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모주 투자자들이 배당을 기대했던 배경엔 합리적인 이유도 있다. LG, LG전자, LG생활건강, LG화학, LG유플러스, LG이노텍, HS애드 등 배당을 지급하는 모든 LG그룹 계열사가 지난해 일찌감치 정관을 변경, 3월 19일부터 31일까지 진행될 정기 주주총회 전후로 배당받는 주주를 확정하기로 조치한 것이다. 그룹 차원에서 계열사들이 일제히 정관을 바꿔둔 만큼 LG CNS도 정관을 변경했을 것으로 투자자들은 예상하고 있었다.
심지어 배당을 할 수 없는 처지인 LG에너지솔루션, LG디스플레이조차 만약 배당을 한다면 3월 기준 투자자들이 배당을 받도록 지난해 주주총회에서 정관을 바꿔놨던 것으로 나타났다.
#다른 계열사와 달리 정관 안 바꿔둬
금융당국은 2023년 배당절차 개선을 추진했다. 상장사들은 통상 매년 12월 말일인 의결권 기준일을 배당 기준일과 통일해 배당받을 주주를 확정하고 이듬해 3월 열리는 정기주주총회에서 배당을 지급해 왔다. 이러다 보니 투자자 입장에선 배당액의 규모도 모른 채 먼저 투자를 결정해야 해 ‘깜깜이 배당’이라는 비판이 컸다. 대부분 대기업이 금융당국 방침에 따라 정관을 변경해 배당기준일을 주주총회 시기로 바꾸는 ‘선배당 후투자’ 방식을 도입한 이유다.
LG CNS가 정관 변경을 미리 해두지 않음에 따라 그 수혜는 고스란히 기존 주주에게 넘어갔다. 비상장일 때 기준으로 지분 1.12%(97만 2600주)를 보유하고 있는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배당을 16억 2600만 원 받게 됐고, 2대주주 맥쿼리PE는 510억 원의 배당을 수령한다.
자본시장 일각에서는 LG그룹이 맥쿼리PE 때문에 미리 정관을 고치지 않았을 것으로 보고 있다. 맥쿼리PE는 공모 과정에서 LG CNS 주식 968만 8585주를 매각해 6000억 원가량을 회수했고, 잔여 물량 2083만 479주는 오는 8월부터 장내 매도가 가능하다. 만약 배당기준일을 상장 이후로 변경했다면, 배당액은 348억 원에 그친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LG CNS가 단순 실수로 정관 변경을 못 했다는 이야기도 있는데 이는 말도 안 된다”면서 “문제는 LG CNS가 예상보다 부진한 주가 흐름으로 공모주 투자자들에게 큰 손실을 입혔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LG CNS에 이어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하는 서울보증보험은 LG CNS와 다른 선택을 해 눈길을 끈다. 서울보증보험은 공모 투자자들에게도 배당을 지급하려고 앞서 정관을 변경했다고 밝혔다. 공모가가 공모가 밴드의 하단인 2만 6000원으로 확정돼 공모 투자자는 4월까지 보유할 경우 공모가 기준 11%에 달하는 배당수익을 챙길 수 있을 전망이다. 물론 주가가 공모가보다 하락할 경우 고배당에도 불구하고 투자 손실이 발생할 가능성은 있다.
#LG 계열사들 상장 두고 잇따른 논란
LG그룹은 2022년 1월 LG에너지솔루션을 물적분할한 후 상장해 투자자들로부터 자본시장 발전을 저해했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당시 LG화학이 핵심 부서인 배터리 사업부를 분리해 LG에너지솔루션으로 상장시키자, LG화학 주가는 한 달 만에 16.57% 빠졌다. 이후 지주회사 LG 산하에 있는 LG CNS마저 별개 상장하면서 논란이 더 커졌는데, 여기에다 예상 밖으로 상장 이후 주가가 급락하면서 공모주 투자자들의 불만도 거세진 것이다.
