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계엄 사태 때 주요 정치인들이 체포 대상이었던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줬다. 민주당이 공개한 명단에 따르면 우원식 국회의장, 민주당 소속 이학영 국회부의장이 포함됐다. 각 당 지도부인 이재명 민주당 대표,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 김민석 민주당 최고위원, 정청래 국회 법제사법위원장,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등도 체포 대상이었다.
실제 방첩사령부 소속 체포조가 투입된 것으로 확인됐다. 계엄군은 체포된 의원들을 ‘과천 벙커’로 이송할 계획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곽종근 특전사령관은 12월 6일 김병주 박선원 민주당 의원에게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의원들을 끌어내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전했다. 대통령도 전화로 부대 이동 상황을 물었다고 증언했다. 다만 곽 사령관은 현장에 투입된 계엄군에 본회의장에 진입하지 말라고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체포 대상이었던 이재명 대표는 오후 11시 긴급 라이브 방송을 켰다. 이 대표는 “절박한 시간이다. 나라의 운명이 풍전등화”라며 “국민 여러분 여의도 국회로 와주십시오. 늦은 시간이지만 국민 여러분께서 이 나라를 지켜주셔야 한다”고 호소했다. 그리고 담을 넘어 국회로 들어갔다. 국회 출입구는 경찰이 막고 있었다.
민주당 의원, 당직자 등이 급히 국회로 복귀했다. 이 대표의 방송을 보거나 계엄 선포 소식을 들은 시민들도 국회 앞으로 집결했다. 2000명이 넘는 시민들이 국회 앞에서 밤을 지새웠다. 이들은 국회를 봉쇄한 경찰, 국회 본관에 진입하고 있는 계엄군과 대치했다.

민주당은 한동훈 대표를 본회의장으로 피신시키기도 했다. 국회법 제151조는 ‘회의장에는 의원, 국무총리, 국무위원 또는 정부위원, 그 밖의 의안 심의에 필요한 사람과 의장이 허가한 사람 외에는 출입할 수 없다’고 규정한다. 박주민 민주당 의원은 체포 대상인 한 대표 신변 보호를 위해 본회의장으로 들어오라고 연락했다고 전했다. 본회의장에 들어온 한 대표와 이 대표가 악수하는 장면이 보도되기도 했다. 재석 의원 190명은 만장일치로 비상계엄 해제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대통령 당선되면 사법리스크에서 자유
비상계엄 해제를 주도한 이 대표는 윤 대통령 탄핵 추진에 앞장섰다. 이 대표는 12월 6일 ‘윤석열 내란 사태 관련 특별 성명’을 발표하고 “민주주의 선진국인 대한민국이 심각한 위기에 봉착했다. 충격적인 것은 이 모든 문제가 윤 대통령으로부터 시작됐다는 것”이라며 “민주주의 헌정질서를 자신의 사적 이익과 권력 강화·유지를 위해 남용한 명백한 국가 내란 범죄 수괴”라고 규정했다.
이 대표는 “위헌·불법 행위로 주권자의 생명을 위협한 대통령에게 한순간이라도 국정 운영을 맡길 수 없다”며 “최대한 빠른 시간 내 직무에서 배제하고 그 직의 유지 여부를 우리 국민의 판단과 결정에 맡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찬대 원내대표는 같은 날 윤 대통령을 민주주의를 훼손한 ‘내란 수괴’로 규정했다. 박 원내대표는 탄핵 소추안 표결이 원활히 이뤄지도록 비상총동원령을 내렸다고 했다. 2차 비상계엄에 대비해 의원과 보좌진 등이 탄핵표결 때까지 비상대기한다고 밝혔다. 일찌감치 ‘이재명 일극 체제’로 굳어진 민주당이 이 대표를 중심으로 단일대오를 형성했다.
대통령 탄핵소추는 국회 재적의원 과반수 발의와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이 있어야 한다. 야당 의원 수는 192명이다. 여당 의원 8명이 대통령에 등을 돌리면 탄핵안이 가결된다.

그러나 사법리스크는 현재진행형이다. 이 대표는 3개의 1심 선고를 앞두고 있다. ‘대장동·위례·성남 FC·백현동 사건’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 ‘경기도 법인카드 사적 유용 혐의(업무상 배임)’ 등이다. 1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된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과 1심 무죄가 선고된 ‘위증교사’ 사건도 검찰이 항소한 상태다. 특히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에서 징역형이 나오면서 이 대표는 정치생명이 끊어질 위기에 놓여 있었다. 공직선거법은 2·3심의 경우 각각 3개월 내에 끝내도록 규정돼 있다. 대전 선 판결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는 이 대표에게 출구가 됐다는 평가다. 이 대표는 12월 6일 예정된 ‘대장동·위례·성남 FC·백현동 사건’ 재판부에 불출석 사유서를 낸 것으로 전해졌다. 재판 당일 중요한 탄핵 표결이 있을 수 있다는 이유였다. 조기대선이 치러지고 대통령에 당선될 경우 이 대표는 사법리스크에서 자유로워진다. 헌법 제84조에 따르면 현직 대통령은 기소되지 않는다.
비명계 입지는 좁아질 전망이다. 앞서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에서 징역형이 나오자 김경수 김동연 김부겸 김두관 등 비명계 대권주자들이 보폭을 넓히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이번 비상계엄 정국 이후 민주당 내부에서는 ‘이재명이 아니면 안 된다’는 인식이 공고해지면서 지지층이 집결하는 분위기다.
다만 중도층은 여전히 이 대표에게 의구심을 가지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윤 대통령 지지율이 10%대까지 내려간 상황에서 민주당 장외집회가 흥행에 실패한 이유로 꼽힌다. 진보진영에서도 반신반의하는 기류가 있다. 중도층을 노린 이 대표의 외연 확장 전략을 두고 비판 목소리가 나오는 것과 그 궤를 같이 한다. 앞서 이 대표는 금융투자소득세 폐지에 찬성하고 가상자산 과세 유예에 동의한 바 있다.
한국갤럽이 12월 3~5일간 실시해 6일 발표한 민주당 지지율은 37%였다. 장래 정치 지도자 선호도에서 이재명 대표는 29%를 기록했다. 이 대표의 지지율이 당 지지율보다 낮은 셈이다. 민주당 안에서도 이 대표에 대한 비토 여론이 있음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사법리스크, 윤 대통령 탄핵, 지지층과 중도층 표심잡기라는 고차방정식을 어떻게 풀어 나갈지 정치권 안팎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여론조사 자세한 사항은 여론조사기관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강원 기자 2000won@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