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츠금융지주 외에도 많은 기업들이 감액 배당에 나서고 있는데 오너일가의 지분율이 50% 안팎으로 꽤 높은 기업도 다수 포함돼 있다. 감액 배당이 주주의 세금 부담을 줄여주는 주주친화정책인 것은 분명하지만 이를 이용해 오너일가가 투자자나 일반 주주보다 더 많은 배당 이익을 챙기는 것은 제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메리츠금융은 2023년 메리츠화재와 메리츠증권을 완전 자회사로 편입하는 과정에서 신주를 발행했다. 두 회사 주주들이 보유한 주식을 메리츠금융 주식으로 교환하는 작업을 거치기 위해서였다. 당시 메리츠금융 주식의 액면가는 500원이었으며, 주식 교환가액은 2만 7132원으로 책정됐다. 액면가와 교환가액의 차이만큼 자본준비금으로 남았고, 메리츠금융은 이를 이익잉여금으로 전환해 배당을 하기로 결정했다.

메리츠금융은 2024년 결산 기준 배당금을 축소했다. 1주당 배당금은 1350원으로 전년 대비 42.79% 감소했다. 배당 총액도 2400억 원으로 전년 대비 46.46% 줄였다. 조 회장은 약 1319억 원을 배당금으로 받을 예정이다. 2023년과 합치면 총 3625억 원을 비과세로 받는 것이다.
메리츠금융은 이익잉여금으로 전환한 자본준비금 전액을 배당에 사용할 예정이다. 앞서 진행한 감액 배당 2년 치를 빼면 남은 자본준비금은 1조 4617억 원으로 추산된다. 조 회장은 지분율(2024년 3분기 사업보고서 기준 51.25%)이 유지될 경우 앞으로 약 7491억 원을 세금 없이 배당금으로 수령할 수 있다는 계산이 가능하다. 감액 배당으로만 약 1조 1116억 원을 받는 셈이다.
감액 배당을 실시하는 기업은 점차 늘고 있다. 2023년 기준 감액 배당을 실시한 기업은 △메리츠금융지주 △하나투어 △일진홀딩스 △인화정공 △넥스틸 △크레버스 등이다. 2024년 기준 △롯데하이마트 △동인기연 △에코프로 △한미사이언스 △제주항공 등이 추가로 감액 배당에 나설 계획이다.
우리금융지주도 2025년 결산배당부터 감액 배당을 시행할 예정이다. 감액 배당은 비과세 배당이라는 특수성 덕분에 주주친화정책 중 하나로 활용되고 있다. 우리금융은 “비과세 배당을 통한 주주의 실질적 배당수익률을 확대한다”며 “앞으로도 다양한 주주친화정책을 발굴하고 적극 이행하겠다”고 강조했다.
감액 배당 실시·예정 기업 가운데 우리금융지주를 제외하면 모두 오너일가가 지배하고 있다는 점이 주목된다. 감액 배당을 실시하거나 예정된 기업 중 지난해 3분기 사업보고서 기준 최대주주 지분이 50%를 넘는 곳은 △메리츠금융(조정호, 51.25%) △넥스틸(박효정, 54.15%) △롯데하이마트(롯데쇼핑, 65.25%) △제주항공(AK홀딩스, 50.37%) △동인기연(정인수, 66.85%) 등 5곳에 달한다. 인화정공도 이인 회장이 49.3%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코리아 디스카운트’ 현상을 더욱 악화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어 적절한 제재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기업이 자본준비금을 이용해 배당을 하다 자칫 자본금이 말라붙었을 때 대처(보전)할 재원이 부족하면 기업의 존립이 큰 위험에 처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유호림 강남대 세무학과 교수는 “감액 배당에 나서는 기업은 회사의 장래보다 당장 배당 이익을 더 고려한다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고, 오너일가가 사비로 결손 보전에 나설 가능성도 낮아 해외 기관투자자들이 장기 투자를 원할지 의문”이라며 “오너일가 지분율이 일정 수준 이상인 기업은 감액 배당이 어렵도록 법과 제도로 적절히 제재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박찬웅 기자 rooney@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