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신원 SKC 회장, 최태원 SK 회장 | ||
사촌 간의 얽히고설킨 문제는 지분 관계만이 아니다. 최태원-최신원-최창원 형제에겐 지주회사제 전환 외에도 눈길을 끌 만한 대목이 하나 더 있어 보인다. 법인 등기부등본에 기재된 이들 형제의 주소지에 얽힌 의문이다.
최신원 SKC 회장의 주소지엔 다른 사람이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 눈길을 끈다. SKC 법인 등기부등본 이사진 명부에 기재된 최신원 회장의 주소지는 서울 청담동 11X-X3 S빌라 B동 X02호다. 이 빌라는 약 70평으로 부동산 업자들에 따르면 현재 매매가는 15억 원 정도라고 한다. 최신원 회장 이름이 등장하는 다른 등기부에도 같은 주소가 기재돼 있다.
그런데 해당 빌라의 등기부등본엔 다른 이름이 소유주로 나와 있다. 박장석 SKC 사장이 지난 1997년 이 빌라를 사들였고 이듬해 박 사장의 주소지가 이 빌라로 옮겨졌다. 그리고 올 3월 박 사장은 이 빌라를 딸에게 증여한 것으로 등기부등본에 기재돼 있다.
박장석 사장은 최신원 회장의 부하직원인 동시에 최 회장의 매제이기도 하다. 고 최종건 SK그룹 창업회장의 차녀이자 최신원 회장의 여동생인 최혜원 씨의 남편이다. 대기업의 회장이 여동생 가족 명의로 된 집에 함께 살고 있을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최신원 회장의 실제 거주지는 워커힐 내 빌라콘도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최종현 회장처럼 워커힐 콘도를 빌려 사는 스타일을 선호하는 것.
▲ 지난 2005년 10월 최신원 회장에서 최태원 회장으로 명의가 바뀐 서울 논현동 저택. | ||
논현동 저택이 지난 2005년 10월 최태원 회장 명의로 넘어가면서 최태원 회장은 그동안의 무주택 설움(?)을 털어냈다. 이 집 명의가 최신원 회장에서 최태원 회장으로 넘어간 것은 최신원-최창원 형제 분가작업의 일환으로 비치기도 했다. 그러나 얼마 전 SK그룹의 지주회사제 전환 발표에서 최신원 회장의 SKC가 SK홀딩스의 자회사 리스트에 올라 당분간 SK그룹 울타리 안에 있게 될 것으로 보인다.
최태원 회장의 부동산과 주소지 또한 이야깃거리를 낳고 있다. SK(주) 법인 등기부에 따르면 최태원 회장의 주소지가 논현동 집으로 변경된 것은 지난 2006년 1월. 그 전까지는 서울 청암동 소재 SK청암대아파트 13XX호였다. 최 회장은 70평 정도인 13XX호 외에 14층과 15층을 터서 85평형 공간으로 만든 집도 함께 사용해 왔는데 이 집은 SK건설 명의로 돼 있다.
그런데 최창원 부회장이 대주주로 있는 SK케미칼과 그 자회사격인 SK건설은 SK그룹의 이번 지주회사제 전환 발표에서 빠졌다. SK그룹에서 독립해 최창원 부회장이 지배하는 소그룹제의 전환이 임박한 것으로 풀이된다.
따라서 최태원 회장이 사용해온 것으로 보이는 청암대 아파트 14~15층의 용도가 향후 어떻게 될지에 관심이 쏠릴 법하다.
새로운 소그룹의 오너가 될 것이란 평가를 받는 최창원 부회장의 주소지에서도 흥미로운 점이 눈에 띈다. 최신원 회장의 친동생인 최창원 SK케미칼 부회장의 주소지는 재벌가 인사들이 모여 사는 서울 성북동 330번지에 위치해 있다. 최 부회장 주소지인 성북동 330-3XX 저택은 대지면적 260평에 지하1층 지상2층 주택으로 연건평 150평에 이른다.
▲ 최태원 회장 옛 주소지인 SK건설 명의 SK청암대아파트. | ||
그의 집 주변은 ‘성북동 재벌가’란 말이 무색하지 않을 만큼 재벌들끼리 이웃하고 있다. 허남각 삼양통상 회장의 저택과 현대중공업 소유의 영빈관 건물이 양 옆에 인접해 있다. 맞은편엔 일본대사관저가 있고 그 옆으로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저택이 자리 잡고 있다.
최 부회장은 지난 1989년에 이곳을 사들였다가 13년 만인 지난 2002년 12월 부인 최유경 씨에게 이 집을 증여한 것으로 등기부에 기재돼 있다. SK 2세들의 전통(?)대로 ‘무주택자’ 대열에 합류한 것. 하지만 등기부상 최 부회장의 주소지는 여전히 성북동 330-3XX이다.
최 부회장이 자신 명의 저택을 왜 부인에게 증여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최 부회장의 최근 행적을 볼 때 그가 성북동 집에 머무는 시간이 많지 않을 것이란 짐작은 가능하다. 최 부회장은 지난 2005년에 255일을 해외에서 보냈으며 2006년엔 112일간 국내를 비웠다. 2005~2006년 2년 동안 국내보다 해외에서 보낸 기간이 더 긴 셈이다. 최 부회장의 행선지는 대부분 미국이었다. 4월이 채 지나지 않은 올해만 해도 30일가량을 해외일정으로 채웠다.
SK케미칼에선 최 부회장의 장기해외체류가 세간에 알려진 것처럼 ‘유학’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1년에 평균적으로 3분의 1 이상을 해외에서 보내며 최 회장이 어떤 사업구상을 해왔는지 그의 행보에 더욱 관심이 쏠리고 있다.
천우진 기자 wjchu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