비의 10%만 부담하는 ‘희귀질환 산정특례’ 혜택과 더불어 희귀질환자 의료비 지원사업에 의한 저소득층 본인부담금 지원 대상질환이 된다. 하지만 후천적 단장증후군은 희귀질환으로 지정돼 있지 않아서 건강보험 급여 혜택을 받을 수 없다. 또한 유전성 망막질환 치료제인 럭스터나 등은 건강보험 적용이 되지 않아 환자들이 큰돈을 지불하고 치료를 받아야 한다. 돌연변이 양성 비소세포폐암 1차 치료제인 타그리소는 국민동의청원까지 거치고, 수차례의 협상을 거쳐서야 건보 적용이 확정되기도 했다. 건강보험 재정이 희귀질환 환자들에게도 제대로 쓰이지 못하고 있고, 급여 혜택 적용도 오랜 협의를 통해 결정이 되는 것이 현실인데, 마약 중독자를 위해 건강보험 재정이 활용된다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마약 중독에 대한 치료가 중요한 것은 맞지만 건강보험을 적용하기보다는 정부에서 예산을 투입해 재활 치료를 목적으로 하는 기관이 전담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며 “마약중독자에 대해 건강보험 적용을 하면 건강보험이 범법자들을 위한 제도처럼 돼버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마약 중독도 당뇨나 고혈압처럼 하나의 질병으로 바라보고 건강보험을 적용해 치료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익명을 요청한 한 약학대학 교수는 “마약 중독이 사회적으로 낙인 찍혔다고 해서 보험 혜택을 받지 못하도록 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며 “문제는 ‘마약 중독을 질병으로 볼 것이냐 보지 않을 것이냐’인데 마약 중독은 중독자 본인뿐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큰 피해를 줄 수 있기 때문에 질병으로 보고 치료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민간 차원에서 마약 중독을 관리하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국가적 차원에서 도움을 줘야 한다고 전했다. 우리나라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에서도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국민이 마약류 등을 남용하는 것을 예방하고, 마약류 중독자에 대한 치료보호와 사회복귀 촉진을 위해 연구‧조사 등 필요한 조치를 하고 재원 등을 마련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실제로 마약 최대 소비국인 미국은 매년 마약 중독을 ‘물질 사용 장애’ 범주로 넣고, 질병군으로 분류한 뒤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마약 중독자를 치료하고 있다.
박진실 마약 전문 변호사는 “마약 범죄 재범률은 36% 정도로 높고, 마약을 했던 사람이 교도소에 들어갔다가 3년 내 다시 마약으로 복역하는 사람의 비율은 50%가 넘는다”며 “국내에 마약 치료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지 않아서 재범률도 높은 것”이라고 말했다. 임상현 다르크(마약중독재활센터) 센터장은 “건강보험 적용도 중요하지만 마약 중독자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인식이 바뀌지 않으면 건강보험 적용이 된다고 하더라도 치료를 받으러 다니기가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임 센터장은 “마약 중독 치료에 적합한 의료진도 확보가 안됐다”며 “건보 적용과 더불어 의료진 확보와 치료 보호 센터 운영 개선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 검거된 마약사범은 2만 2393명으로 이는 작년 같은 기간(1만 5182명)보다 47.5% 증가한 수치다. 특히 마약 밀수‧밀매 등 공급사범은 작년 3991명에서 올해 7301명으로 82.9% 증가했다. 마약 범죄 재범률도 36%로 다른 범죄에 비해 1.5배 높다. 마약 범죄가 늘어나고 있는 것에 비해 국내에 마약 중독 치료 시스템은 부실하다. 현재 국내에 25곳의 마약 중독 치료보호 기관이 있지만 이 중 2곳 정도만 실질적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병원에 예산 지원이 제대로 되지 않아 많은 병원들이 마약 중독 치료를 포기하고 있다.
많은 전문가들이 마약 중독 치료에 국가적 차원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것에는 동의했지만 치료에 건강보험 적용 여부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렸다. 일부 전문가들은 국가 예산으로만 치료를 지원하거나 건강보험이 적용되고 있는 경증 질환에 대한 적용을 줄여 마약 중독 치료 재정을 확보하는 방안을 제안하기도 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마약 중독 치료는 국민들에게 피해가 확산되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 가장 크다”며 “건강보험이 적용 안 되는 희귀질환이나 치료제에 대해서는 소관 부서에서 적용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치료 보호 기관이 잘 운영되지 않고 있다는 문제도 인식하고 있다”며 “내년부터는 마약류 중독자분들이 치료를 잘 받을 수 있도록 여러 가지 방법들을 강구해서 지원할 예정이고, 의료진들이 마약류에 전문적으로 접근하도록 하기 위해 교육 과정도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민주 기자 lij9073@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