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TF의 3G 서비스 ‘쇼’의 홈페이지. | ||
지난 2월 이동전화 시장에서는 보는 이들의 고개를 갸우뚱하게 하는 현상이 벌어졌다. SKT 등 이동통신 3사의 가입자 순증규모는 무려 35만 명을 웃돌았던 것. 가입자 순증규모는 이동전화가 없는 사람이 새로 가입한 경우와 번호이동을 통해 새롭게 해당 통신사 가입자가 된 사람을 합한 수치에서 서비스를 해지한 사람의 숫자를 뺀 수치.
한 달 동안 35만 명의 가입자가 순증가한 것은 지난해 3월 보조금 지급이 공식 허용된 이후 최대 규모다. 통신업계 관계자들마저 “새학기 등 계절적 수요가 있었다 해도 2월이 다른 달에 비해 영업일수가 적다는 점을 감안하면 기록적인 증가세”라며 의아해 할 정도다.
이처럼 이동통신 업계에 오랜만에 큰 장이 섰다면 통신서비스 업체들은 입이 귀에 걸려있어야 정상. 그런데 유독 LGT만큼은 잔뜩 찌푸린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LGT는 2월 신규가입이 29만 2829명, 해지 23만 3854명으로 가입자 순증규모가 5만 8975명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35만 명의 가입자 순증가 규모 중 LGT의 몫은 17%에도 못미친 셈이다. SKT와 KTF가 기록적인 가입자 순증을 기록하는 동안 LGT만 소외돼 왔다는 얘기다. 게다가 LGT의 1월 가입자 순증가 규모가 6만 3632명에 달했던 것에 비하면 오히려 그 규모가 감소세로 돌아선 셈이어서 LGT의 신경을 날카롭게 만들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LGT에서는 볼멘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LGT 측은 “이동통신 시장에서 투명하지 못한 일이 일어나고 있다”며 SKT와 KTF가 자신들을 따돌리기 위해 모종의 작전을 짰다는 내용의 ‘음모론’을 제기하고 있다.
LGT 관계자는 “SKT와 KTF가 서로간에 번호이동을 할 경우보다 LGT에서 넘어올 경우 더 많은 리베이트를 책정해 놓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SKT의 경우 LGT로부터 번호이동 가입자를 유치하면 KTF에서 넘어오는 가입자를 유치했을 때보다 최대 24만 원의 리베이트를 더 주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말했다. 더불어 그는 “KTF도 같은 방식으로 최대 10만~17만 원의 리베이트를 추가 제공했다”는 주장도 덧붙였다.
리베이트는 판매 촉진과 가입자 유지 등을 위해 일선 대리점에 지급되는 돈으로, 이 가운데 상당 금액이 불법 보조금으로 사용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LGT는 또 “SKT와 KTF가 최근 고의로 번호이동 전산망을 차단하는 방법을 이용해 LGT 가입자를 집중적으로 빼내갔다”고 주장했다. SKT 가입자가 KTF로 번호이동을 하거나 반대의 경우일 때는 전산망(CSBS)을 일시 차단해 개통을 지연시키고, LGT 가입자가 SKT나 KTF로 번호이동을 할 때만 전산망을 정상 운영했다는 것이다.
정부 정책에 따라 번호이동이 이뤄지고 난 후 이동통신 3사는 KTOA(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의 MNP(번호이동)시스템을 통해 상호 가입자 고객 시스템을 연동해 놓고 있다. 이를 통해 번호이동이 이뤄질 경우 새로 가입자를 확보하게 된 통신사업자가 기존 사업자로부터 가입자 정보, 과금 정보 등을 실시간으로 가져오게 된다.
따라서 이러한 연동 시스템이 차단될 경우 번호를 이동하는 가입자의 정보를 받을 수 없게 돼 새로운 번호를 부여하거나 서비스 개통을 해주지 못하게 되는 상황이 발생한다.
물론 SKT와 KTF는 관련 내용을 전면 부인했다. SKT 관계자는 “LGT 가입자에 대해 추가로 리베이트를 주거나 고의로 전산망을 차단한 적이 없다”며 “오히려 지나친 유치 경쟁을 지양할 것을 대리점에 주문해 왔다”고 반박했다.
이와 관련해 통신위원회도 이동통신 3사의 전산망 차단건에 대한 LGT의 의견을 수렴하는 등 자료 수집에 나섰다. 통신위원회는 실태조사를 벌인 뒤 LGT가 제기한 내용을 전체 회의에 상정한다는 방침이다.
통신업계의 이러한 움직임은 그동안 국내 이동통신 시장의 지배적 사업자인 SKT에 맞서 KTF와 LGT가 유지해온 우호적 관계가 흔들리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KTF는 특히 IMT2000서비스(3G)가 본격화되는 시대를 맞아 3G 시장 1위 탈환을 목표로 독자 행보를 걷겠다는 입장을 명확히 하고 있다. KTF는 이미 LGT와의 로밍계약을 점차적으로 해지하겠다는 방침도 예고한 바 있다. 문제는 이럴 경우 KTF와 기지국을 공유하는 등 로밍계약을 맺어 비용을 절감해온 LGT로서는 독자적으로 추가 시설을 할 수밖에 없어 비용부담이 커진다는 점.
KTF는 내년부터 수도권에서 두 곳 이상의 2G 전용 교환국사를 폐지하고 3G 교환국사와 통합 운영하기로 하는 등 2G 시설을 줄여나갈 계획이다. 기지국 임대료, 전기료, 인건비 등 비용을 절감하고, 이 돈으로 3G 시설의 고도화와 품질 개선에 투자한다는 게 KTF의 전략이다. KTF는 최근 ‘쇼를 하라’는 모토를 내건 TV광고를 집중적으로 내보내며 3G시장에 사활을 걸고 있는 모습이다. 더구나 KTF는 3G 재판매라는 수단으로 강력한 지원사격을 해주는 KT라는 원군도 확보해두고 있다.
주목할 점은 3G서비스에서 KTF는 SKT와 함께 비동기식 방식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반면 LGT는 비동기식 사업자 선정에서 탈락, 울며 겨자먹기로 동기식 방식을 택해야 했다는 대목이다. KTF 입장에서 본다면 2세대 통신서비스 시대가 저물면서 같은 PCS업체였던 LGT가 우군이던 시절도 함께 종말을 고한 셈이다.
KTF는 이미 같은 비동기방식 진영인 SKT와 함께 LGT를 겨냥해 “적은 비용을 투자하고도 3G 시장에 무임승차하려 한다”고 비판하는 등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실제로 LGT는 회사 사정상 기존 분야에서 이익회수에 적극적일 뿐 3세대 투자에는 소극적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예전에는 KTF와 LGT가 공동보조를 취해 SKT를 견제하는 형국이었다면, 최근 시작된 3G 시장에서는 업체별로 독자노선을 취하며 경쟁이 격화되고 있다”며 “3G 시장을 놓고 벌어질 경쟁에서 LGT로서도 새로운 생존전략을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영복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