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진스 “시정 요구 전혀 들어주지 않고 거부해” vs 어도어 “회사가 취하기에 부적절한 조치 포함된 탓”
11월 29일 어도어는 뉴진스 멤버들이 지난 11월 13일 보낸 내용증명에 김주영 어도어 대표이사(현 하이브 최고인사책임자) 이름으로 답변한 내용과 이메일을 공개했다. 김주영 대표는 멤버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어도어의 기본 입장은 어도어와 어도어의 모든 임직원들이 그동안 어도어의 소중한 IP이자 자랑인 아티스트의 연예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물심양면으로 최선의 노력을 다해 왔다는 것"이라며 "어도어는 현안이 있을 때마다 이사들의 의견을 모아 합리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해 왔다. 이런 노력이 아티스트가 원하는 특정한 방식이 아니었거나 주관적인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고 해 이를 전속계약 위반이라고 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아티스트가 전속계약 위반이라고 주장하는 상당수의 사안들은 어도어가 아닌 제3자의 언행에 관한 것"이라며 "아티스트와 부모님께서 요구하신 조치들 중에서는 특정인의 사과, 특정인과의 합의와 같이 제3자로 하여금 아티스트가 요구하는 사항들을 그대로 이행하도록 강제할 방법이 없는, 어쩔 수 없는 한계가 있는 것들도 있다. 또 아티스트의 이익과 발전을 도모하고 아티스트의 명예와 명성을 소중히 해야 하는 전속계약의 목적에 비춰 회사가 취하기에 적절하지 않은 조치들도 있었다"고 뉴진스 측의 요구를 들어줄 수 없는 이유를 설명했다.
실제로 공개된 어도어의 공식입장문에 따르더라도 뉴진스의 요구 사항 가운데 분명하게 해명되거나 시정된 것은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먼저 하이브 임직원 간 공유된 '위클리 음악산업 리포트'에 "뉴 버리고 새 판 짠다"는 문구가 들어간 것에 어도어 측은 "작성자 개인의 아이디어이지 하이브에서 아티스트를 버린다는 취지가 아니"라고 해명했는데, 김주영 대표는 문제의 보고서가 공유되던 2023년 초 민희진 당시 어도어 대표로부터 이 문건에 대한 항의를 들은 바 있다.
이때 하이브 최고인사책임자였던 김주영 대표가 민 전 대표에게 이번 답변과 마찬가지로 "한 개인의 의견으로 생각하라"며 항의를 묵살하는 등 문건에 문제 의식을 갖지 않고 있었다는 점이 지적됐다. 더욱이 해당 문건에서 문제의 내용 외에도 하이브 산하 레이블 소속 그룹들 가운데 유독 뉴진스에 대해서만 다소 '박한' 평가가 이뤄진 것 또한 뉴진스가 어도어(하이브)에 신뢰를 잃게 된 배경 가운데 하나로 꼽히지만 이에 대해서도 아티스트를 적극 보호해야 하는 소속사로써 책임있는 조치가 없었다는 것이다.
이외에도 빌리프랩 소속 걸그룹 아일릿 멤버들에게 하니를 무시하도록 종용한 매니저에 대해서는 "객관적인 근거 자료를 확인하지 못했고, 해당 레이블에서 발표한 입장문에 따른 아티스트(하니)에 대한 명예훼손과 하이브 측의 증거인멸 성립 가능성도 법적 검토 결과 인정되기 어렵다는 의견을 받았다"며 "이 상황을 고려했을 때 해당 레이블을 상대로 법적 조치를 취하는 것은 어렵고, 아티스트의 이미지와 보호를 위해서도 적절치 않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그 대신 시정 마감 시한을 하루 남긴 11월 27일 어도어 공식 소셜미디어(SNS) 계정에 빌리프랩을 상대로 항의하는 입장문을 올린 것으로 마무리 지었다는 것이다.
빌리프랩이 아일릿을 제작하는 과정에서 뉴진스의 기획안과 콘셉트를 카피했다는 데에 뉴진스의 소속사로서 마땅한 조치를 취해달라는 요구에도 "구체적이고 객관적인 근거자료 없이 섣불리 카피를 주장하는 것이 아티스트의 이미지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우려가 있다고 보았고, 아티스트가 대중들 앞에서 자신의 색깔을 뚜렷이 보이는 활동을 하면서 긍정적이고 고유한 이미지를 구축하도록 지원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사실상 앞으로도 공식적인 문제 제기를 할 의사가 없다는 점을 밝히기도 했다.
