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수에게 장르가 국한돼 있는 것은 결코 아니다. 게다가 오랜 기간 한국에서 사랑받은 장르인 트롯의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과거에도 타 장르 가수들이 트롯 가수로 변신해 큰 사랑을 받은 바 있다. 고 현철의 경우 ‘현철과 벌떼들’이라는 밴드를 결성, 팝송을 리메이크해 활동하다 밴드가 해체된 뒤 트롯 가수로 변신해 큰 성공을 거뒀다. 다만 고인은 ‘현철과 벌떼들’ 이전에 ‘태현철’이라는 예명으로 먼저 데뷔했는데 ‘태현철’ 시절이나 ‘현철과 벌떼들’ 시절은 모두 무명 가수 시절이다. 대중이 현철이라는 가수를 처음 알게 된 시점에는 이미 고인은 트롯 가수였다. 그러니 ‘변신’이라고 보는 데에는 한계가 분명하다.
가장 확실한 변신의 주인공은 유현상이다. 애초 유현상은 헤비메탈 밴드 백두산의 작곡가 겸 보컬리스트, 리더로 유명한 가수였다. 1980년대 가요계에서 백두산은 부활, 시나위 등과 함께 한국 가요계에 헤비메탈 열풍을 불러일으킨 장본인이다. 백두산이 가장 후발주자였고 사운드도 가장 하드한 밴드였지만 한국적인 멜로디 라인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헤비메탈 밴드지만 멜로디에는 소위 말하는 ‘뽕끼’가 있었기 때문이다.
1990년대 초 유현상은 긴 머리를 자르고 트롯 가수로 변신해 신곡 ‘여자야’를 발표했다. 가요계에 엄청난 충격을 안긴 변신이다. 대중음악평론가 임진모는 한 방송에서 “유현상이 ‘여자야’라는 트롯을 불렀을 때 모든 사람들이 놀랐다. 그렇게 시끄럽게 메탈 음악을 했던 사람이 야들야들한 트롯을 하니까”라며 “우리 역사상 가장 가혹한 변신이었을 것”이라고 평했다.
최근 이런 변신에서 가장 성공적인 행보를 보이는 가수는 린이다. 발라드와 컨템포러리 R&B 장르 가수로 많은 사랑을 받아온 린은 수많은 OST 곡들을 히트 시키며 ‘OST의 여왕’으로 불리기도 했다. 그리고 2023년 11월 MBN ‘현역가왕’ 출연 사실을 공개하며 트롯 가수로의 변신을 선언했다.
‘현역가왕’ 제작진은 33명의 현역가수 참가자 가운데 린의 정체를 가장 먼저 공개하며 신설 프로그램 홍보에 적극 활용하기도 했다. 린은 결승전까지 진출해 4위로 TOP7에 합류했다. 그렇게 국가대표가 된 린은 ‘한일가왕전’, ‘한일톱텐쇼’ 등에 출연하며 트롯 가수로 제2의 전성기를 보내고 있다.

환희는 결승전까지 진출하는 데에는 성공했지만 그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다. 본선 3차전 7위, 준결승전 3위로 결승전에 진출했는데 10주 동안 진행된 대국민 응원 투표 주간 순위에서 환희의 이름은 찾기 힘들었다. 팬덤이 매우 약한 상황이라 우승권과는 거리가 멀었다. 관건은 ‘TOP7에 들어 국가대표가 될 수 있느냐’였지만 결국 결승전에서 8위에 그치면서 국가대표는 되지 못했다. 린처럼 향후 MBN 트롯 예능에 출연하며 트롯 가수로 원활하게 활동할 기회는 제공받지 못했다.
TV조선 ‘미스터트롯3’에도 ‘제2의 린’이 되고자 하는 도전자들이 등장했다. 우선 예선에 가면을 쓰고 등장한 ‘은하늘’이다. “본선 진출이 결정되면 얼굴을 드러내겠다”며 가면을 쓰고 예선 무대에 선 은하늘은 올하트를 받으며 본선 진출을 확정 지었다. 그리고 공개된 은하늘의 주인공은 바로 28년 차 가수 겸 배우 이지훈이었다.

이지훈과 천록담은 본선 1, 2, 3차전을 무난히 통과했다. ‘메들리 팀 미션’으로 진행된 본선 3차전은 4명씩 6개 조가 자웅을 겨뤘는데 천록담과 이지훈은 모두 팀장을 맡아 2라운드 대장전 무대에도 섰다. 그렇지만 준결승 1차전에서 희비가 엇갈렸다. 두 참가자가 격돌해 150점을 나눠 갖는 준결승 1차전 1라운드에 이들이 맞붙었는데 천록담이 100점을 가져가면서 이지훈은 50점을 얻는 데 만족해야 했다. 1라운드 순위는 천록담이 7위, 이지훈은 11위였다. 2라운드까지 합친 총점에선 천록담이 10위로 겨우 탈락을 면했고 이지훈은 13위로 탈락이 확정됐다.
천록담은 TOP7 결정전인 준결승 2차전에서 살아남아야 결승전 진출이 확정되는 동시에 트롯 가수로의 활동에도 활력이 붙을 수 있다. 환희와 이지훈이 이루지 못한 ‘제2의 린’이 될 수 있는 기회를 과연 천록담은 붙잡을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
김은 프리랜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