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집중투표제가 도입되면 주식 1주에 선임하고자 하는 이사 수만큼 의결권이 부여되는데, 소액주주 입장에서 특정 후보에 결집하면 원하는 이사를 이사회에 합류시킬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사회의 다양성을 위해 도입하는 제도다.
기업설명회 정례화 안건이 통과되면 회사의 상황에 대한 주주들의 접근성이 높아진다. 전자적 방식에 의한 의결권 행사가 의무화되면 소액주주들이 의결권을 행사하기 쉬워진다. 아울러 주주추천 감사가 이사회에 진입하면 최대주주 측 중심으로 구성된 이사회에 대한 견제 수위가 강화된다.
소액주주들의 이번 무더기 주주제안은 신동윤 회장의 은둔형 경영 스타일에 대한 불만을 제기하는 차원에서 이뤄졌다. 실제로 소액주주들이 확보한 지분이 안건을 통과시킬 만큼 많지는 않다. 신동윤 회장 측이 확보한 지분은 56.45%로 과반이다.
이영규 율촌화학소액주주연대 대표는 “최대주주 측 지분이 많아 올린 안건의 통과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도 “그동안 신동윤 회장을 비롯한 경영진이 부진한 실적에도 주주들과의 소통이 미흡해 소액주주들의 권익을 보호할 수 있는 안건을 상정했다”고 설명했다.
통과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관측되던 주주추천 감사 곽창규 선임의 건은 회사 이사회가 올린 감사위원회 제도 도입의 안건으로 무산될 가능성이 크다. 감사위원회가 도입되면 사외이사에서 감사위원이 선출되기 때문에 이번에 추천한 감사직은 상근직이라 선출이 불가능하다. 이를 두고 소액주주 측은 회사 측이 감사 선임을 의도적으로 방해하려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신동윤 회장을 직접 겨냥한 안건도 있다. 주주총회 보수심의제 신설이다. 주주총회에서 임원의 보수를 결정하는 것이다. 해당 안건이 통과하면 신동윤 회장을 비롯한 임원들의 보수는 주주총회에서 결정된다. 그동안 이사회에서 임원의 보수를 결정했다.
최근 신동윤 회장을 비롯한 이사진은 부진했던 실적에도 불구하고 보수를 꾸준히 인상하고 있다. 이영규 대표는 “율촌화학은 최근 2년간 적자를 지속하고 있으며, 2024년에도 적자가 예상되는 상황이다. 하지만 등기임원 보수는 2021년 대비 23% 상승해 22억 5000만 원에 달하며, 신동윤 회장의 경우 41% 상승했다”고 지적했다.
자신들의 보수를 크게 올린 이사회는 실적 부진을 이유로 배당금을 대거 삭감했다. 2022년 영업손실을 기록하면서 배당금을 124억 원에서 62억 원으로 반토막냈다. 이영규 대표는 “실적 부진을 이유로 배당금을 삭감했다면 경영진도 책임 경영 차원에서 보수를 삭감하는 것이 상식적인데 이사회는 이율배반적인 결정을 내렸다. 주주와의 신뢰를 깨뜨리는 결정으로 본다”고 말했다.
신동윤 회장은 최근 경영 시험대에 올랐다. 율촌화학은 지난 3년간 영업손실을 지속하고 있다. 2022년 연결기준 59억 원의 영업손실을 시작으로 2023년 162억 원, 2024년 166억 원으로 영업손실이 확대되는 추세다.
율촌화학은 최근 사업부문에 변화를 추진하고 있다. 율촌화학이 영위하고 있는 사업부문은 크게 포장사업부문과 전자소재사업부문으로 나뉘다. 이 둘 간 사업 비중은 약 7 대 3 비율로 포장사업부문이 크다. 지난해 1월 포장사업부문인 판지 사업을 매각했다. 반면 전자사업부문을 키우는 작업을 하고 있다. 2차전지 파우치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파우치 생산 설비도 확보했다.
문제는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 등의 영향으로 전망이 불투명하다는 점이다. 율촌화학은 지난해 7월 얼티엄셀즈와의 1조 4871억 원 규모 리튬이온배터리(LIB) 제조용 알루미늄 파우치 공급 계약을 해지당했다.
율촌화학의 주가도 지지부진하다. 지난해 2월 22일 장중 한때 4만 9100원까지 상승했던 율촌화학의 주가는 공급 계약 해지 이후 좀처럼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2월 27일 종가 기준 율촌화학의 주가는 2만 9300원이다.

율촌화학의 주주 행동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염춘필 법무사는 “앞으로도 주총에서 소액주주의 권익을 위한 안건이 계속 올라올 것”이라며 “가결 여부와는 상관없이 소액주주가 올린 안건을 최대주주 측이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율촌화학 관계자는 “주주들의 안건을 검토하고 있다. 회사와 주주 모두의 이익이 되는 안건이라면 긍정적으로 검토할 것”이라면서 “주주 환원을 위한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적과 관련해서는 “회사 측은 올해 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박호민 기자 donkyi@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