업계에 따르면 LG CNS는 상장 후 시가총액으로 7조 원 이상을 요구했다. 그러나 KB증권 등 주관사단은 LG그룹에 대한 이미지를 개선하기 위해 더 낮은 몸값을 제안해 공모가 밴드 상단 기준 시총을 5조 9972억 원으로 잡았다. 하지만 현재 시총은 4조 원대 중반까지 허물어진 상태다.
LG CNS는 인공지능(AI), 클라우드, 스마트팩토리 등을 추진하는 AI 기업으로 인정받기를 원했지만, 투자자들은 결국 삼성SDS와 같은 또 하나의 대기업 계열 시스템통합(SI)업체에 불과하다고 본 셈이다. 삼성SDS와 비교하면 LG CNS 몸값은 지금도 싸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LG CNS의 지난해 3분기 기준 최근 1년간 당기순이익 3837억 원에 유사 기업들의 주가이익비율(PER) 평균 22.6배를 적용한 가격이 공모가인 6만 1900원이다.
그러나 비교기업군에서 가장 비슷한 처지인 삼성SDS의 PER은 당시 기준 15.5배에 그친다. 3월 4일 LG CNS의 종가 4만 6550원을 기준 LG CNS의 PER은 10.77배다. LG CNS는 비교기업으로 자율주행 기대감이 주가에 녹아 있는 현대오토에버(24.7배), 일본 NTT데이터그룹(27.7배) 등을 지정했었다.
#주가 향배, 관건은 AI 사업
공모주 투자자들은 아직 상당수가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네이버가 제공하는 마이데이터 정보에 따르면, 4일 기준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투자자 3만 9215명은 평균 매수단가가 6만 530원이다. 이들은 주식을 계속 보유할지, 아니면 지금이라도 손절해야 할지 판단을 내리기 어렵다고 하는 상황인데, 대부분 증권사 연구원이 LG CNS에 대한 보고서를 내놓지 않고 있다. 아직 상장 초기다 보니 투자의견을 내기 조심스럽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다만 증권사 연구원들은 LG CNS 주가 전망 또한 AI에 달렸다고 설명했다. LG CNS의 기술력이 경쟁사보다 낫다고 판단한다면 들고 갈 만하고, 크게 기대할 부분이 없다고 볼 경우 지금이라도 손절하는 것이 나을 수 있다는 얘기다.
LG CNS가 LG그룹 AI에 있어 중심 기업인 것은 사실이다. LG CNS는 LG AI연구원이 주축이 돼 개발 중인 ‘엑사원(EXAONE)’ 연구 및 상용화에 참여하고 있다. LG AI연구원은 2020년 말 설립 당시 150명 규모로 시작해 현재는 인력이 2배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순수 AI R&D(연구개발) 인력 기준으로 국내에서 가장 많은 수준이다. 개발 인력 중 25%는 랩에서 원천 AI 기술을 개발하고, 60%는 계열사가 요청하는 난제 해결 프로젝트를 수행 중이다. 그리고 나머지 15%가 외부 사업을 담당한다.

LG 옵타펙스를 사용하면 잠재 이커머스 소비자들이 포털에서 제품을 검색하거나 디스플레이 광고에 노출될 때 실제 구매로 이어질 수 있는 효과적인 광고를 집행하고 광고비용도 절감할 수 있다는 것이 LG CNS 측 설명이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결국 LG CNS도 AI 사업으로 인한 프리미엄을 얹을 가치가 있는지가 중요하다”면서 “단기적으로 맥쿼리PE가 8월 이후에는 주식을 블록딜(대량 매매)로 처분할 수 있다는 점은 유념해야 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LG CNS는 이번 배당 정책이 특정 주주를 위한 것이라는 주장은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이다. LG CNS 측은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지난해 12월 16일 배당 기준일이 12월 31일이라고 공지했으며 이는 전년과 같은 일정이라고 설명했다.
민영훈 언론인
박호민 기자 donkyi@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