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준호 롯데우유 부회장 | ||
신격호 롯데그룹 회장의 둘째 동생인 신준호 롯데우유 회장의 계열분리 준비가 최종 마무리됐다. 당초 롯데햄우유 부회장이던 신준호 회장은 지난달 11일 롯데햄우유가 롯데햄과 롯데우유로 물적분할된 뒤, 롯데우유의 대표이사 회장을 맡으면서 1차 준비를 끝냈다. 물적분할이란 회사를 둘로 나눠 새로 만들어진 회사의 주식을 모회사가 전부 갖는 기업분할 방식. 롯데햄이 롯데햄우유의 존속법인이 되고, 롯데우유가 신설법인이 됐다. 즉 롯데햄이 롯데우유 지분을 모두 갖도록 한 것이다. 대신 롯데햄의 지분은 롯데햄우유 시절 그대로 롯데상사와 신준호 회장이 각각 48.7%와 45%를 갖도록 했다. 롯데햄 대표이사도 기존의 이종규 롯데햄우유 대표가 맡았다.
그리고 열흘 뒤인 4월 20일 신준호 회장은 보유하던 롯데햄 지분 45%를 회사에 넘겨주고, 대신 롯데햄이 갖고 있던 롯데우유 지분 100%를 받는 맞교환을 했다. 주당 교환 가격은 롯데햄이 1만 7538원, 롯데우유는 4만 2228원이었다.
이날 거래에서 신준호 회장이 넘겨준 45%의 지분에는 사연이 있다. 신 회장이 ‘항명’을 하다시피 소동을 벌이며 형에게서 지분을 넘겨받은 지 10여 년 만에 고스란히 주식을 다시 내놨다는 점이다.
신준호 회장은 90년대 중반까지 롯데제과와 롯데건설 등 그룹 주요 계열사의 대표이사를 맡으며 형제들 중 롯데그룹 경영에 가장 깊숙이 관여해 왔다. 신격호 회장에게는 신준호 회장 외에도 신춘호 농심그룹 회장, 신정희 동화면세점 사장 등의 동생들이 있지만 이들은 모두 일찌감치 사업체를 차려 독립했고, 신준호 회장만 롯데에 남아 수십년간 큰형을 도왔었다.
때문에 한때 신준호 회장은 롯데그룹의 확실한 2인자였다. 적어도 땅 소유권 문제로 형님에게 ‘반기’를 들기 전까지는 말이다.
신격호 회장과 신준호 회장 두 사람은 지난 96년 서울 양평동 땅을 놓고 2년 가까이 대립각을 세웠다. 신격호 회장은 당시 동생의 이름을 빌려 롯데제과 공장 부지 등 26만 평에 이르는 7건의 부동산을 샀다고 주장했고 신준호 회장은 ‘내 땅’이라고 주장했다. 결국 신격호 회장은 소송을 냈다. 요즘 말로 ‘형제의 난’ 원조쯤 되는 일이 일어났던 것이다.
당시 신격호 회장은 이 일로 체면을 구겨야 했다. 그는 동생이 끝내 땅을 내놓지 않으려 하자 땅을 돌려받는 대가로 롯데햄우유 지분 45%를 신준호 부회장에게 넘겼다. 두 사람의 감정다툼은 신준호 회장이 형에게 사과하면서 마무리됐지만 뒤처리를 하는 과정에서 신준호 회장이 사실상 롯데의 2인자 자리에서 밀려나는 결과를 낳았다.
▲ 신격호 롯데그룹 회장 | ||
우연일지 모르지만 신격호 회장이 아들 신동빈 부회장을 한국으로 불러 경영수업을 시작한 것도 이맘때부터였다.
새로 생겨난 롯데우유의 연매출은 2000억 원 안팎으로 예상되고 있다. 임원들은 모두 신준호 회장 가족이 맡았다. 외아들 신동환 대선주조 이사와 딸 신경아 대선건설 이사가 롯데우유의 이사를 맡고 부인 한일랑 씨는 감사를 맡았다. 이를테면 독립그룹을 위한 독자적인 2세 경영체제도 함께 구축하기 시작한 셈이다.
이에 대해서는 롯데의 ‘황태자’인 신동빈 롯데그룹 부회장도 얼마 전 “롯데햄우유가 서로 관계 없는 사업을 하고 있고 우유 부문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분리하는 것이 낫다”는 뜻을 밝히며 은근히 삼촌에게 독립할 것을 종용한 바 있다.
하지만 분리 뒤 롯데우유가 어느 정도 성장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난해 롯데햄우유의 매출액은 5200억 원대였다. 롯데햄우유는 유가공, 육가공, 식육 등 3개 분야가 매출액도 삼분하고 있다. 이 중 매출규모가 상대적으로 제일 작은 분야가 유가공 분야로 지난해 매출액은 1717억 원. 문제는 물장사를 제패하고 있는 롯데지만 음료 분야가 아닌 유제품 분야에서는 시장 장악력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롯데우유 제품은 롯데마트 등 롯데의 유통 계열사에서 두각을 나타내왔다. 때문에 롯데그룹과 남남이 될 경우 신격호 회장의 마음 먹기에 따라 롯데우유의 명운이 좌우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어쨌든 신준호 회장은 부산 경남과 롯데우유의 공장이 있는 전북권에 기반을 둔 독립그룹의 오너로 떠올랐다. 그는 부산 경남 지역에 기반을 둔 소주업체인 (주)시원(옛 대선주조)을 인수하고 대선건설을 설립하는 등 일찌감치 계열분리를 예고해왔다. (주)시원은 신준호 회장 일가가 지분 99%를 보유하고 있고, 대선건설 역시 신준호 회장 일가가 지분 100%를 보유한 가족회사.
연매출 1000억 원가량인 시원은 원래 신준호 부회장의 사돈 회사였으나 지난 2002년 지역 라이벌 기업인 (주)무학이 경영권 장악을 시도하자 2004년 신준호 회장이 지분을 인수해 자기 회사로 만들었다.
대선건설은 신준호 회장이 설립한 회사. 그는 새 회사들을 통해 의욕적인 사업확장을 계속하고 있다. 대선건설은 최근 170억여 원 상당의 (주)시원 기장공장 신·개축 공사를 수주했다. 시원의 설비 증축을 통한 주류 시장 외형 확장과 대선건설의 매출 확대를 겨냥한 동시 포석인 셈이다.
신준호 회장의 분가로 롯데그룹의 분가 1순위 현안은 신영자 롯데백화점 부사장의 거취가 됐다. 신 회장이 어떤 선택을 할지 주목받고 있다.
이영복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