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 대통령은 앞서 11월 7일 대국민담화·기자회견에서 대대적인 인사를 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윤 대통령은 당시 “적절한 시기에 인사를 통한 쇄신의 면모를 보여드리기 위해서 벌써 인재풀에 대한 물색과 검증에 들어가 있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APEC·G20 순방 귀국 직후 대통령실이 마련해놓은 인사 파일 검토에 들어갔다고 한다. 속도를 내기 위해 우선 쉬운 인사부터 진행하고, 총리 등 어려운 인사를 마무리 짓는다는 구상이다. 정가에서도 대통령실 참모진 교체부터 먼저 이뤄지고 이후에 내각을 바꾸는 ‘선 대통령실, 후 내각’ 인사에 무게를 둔다.
대통령실 쇄신에 대한 신호탄은 이미 쏘아 올려졌다. 음주운전으로 징계를 받고도 업무에 복귀해 논란을 일으켰던 강기훈 대통령실 국정기획비서관실 선임행정관이 최근 사의를 밝혔으며 대통령실이 이를 수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관광공사 사장에 지원해 낙하산 논란을 샀던 강훈 전 대통령실 정책홍보비서관도 11월 8일 지원을 자진 철회했다. 이들은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한남동 7인회’로 지칭하며 청산을 요구한 인물들이기도 하다.
대통령실 인사 핵심은 정진석 비서실장 교체 여부다. 여권 내부에선 대통령실 총괄 책임자인 비서실장을 바꿔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임명된 지 7개월밖에 안됐다는 점이 거론되기도 하지만 윤 대통령 역시 교체해야 한다는 건의를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 실장이 교체되면 정무 라인을 포함한 대통령실 개편은 전면적 수준으로 이뤄질 전망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도 임기 반환점을 맞아 파격적인 대통령실장 인선을 한 적이 있다. 2010년 6월 지방선거에서 여당이 패하자 이 전 대통령은 비서실장 자리에 임태희 당시 고용노동부 장관을 앉혔다. 연이어 영남 출신이 해왔던 비서실장을 수도권 출신으로 바꿨다. 그때 임 실장의 나이는 54세에 불과, 젊은 대통령실을 내세워 분위기 전환을 노렸다.
윤 대통령도 ‘젊고 신선한’ 인물을 찾고 있지만 인물난이 심하다는 게 대통령실 주변의 한결같은 얘기다. 임기 후반기 사실상 ‘순장조’에 들어가는 것인데 손들고 나서는 사람이 드물다고 한다.
원희룡 전 국토부 장관 얘기가 나오다가 다시 들어갔는데 차기 대선을 노리는 원 전 장관 입장에서 비서실장은 부담스러워 한다는 얘기가 들린다. 최측근이 결국 들어오지 않겠느냐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그 연장선에서 비서실장이 교체된다면 윤 대통령과 오랜 친분이 있어 대통령의 의중을 잘 읽는 이상민 행안부 장관이 1순위로 거론된다.
내각 교체까지는 적잖은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인사청문회를 대비한 검증 작업에 방대한 양의 서류가 들어가야 해 물리적으로 많은 날이 필요하다. 대통령실 역시 중폭 이상의 개각 소문에 대해 “인사에는 상당한 물리적 시간이 필요하다”고 11월 22일 밝혔다. “시간이 걸린다”는 점을 거듭 재확인한 셈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개각 시점과 관련한 기자들의 질문에 “인사에는 민생을 위한 예산 통과나 트럼프 신행정부 출범 등 대외 일정도 함께 고려돼야 하고, 검증 절차에서도 상당한 물리적 시간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시기는 좀 더 유연하게 봐주셨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모든 인사가 연내를 넘길 가능성은 적다고 여권에서는 내다본다.
내각 교체와 관련, 초미의 관심사는 국무총리다. 지난 4월 총선 패배 이후 사퇴 의사를 밝혔던 한덕수 국무총리에 대한 윤 대통령 신임은 여전히 두텁다. 하지만 총리 교체 없는 인적 쇄신은 그 의미가 반감될 수밖에 없다. 여소야대 국면에서 국회 인준이 필요한 국무총리 교체가 큰 부담이지만 강력한 국정 변화 의지를 보이기 위해서는 총리 교체 카드가 필수적이다.
차기 총리 후보군으로는 주호영 국회부의장(6선) 권영세 국민의힘(5선) 의원, 호남 출신인 이정현 전 의원, 조태용 국정원장 등이 물망에 올랐다. 최근에는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급부상했다. 실현 가능성이 낮다는 말이 많지만 홍준표 대구시장이 전격 발탁될 것이라는 얘기도 있다.
