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팽정광 코레일 부사장(왼쪽 사진 오른쪽)이 지난 7월 20일 현지시각 오후 3시, 파키스탄 정부청사에서 아프잘 무자파 파키스탄 국가물류협회장(NLC)과 코레일 중고철도차량 수출 계약을 체결한 후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오른쪽 사진은 코레일의 기관차. 사진 출처=코레일 홈페이지 |
그런데 이 사업에 대기업 S 사가 참여하며 특혜 의혹이 불거졌다. 코레일은 “악의적으로 왜곡됐다”고 반박하지만 파문은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이 와중에 가로채기 논란까지 더해졌다. 애초 지지부진하던 파키스탄 사업의 물꼬를 트고 추진한 해외사업가를, 거래 성사 직전에 코레일이 석연찮은 이유로 배제해 파문의 발단이 됐다는 주장이 제기된 것이다. 이에 대해서도 코레일은 “사실무근”이라며 조목조목 반박하고 나서 진실게임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
코레일이 파키스탄 사업을 추진한 것은 지난 2009년부터다. 당시 종합상사 파키스탄 주재원 출신 인사가 파키스탄 2대 도시인 라호르의 교통시스템 개선 사업과 중고 기관차 10대 수출 건으로 코레일과 논의를 시작했다. 그러나 사업은 지지부진했다. 결정적으로 파키스탄 쪽이 자금이 없었기 때문이다.
2011년 하반기 이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들고 나타난 사람이 해외사업가 K 씨였다. K 씨는 10년지기 파키스탄인 사업가 W 씨로부터 제안을 받고 현지조사 후 코레일과 접촉했다. 그는 현대종합상사의 파이낸싱으로 3000만 달러(약 330억 원)를 마련하는 카드를 코레일에 내밀었다. 자금 문제를 일거에 해결한 셈이다. 코레일은 2012년 2월 9일(1월 1일부터 소급 적용) K, W 씨를 이 사업의 협상대리인으로 지정했다.
▲ 중고기관차 수출 협상대리인 지정 공문(왼쪽)과 대리인 해지 알림 공문. |
K 씨 측이 “대리인과 협의한 적이 없는 계약서이니 검토할 필요가 없다”고 요청했지만 코레일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코레일 관계자는 “NLC 실무총책이 보내온 것이니 검토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데 계약서 내용은 K 씨가 그동안 보고해온 것과 다르게 조건이 나빴다”며 “K 씨가 협의된 게 아니라고 주장해, 그렇다면 최종 계약서를 달라고 했지만 결국 그는 계약서를 내놓지 못했다”고 밝혔다.
K 씨 측은 “NLC에서 코레일 부사장이 도착하면 계약서를 보여주겠다고 하니 먼저 선발대와 NLC에 들어가 합의 내용을 확인했다. 그럼에도 코레일 본사에서 계속 계약서를 요구해 일요일임에도 27일 정오까지 받아 주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코레일은 새벽 2시 일방적으로 ‘파키스탄 사업 종료’ 문자를 보내고 철수를 결정했다”면서 “리베이트를 준다는 얘기를 안 해서 그런지 일이 완성될 때쯤 가로채려는 계획이 있었던 게 아닌지 의심이 든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코레일 측은 “다 된 계약을 망가뜨릴 이유가 전혀 없다”면서 “K 씨는 결국 메이드(완성)하지 못해 사업을 철수한 것”이라고 재반박했다. 코레일 관계자는 “우리 넘버 투(부사장)가 나가는 일인데 계약서도 없이 갈 순 없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K 씨 측은 코레일 선발대의 철수 이후에도 파키스탄에 남아 계약서를 받으려고 했다. 하지만 NLC 측이 공식 대리인임을 증명해야 진행이 가능하다고 했고 코레일은 이를 거부했다. 그는 신변의 위협을 느끼며 30일 대사관을 통해 귀국길에 올랐다. 그리고 코레일은 6월 13일(8일부터 소급 적용) K 씨의 대리인 지위를 해지했다.
대리인 지위 해지에 대해 코레일 측은 “K 씨가 현지에서 협상을 하며 공동 대리인인 W 씨를 배제했고 연락도 잘 되지 않았다. 결정적으로 계약서에 하자가 있었다”고 밝혔다. 반면 K 씨 측은 “군부가 지배하는 파키스탄에서 최고사령부 측이 민간 내국인을 들어오지 못하게 한 측면이 있어 어쩔 수 없이 W 씨를 배제했고 연락을 회피한 적은 없다”고 반박했다.
▲ 수수료 지급 서약서. |
이에 대해 K 씨 측은 “거액 요구는 허위사실이다. 코레일로부터 대리인 지위를 해지당한 후 수수료 지급이 약속돼 있던 S 사에 찾아가 당신들 입장을 정리해달라고 한 게 전부”라고 반박하며 “당시 S 사 담당자는 코레일에서 수수료를 지급하지 말라고 했다는데 그 수수료가 어디로 갔는지 모르겠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수수료와 관련해 K 씨 측은 지난 3월 해외사업단장이 서명한 ‘파키스탄 사업 성공시 K 씨에게 컨설팅 수수료를 지급하겠다’는 내용의 영문 문서(문서번호 KORAIL-20120312-781)를 공개하며 “단장이 임의로 발행한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코레일 관계자는 처음엔 “코레일은 개인에게 수수료를 지급하지 않는다. 그런 문서에 대해서 알지 못한다”며 부인했다가 나중에 “찾아보니 그런 서류가 있더라”면서 “그렇지만 선언적인 내용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이 사업으로 인해 코레일 해외사업단은 현재 여러 감사와 조사를 받고 있다. 코레일 관계자는 “어제(11월 29일)도 조사를 받았다. 증거를 다 갖고 있다. 곧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자신했다. 검찰 수사도 각오하는 분위기다. K 씨 측도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의혹으로 얼룩진 코레일의 ‘모범적 사례’는 결국 법정분쟁까지 가야 끝날 전망이다.
이성로 기자 roile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