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종시 정부청사 조감도. |
▲ 해양수산부 존치를 위한 국민연대 회원 1000여 명이 지난 2008년 1월 31일 국회 본청 앞에 모여서 해양수산부 폐지에 반대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일요신문DB |
역대 정부는 시대의 흐름과 정권의 이해관계에 맞춰 조직개편을 해왔다. 이러한 흐름은 실질적인 문민정부인 김영삼(YS) 정부에서부터 시작됐다. YS 정부는 정권이 출범한 1993년 3월 문화부와 체육청소년부를 통합해 문화체육부를 설치하고 1994년 12월에는 경제기획원과 재부무를 통합, 재정경제원을 출범시켰다. 또 임기 말인 1996년 12월에는 해운항만청과 수산청을 해양수산부로 합치고 해양경찰청을 신설했다. 이에 따라 6공화국으로부터 물려받은 ‘2원 16부 6처 15청 2외국’은 YS 정부에서 ‘2원 14부 5처 14청 1외국’으로 재편됐다.
김대중(DJ) 정부에서는 임기 초인 1998년 2월 거대 부서였던 재정경제원이 재정경제부로 축소됐다. 지나치게 거대해지면서 견제 기능이 약해진 탓에 외환위기를 감지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아들인 것이다. 또 통일원이 통일부로 낮아졌다. 과학기술처가 과학기술부로 승격됐고 내무부와 총무처는 행정자치부로 합쳐졌다. 1999년 5월에는 기획예산처와 국정홍보처를 신설했고 2001년 1월에는 여성부를 만들어 ‘18부 4처 16청’으로 개편했다.
노무현 정부에서는 소방방재청과 방위사업청을 신설하는 대신 철도청을 공사화했다. 행정수도 이전 준비를 위해 행정중심도시복합청을 신설해 ‘18부 4처 18청’ 체제로 전환했다. 노무현 정부는 가장 부처 변경이 적었던 정부였다.
노무현 정부 다음으로 들어선 이명박(MB) 정부는 역대 정권 중 가장 큰 규모의 정부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정권 출범과 동시에 기획예산처와 재정경제부를 합쳐 기획재정부로 만들었다. 건설교통부와 해양수산부 중 해양 분야를 통합해 국토해양부를, 농림부와 해양수산부 중 수산 분야를 합쳐 농림수산식품부를 만들었다. 재경부에서 금융정책국을 떼어내 금융위원회를 신설했고, 산업자원부와 정보통신부 중 IT산업 분야, 과학기술부 중 산업기술 분야를 합쳐 지식경제부를 만들었다. 해양수산부와 정보통신부, 과학기술부, 이 3개 부처가 사라진 것이다. 이외에도 여러 부처가 쪼개지고 합쳐지면서 ‘15부 2처 18청’으로 재편됐다. 손을 안 댄 부처는 여성부가 거의 유일할 정도였다.
이러한 정부 조직개편 역사를 살펴보면 다른 곳보다 경제부처의 부침이 심하게 나타난다. 대부분 다른 부처들은 새롭게 만들어지거나 격상된 반면 경제부처는 쪼개지거나 합쳐지면서 위상이 달라졌다. 이러한 흐름은 정부 개편 폭이 컸던 MB 정부에서 더욱 심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다음 정부에서 부활을 꿈꾸거나 독립을 노리는 경제부처 공무원들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해양수산부다. 박근혜 문재인 후보 모두 해양수산부 부활을 공약으로 내걸고 있기에 누가 정권을 잡든 해양수산부 부활은 기정사실화되는 분위기다.
▲ 김석동 |
또 다른 초점은 금융위원회 존속 여부다. 후보들이 명확한 공약을 내놓지는 않았지만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의 기능이 겹치고, 역할이 불분명하다며 폐지하고 과거처럼 재정부 산하 금융정책국에 역할을 주자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반면 아예 금융위원회 자체를 키워서 역할을 확대하자는 안도 나오고 있다.
어느 쪽으로 결정 나느냐에 따라 금융위원회 직원들은 세종시로 갈 수도 있고, 서울에 남을 수도 있어 가슴을 졸이고 있다. 금융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여의도에서 광화문으로 이사 온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지금은 조직 자체가 어떻게 될지 불분명한 상황이 돼 버렸다”면서 “세종시 이전 등 다른 부처보다 결과에 따른 파급이 큰 만큼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고 말했다.
금융위원회 존속 여부는 기획재정부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이면서 해당 부처 공무원들 역시 귀추에 주목하고 있다. 금융위원회를 없애고 금융정책국을 부활시킬 경우 기획재정부는 과거 공룡부처였던 재정경제원과 같은 구조가 된다. 외환위기 원흉으로 지목된 재정경제원의 부활은 누구도 바라지 않는다는 점에서 금융정책국 부활시 기획재정부는 MB 정부 전과 같이 기획예산처와 재정경제부로 쪼개질 가능성이 높다. 반면 금융위원회가 존속되고 역할이 커지게 되면 기획재정부는 금융과 관련한 정책을 금융위원회에 더욱 양보해야 한다.
정보통신부의 부활 여부도 공무원과 관련 업계의 시선을 끄는 문제다. 정보통신부는 MB 정부 들어 방송통신위원회와 지식경제부, 문화체육관광부로 공중분해 됐다. IT와 방송, 과학기술, 콘텐츠 산업의 융합 효과를 위한다는 명분이었지만 실패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현재 문재인 후보는 명확하게 부활을 공약으로 내건 반면 박근혜 후보는 IT를 기존 산업에 접목해 내수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을 도모하는 공약을 내놓은 상태.
한 경제부처 공무원은 “정부가 들어서면 조직개편이 늘 있어왔기 때문에 각오를 하고 있지만 다음 정부에서는 굵직굵직한 사안이 많아서 혼란이 불가피할 듯하다”며 “세종시에 안착하기도 전에 짐을 싸들고 왔다 갔다 하는 불편이 당분간 계속될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새 정권이 출범할 때마다 정부 조직개편을 해왔지만 공무원 숫자가 줄어들지는 않았다. DJ 정부 시절에는 정권 출범 전인 1997년 말 56만 2000명이었던 공무원 정원이 조직개편을 거치며 2000년 말에 54만 6000명으로 줄었다. 하지만 정권이 끝날 때에는 56만 2000명으로 회복됐다. 노무현 정부에서는 2007년 말에 60만 5000명까지 증가했다. MB 정부에서도 공무원 숫자는 증가했다. 2011년 말 현재 공무원 정원은 61만 2000명까지 늘어난 상태다. 유일한 예외라면 외환위기를 불러왔던 YS 정부다. 출범 전인 1992년 말 56만 5000명이었던 공무원 정원은 1997년 말에 56만 2000명으로 감소했다.
이준겸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