총리 후보군 자격 요건 중에서 최우선적으로 고려되는 것은 역시 국회 통과 여부다. 총리는 국회 본회의 재적 의원 과반 출석, 출석 의원 과반 동의를 얻어야 임명할 수 있다. 현역 여당 의원들과 호남 출신인 이정현 전 의원은 국회 인준 가능성이 높은 게 강점으로 부각된다. 외교·안보 전문가인 조 원장과 경제통인 이 총재는 트럼프 시대를 대비할 수 있는 인물로 평가된다.

국민의힘 한 전직 중진 의원은 “이명박 전 대통령도 임기 반환점 때 48세의 김태호 전 경남지사를 국무총리로 전격 발탁해 정가를 깜짝 놀라게 했다”며 “윤 대통령도 이번 인사에서 국민들의 가슴을 뻥 뚫어줄 수 있는 사이다 이미지 인사가 있어야 정국 반전이 가능하며 실제 이런 시도를 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여야 맞춤형 전술
한동훈 대표 등장 이후 윤 대통령은 1호 당원으로서의 위치를 위협받았다. ‘9회 말 투아웃 4번 타자’를 자처했던 한 대표가 야당이 아닌, 용산을 향해 배트를 휘두르면서다. 그러나 11월 7일 담화·기자회견을 기점으로 복수 여론조사에서 윤 대통령 지지율 상승세가 나타나고 특히 보수정당 핵심 지지층인 대구·경북(TK) 지지율이 회복세를 보이면서 변화가 나타났다. 한 대표 역시 차별화 시도를 멈추고 일단 대통령과의 동조화로 돌아섰다.
‘주윤야한(낮에는 친윤, 밤에는 친한)’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근 여권 내부 지형은 요동을 쳤다. 한 대표 쪽으로 기운 의원들이 크게 늘어났다는 말도 파다했다. 윤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여러 논란이 발생하고, 한 대표가 이를 전면에 내세우며 용산을 때릴 때마다 마음이 흔들렸다고 털어놓는 의원들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윤 대통령 지지율 회복세에다 한 대표가 최근 이른바 ‘당원게시판’ 논란에 갇혀 난타를 당하면서 1호 당원 윤 대통령의 여당 그립감은 다시 상승하는 분위기다. 한 대표의 차별화 노력에도 불구, 여당 내에서는 대통령에서 여당 대표로의 세력 전이가 이뤄지지 않은 셈이다.
정진석 비서실장이 지난 11월 25일 서울 여의도에서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과 오찬 회동을 하고 당정 결속을 다졌는데 이 장면이 여당에 대한 용산의 자신감이 반영된 것으로 읽혔다. 대통령실에서는 정 비서실장과 홍철호 정무수석 등 수석급 이상 고위 참모진이 자리했는데 양측 합쳐 30명 이상이 참석한 대규모 ‘당정 회동’이었다. 회동 참석자들은 윤석열 대통령 임기 반환점을 맞아 당정 화합을 다짐한 것으로 알려졌고 추경호 원내대표는 “뭉치자”라고 외치며 단합을 강조했다.
뿐만 아니다. 홍철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오는 12월 6일 국민의힘 서울·수도권 원외 인사와의 오찬 회동에도 나선다. 대통령실이 여당 원외 인사들을 대상으로 식사 자리를 마련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 역시 당정 결속에 힘을 실으려는 차원으로 풀이된다.
국민의힘 한 중진 의원은 “여권이 단합해야 국민들은 여당에 신뢰를 보낸다”며 “윤 대통령이 여당에 대해 단합 메시지를 던지는 동시에 양극화 타개를 외치면서 보수가 약했던 부분에 대해 전력을 기울이고 있는데 이런 행보가 순항하면 국민 지지가 돌아올 것”이라고 기대했다.

대통령실은 겉으로는 “사법부 판단에 대해 왜 대통령실이 의미를 밝혀야 하나”라고 반문하지만 실제로 이 무반응은 고도의 전략이 깔린 것으로 분석된다. 윤 대통령 임기 전반기 대통령실은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에 대해 대대적인 압박 작전을 펴왔지만 실익은 없었다는 평가다. 이보다는 이슈에 대한 거리두기가 오히려 낫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법조인 출신 한 의원은 “이 대표가 5개의 재판을 받고 있는데 여러 혐의 사실들을 볼 때 시간은 무조건 이 대표에게 불리하다”며 “사법리스크가 가중되고 있는 야당에 대해서는 기다리는 전략이 필요하다. 외치에서 향후 점수를 쌓을 공간이 충분하다. 임기 후반기에 오히려 지지율이 올라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동진서 기자 jsdong@ilyo.co.kr
최경철 매일신문 부국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