멤버들이 가장 강하게 요구해 온 민희진 전 대표의 대표직 복귀 역시 "불가능하다"고 선을 그었다. 어도어 측은 "특정인의 대표이사직 유지는 어도어 이사회의 경영 판단의 영역이며, 어도어와 뉴진스의 전속계약 상 계약이 종료될 때까지 특정인을 대표이사직에 유지시켜야 한다는 것은 계약의 내용에 포함돼 있지 않고 체결 당시 전제되지 않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제작'에 한해 아티스트의 의사를 최대한 존중해 민 전 대표가 계속해서 프로듀싱을 맡을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했으나 회사의 의지만으로 가능한 일이 아니었다"고도 덧붙였다. 앞서 민 전 대표는 어도어 측이 처음엔 2개월 6일짜리 초단기 프로듀싱 용역 계약을 일방적으로 제안했고, 이후에는 뉴진스의 남은 계약 기간 동안 프로듀싱을 맡도록 수정하면서도 별다른 기준 없이 '민 전 대표의 업무수행능력이 현저히 부족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계약을 즉시 해지할 수 있다'는 등의 독소조항은 그대로 남겨놓은 채 협의를 요구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결국 민 전 대표는 이 계약을 받아들이지 않았고 지난 11월 20일 어도어 사내이사직도 사임했다.
이런 가운데 김주영 대표가 뉴진스 멤버들에게 보낸 메일에서 민 전 대표를 언급한 부분이 눈에 띈다. 김 대표는 민 전 대표가 프로듀싱 계약 체결을 거부한 것을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물론 저희의 마음은 여전히 열려 있으므로 (민)희진 님이 마음을 바꾸어서 어도어로 돌아와 뉴진스의 프로듀서가 돼 주시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 같다"고 밝혔다.
그러나 민 전 대표는 현재 하이브와 그 산하 레이블인 쏘스뮤직, 빌리프랩 등에게 업무상배임과 손해배상 등의 소송이 걸려 있는 상황이고, 가장 최근에는 하이브와 주주간계약의 해지를 놓고 또 다른 소송이 진행 중이다. 앞서 프로듀싱 계약을 제안할 때도 어도어 측은 이 소송의 취하 여부를 협상 테이블에 올린 사실이 없다. 모회사와 대규모 소송이 붙은 상대방에게, 아무리 외주 형식이라고 해도 프로듀서라는 요직을 준다는 것 자체가 사실상 불가능한데도 뉴진스의 요구에 따른 '구색 맞추기' 용으로 제안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한편 어도어에 맞서 뉴진스 멤버들도 11월 29일 입장문을 내놨다. 민지, 하니, 다니엘, 해린, 혜인은 "저희 다섯 명은 2024년 11월 29일부로 어도어와의 전속계약을 해지하고 하이브와 어도어로부터 벗어나 자유롭게 활동을 이어나갈 예정"이라며 "어도어는 저희들과 전속계약을 체결한 소속사로서 저희들의 이익을 위해 성실히 매니지먼트를 할 의무가 있으나, 2024년 11월 13일 의무위반 사항을 시정해달라는 저희의 마지막 요구에도 이를 거부하고 저희가 요구한 그 어떤 사항도 해결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어도어가 전속계약상 의무를 위반하고 시정요구 기간 내에 이를 시정하지 아니함에 따라 저희 다섯 명은 어도어에게 해지를 통지한다. 본 해지 통지는 전속계약에 따른 것으로 저희 다섯 명이 직접 해지 통지 문서에 서명했다"며 "해당 통지가 2024년 11월 29일 어도어에 도달함으로써 그 즉시 효력이 발생하고, 그 시점부터 전속계약은 효력이 없으므로 계약 해지를 위한 가처분 신청을 할 이유는 없다"고 덧붙였다. 위약금 배상 여부와 관련해서도 "저희 다섯 명은 그동안 어도어의 소속 아티스트로서 전속계약상 의무를 성실히 이행해 왔고, 전속계약 해지는 오로지 어도어의 의무 위반으로 인한 것이므로 저희는 위약금을 배상할 의무가 없다"고 일축했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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