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수는 급등했지만 투자자들은 안절부절이다. 20∼30% 오른 데 만족하며 손을 털어야 할까.아니면 대세 상승을 꿈꾸며 종잣돈을 더 쏟아 부어야 할까. 주요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의 조언은 후자에 가깝다.
굿모닝신한증권 김석중 리서치센터장은 “부동산에서 주식시장으로 자금이동 흐름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장기상승추세는 지속될 것”이라며 “국내경기의 상반기 저점 통과 가능성이 높아지고 아시아의 내수소비가 진전되면서 세계경제 역시 견조하게 유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NH투자증권 임정석 투자전략팀장은 “장기 저항선의 마지막 관문을 넘어섰고 이는 대세 상승을 추인받은 셈”이라고 평가했다.
유일한 비관론자인 대한투자증권 김영익 센터장은 코스피지수가 5∼6월 1250선까지 내려갈 것이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그 이유는 중국의 긴축이 계속되고, 미국도 소비지출과 생산이 둔화되면서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하지만 2분기 조정을 거친 후 장기 상승한다는 장밋빛 전망을 폈다. 김 센터장은 “주식시장이 장기 조정을 보인다는 것은 2분기 조정 후 장기적으로 반등할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주가가 서서히 오르기 시작하면서 내년 말까지 2000포인트에 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리서치센터장들의 말을 ‘주식시장이 붐벼야 돈을 버는’ 증권회사의 장삿속 ‘사탕발림’으로 여겨야 할까.
하지만 이번엔 다를 전망이다. 주식시장에 과감하게 뛰어든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과 10년 후 자산이 크게 차이 날 것이라는 게 재야 고수들의 전언이다. 지금 부모들에게 “왜 그때 수도권에 허름한 땅이라도 사놓지 않았어요”라고 볼멘소리를 하듯 10년 후 자식들에게 “그 흔한 펀드 하나 들지 않고 뭐했어요”라고 타박을 당할지 모른다. 외환위기 이후 아파트를 산 사람과 전세를 산 사람의 자산 차이가 적게는 2억~3억 원에서 많게는 10억 원이 난 것을 보면 추측할 수 있다. 이젠 아파트와 주식이 자리 바꿈할 것으로 보인다.
‘시골의사’라는 필명으로 더 잘 알려진 박경철 신세계병원 원장은 자신의 저서 <시골의사의 부자경제학>에서 “미국에서는 이미 수십년 전부터 대부분의 2차 산업이 거의 문을 닫았다. 그러자 불안해진 사람들이 개인 보험과 연금에 관심을 쏟으면서 주식 등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가 확대됐다. 여기에 기업들의 퇴직연금, 국가 공공기금들이 가세함으로써 10년간 무려 10배나 되는 증권시장 활황을 가져왔다”고 말했다.
그는 “향후 우리나라에 펼쳐질 이러한 수익률 게임에 올라타지 못한다면 절대적 기준으로 자산이 부족하지 않을지 모르지만 상대적으로 빈곤한 사람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한국의 국민연금은 고갈 위험에 시달리고 있어 고갈까지의 기간을 늘리기 위한 수익을 얻기 위해서라도 주식시장에 뛰어들 수밖에 없고 여기에 퇴직연금, 변액보험이 가세하고 부동산시장을 이탈한 자금이 적립식 펀드로 더 몰리면 떠밀리듯 주식시장이 상승할 수밖에 없다.
김영익 센터장 역시 “주가가 조정을 받을 때마다 190조 원 정도의 금융자산을 가지고 있는 국민연금이 주식을 사고 있고 연기금과 투자기관들이 주가가 떨어지면 주식을 사겠다고 벼르고 있다”면서 “정부의 강력한 규제로 부동산 가격이 조정을 보이면서 개인의 자금이 주식 시장으로 이동할 가능성도 높다”고 전망했다.
외국인 투자가의 움직임도 긍정적이다. 이머징마켓(신흥시장)에 투자하는 자금은 한국증시에서 지속적으로 빠져나가는 대신 안정적인 선진시장에 투자하는 자금이 최근 급격히 유입되고 있다. 실제로 외국인 투자가는 지난 2∼3년간 지속적으로 매도하다가 올 들어 순매수세로 돌아섰다. 외국인 자금이 그만큼 양질로 변했다는 얘기다. 특히 내년 중 FTSE 선진국지수 편입이 될 경우 양질의 해외 펀드들이 대규모로 유입돼 수급 여건이 한결 좋아질 전망이다.
그렇다면 어떤 업종, 종목을 사야할까. 요즘 같은 활황장에서는 대충 흠 없으면 오르는 분위기라 단기 조정을 받더라도 흔들리지 않을 종목을 고르는 게 중요하다. 이때 중요한 것이 전체적인 산업 흐름이다.
시중 증권사들의 경우 리서치센터장이 직접 나서서 공식적인 추천종목을 내놓지는 않는다. 개별 애널리스트가 매수추천을 하는 게 대부분이다. 그럼에도 리서치센터장의 언론 인터뷰를 유심히 보면 이들이 향후 우리 경제계의 어떤 섹터를 경쟁력 있는 분야로 꼽고 있는지, 어떤 종목에 투자해야 할지 압축할 수 있다.
김학주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지난달 30일 기자간담회에서 “발전설비, 정밀기계, 공작기계, 건설 중장비 분야는 한국증시를 이끌고 갈 새로운 성장동력”이라면서 현대중공업과 효성, 포스코, 삼성화재, 신세계, 한국타이어, NHN을 콕 집었다. 그는 앞으로 투자성과가 가시화될 기업으로 S&TC, 효성, 동양제철화학을 꼽았고 투자하면 영업성과가 개선될 기업으로 농심, 롯데제과, SFA, 온미디어를 선정했다.
김영익 리서치센터장은 한 인터뷰에서 “향후 주식시장 상승기에는 삼성전자 같은 수출주보다 건설, 은행, 증권 등과 같은 내수주가 유망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특히 증권주는 전망이 아주 밝으므로 2009년까지 갖고 있으라고 말한다.
신영증권 조용준 리서치헤드는 “올해 조선업체 대부분이 실적 개선세가 나타날 전망”이라며 “벌크선 호황 국면 확대로 세계 조선시장의 공급 부족이 2008년까지 지속되는 등 조선업 호황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CJ투자증권 조익재 리서치센터장 역시 “원자재 관련주인 조선·철강·해운업종은 중국의 경제성장과 맞물려 당분간 호황을 보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동양종금증권은 2분기 이후 실적 모멘텀에 근거해 주도주의 점진적 변화가 있을 것이라며 산업재와 소재, 에너지섹터에서 금융, 경기소비재, IT로 관심을 이동하라고 조언했다. 동양증권이 꼽은 투자유망종목은 금융의 국민은행 삼성증권 동부화재, IT에서는 삼성전자 LG전자 인탑스 등이며 경기소비재로는 롯데쇼핑 호텔신라, 통신의 KT LG데이콤 유틸리티에는 한국전력, 소재로는 LG화학, 산업재의 대한항공, 필수소비재의 KT&G, 헬스케어의 유한양행 등이다.
전용기 파이낸셜뉴스 기자 courage@f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