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1회 찍을 돈이면 예능 한 시즌 촬영…OTT 등장도 출연진보다 IP가 중요한 예능에 유리
#성공 사례는 많은데…왜 드라마로 돈 못 버나?
올해는 몇몇 눈에 띄는 드라마가 등장했다. tvN 역대 최고 시청률을 경신한 ‘눈물의 여왕’과 ‘정년이’, SBS에서는 이혼을 소재로 다룬 ‘굿 파트너’와 ‘지옥에서 온 판사’ 등이 준수한 시청률과 함께 화제를 모았다. 하지만 ‘시청률 상승=성공’이라는 등식은 더 이상 성립하지 않는다.
이는 주가로 반영된다. 1년 전 3만 원이 넘던 SBS 주가는 현재 1만 5000원대다. 시가 총액은 6000억 원 정도에서 현재 2800억 원대로 내려앉았다. CJ ENM에 편성되는 드라마를 도맡아 제작하는 스튜디오드래곤도 상황은 비슷하다. 최근 주가를 다소 회복했지만 10만 원대를 상회하던 전성기와 비교하면 반 토막 수준이다.
이는 드라마의 수익성과 관련이 있다. 10년 전만 해도 드라마 회당 제작비는 5억 원 수준이었다. 하지만 현재는 웬만한 드라마 회당 제작비가 15억 원에 육박한다. 16부작을 기준으로 삼으면 총 제작비가 240억 원가량 투입된다. 소위 말하는 ‘대작’의 제작비는 상상을 초월한다. ‘눈물의 여왕’에는 회당 35억 원의 제작비를 쏟아부었다. 총 제작비는 560억 원 수준이다.
주연 배우의 높은 몸값이 그 원흉으로 지목받았다. 최근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시장이 열리며 톱A급 배우를 잡으려는 경쟁이 더욱 치열해졌고, 그 결과 그들의 한 회당 출연료는 3억∼5억 원 수준까지 뛰어올랐다. 16부작 기준 48억∼80억 원을 받는다는 의미다. 10년 전 웬만한 드라마 한 편을 제작할 규모다.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다. 주 52시간제 시행 등의 여파로 스태프의 몸값도 크게 뛰었다. 인건비가 상승한 데다 노동 시간까지 줄어드니 제작비는 세 배 가까이 치솟았다고 제작 관계자들은 아우성이다.
여기에 OTT의 등장은 오히려 수익성을 악화시켰다. 과거 유명 한류 스타가 출연하거나 국내 방송 때 반응이 좋은 드라마는 각 국가별로 수출하며 수익을 냈다. 하지만 이제는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 등 OTT를 통해 글로벌 유통을 하게 되면서 거대 플랫폼 기업에 통째로 비싸게 팔지 않으면 아예 수출할 기회조차 잃는다. 또한 OTT에 공급하기 위해서는 사전 제작이 필수인데, 이 경우 시청률의 상승에 따른 PPL 중간 투입이 불가능해지기 때문에 제작사들의 수익 창구가 더 줄어들게 됐다.
#예능 제작은 왜 매력적인가?
넷플릭스 최고콘텐츠책임자(CCO) 벨라 바자리아는 최근 미국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한국에서 엄청난 화제를 모은 ‘흑백요리사’가 아시아를 넘어 미국, 프랑스, 중남미 등에서 시청자를 끌어모았다”고 말했다. ‘흑백요리사’ 이전에도 ‘피지컬 100’이나 ‘솔로지옥’ 등 예능 프로그램이 넷플릭스 가입자를 늘린 효자 역할을 톡톡히 했다.
예능은 드라마에 비해 제작비 수준이 낮다. 드라마처럼 대규모 세트를 다량 지을 필요가 없고, 출연진의 개런티도 유명 배우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다. 참여하는 스태프의 수도 적고, 촬영 회차도 적기 때문에 여러모로 효율적이다. 톱스타들이 참여하는 드라마 1회 찍을 분량으로 예능 한 시즌을 촬영한다는 이야기가 농담으로 들리지 않는다.
게다가 예능은 회전율이 좋다. 촬영과 편집 기간이 긴 드라마의 경우, 시즌2 제작까지 최소 2∼3년이 걸린다. 전작의 성공으로 바빠진 배우들의 스케줄을 맞추기 어렵고 그들의 상승한 몸값까지 감당해야 한다. 반면 예능은 출연진보다는 IP가 더 중요하다. 예를 들어 ‘피지컬 100’ 시즌1이 성공했어도, 시즌2에 시즌1 참가자들을 굳이 섭외할 이유가 없다. ‘솔로지옥’도 마찬가지다. 오히려 새로운 얼굴을 찾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각 프로그램의 기존 틀만 유지하고 있으면 된다. 또한 유명 시리즈에 참여하려는 이들이 많기 때문에 무리하게 개런티를 주며 유명인을 섭외하려는 수고를 덜 수 있다.
제작 기간 역시 짧다. 매년 새로운 시즌을 공개할 수 있다. ‘솔로지옥’은 이미 시즌3까지 나왔고, ‘피지컬 100’도 시즌3 제작을 결정했다. ‘흑백요리사’도 내년 말쯤 새로운 시즌을 만날 수 있다. 이처럼 IP 활용이 수월하다고 결과물을 빨리 낼 수 있다는 것은 예능의 큰 장점이다.
이는 기존 TV 채널에도 적용된다. tvN은 ‘삼시세끼’ 시리즈를 10년째 이어가고 있고, ‘윤식당’이나 ‘서진이네’, ‘지구오락실’을 모두 시즌제로 정착시켰다. Mnet의 경우 ‘스트릿 우먼 파이터’, ‘보이즈 플래닛’ 등 오디션 IP를 꾸준히 활용하고 있다. 다른 OTT도 가세했다. ‘SNL 코리아’는 쿠팡플레이의 효자이고, 좀처럼 신규 프로그램을 만들지 않는 웨이브의 간판 프로그램도 예능인 ‘피의 게임’이다. 최근 시즌3가 공개됐다.
하지만 예능으로 돈이 몰리고, 예능 시장이 활발해지며 이 역시 출혈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유사한 포맷의 예능이 판치며 도토리 키 재기 경쟁으로 흐르고 있다. 그러나 그런 경쟁 속에서도 반짝반짝 빛나는 콘텐츠는 있다. 결국 더 새롭고 매력적인 아이디어를 먼저 내는 이가 이기는 게임이다.
김소리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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