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별들에게 물어봐’는 재벌가의 대를 잇기 위해 지구에서는 불가능한 인공수정을 우주에서 시도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산부인과 의사 공룡(이민호 분)은 재벌 회장의 은밀한 협박에 못 이겨 700억 원을 후원받아 관광객 자격으로 우주정거장으로 향한다. 일찍 세상을 떠난 회장의 아들이 남긴 ‘찌그러진 정자’로는 지구에서 인공수정이 어렵지만 중력이 없는 우주에서는 가능할지 모른다는 재벌가의 희망을 대신 실현하기 위해서다.
공효진은 우주정거장을 지키는 리더 이브 역이다. 공룡의 비밀 임무를 알지 못하는 그는 우주에서 엄격히 금지된 인공수정 등 실험을 막으려 하고, 그 과정에서 온갖 위기가 벌어지는 가운데 공룡과 이브는 사랑에 빠진다.
문제는 ‘별들에게 물어봐’가 16부작 내내 ‘우주에서의 인공수정’의 이야기에만 집중하면서 촉발됐다. 방송 전 ‘우주 로맨스’를 강조한 제작진의 설명으로 이민호와 공효진의 웃기고 설레는 사랑을 기대한 시청자들은 어리둥절할 수밖에 없었다. 드라마 초반부터 우주정거장을 무대로 초파리들의 교미와 쥐들의 사랑 등에 관한 이야기만 집중적으로 다뤄지고, 재벌 회장의 주문을 수행하려는 공룡이 우주 대원들을 속이고 인공수정을 시도하는 내용이 반복됐다. 반드시 아이를 낳아야 한다는 재벌가의 열망이 우주까지 이어진 상황이었지만, 그것만으로 시청자를 설득할 순 없었다.

우주에서도 반드시 지켜야 하는 사랑의 가치를 말하려는 시도였지만 거창한 기획에만 머물렀고, 황당한 이야기가 반복되면서 끝내 시청자를 설득하지 못했다. 500억 원의 제작비가 투입된 이유, 2년여의 후반 작업을 거친 이유 역시 우주 배경의 SF 드라마이기 때문이지만 왜 두 주인공이 우주로 나아가 인공수정을 시도하고 그로 인한 온갖 갈등을 일으키는지 이해되지 않는다는 반응은 방송 내내 계속됐다.
결말도 황당함의 연속이었다. 주인공 이브는 주변의 만류에도 우주정거장에서 공룡의 아이를 출산하다가 결국 세상을 떠난다. 마지막 회에 등장한 이 내용은 시청자를 더욱 당황스럽게 했다. 우주에서 가능할지 모를 난임 해결의 연구와 임신 및 출산의 숭고함을 이야기하려는 드라마와 주인공의 출산 중 사망 설정이 과연 어울리는지에 대한 엇갈린 반응이 쏟아지고 있다.

싸늘한 반응은 즉각 시청률로 나타났다. ‘별들에게 물어봐’는 끝내 3%대의 벽을 넘지 못하고 막을 내렸다. 1월 6일 방송한 2회에서 가장 높은 3.9%(닐슨코리아·전국 기준)를 기록한 이후 줄곧 내리막길이었다. 1, 2회에서만 3%대의 시청률을 기록했을 뿐 16회로 막을 내릴 때까지 1~2%대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 웬만한 드라마들은 마지막 회에서 가장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기 마련이지만 그것도 ‘별들에게 물어봐’는 예외였다. 최종회의 기록은 2.6%에 그쳤다.
사실 요즘 드라마는 시청률로만 작품의 성공과 실패를 판단하기는 어렵다. 넷플릭스와 디즈니+, 티빙 등 OTT 플랫폼을 통해 본방송 직후 드라마가 공개되면서 시청 선택권이 다양해졌기 때문이다. ‘별들에게 물어봐’ 역시 넷플릭스와 티빙에서 공개된 만큼 시청자가 분산됐을 가능성이 있지만 플랫폼이 자체 집계하는 톱10 순위에서도 드라마의 제목은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방송 직후 보통 넷플릭스에 공개하는 드라마들은 ‘대한민국 오늘 톱10’ 순위의 최상위권에 오르지만 ‘별들에게 물어봐’는 방송 내내 순위 진입에 실패했다. 대중의 관심에서 아예 멀어졌다는 증거다.
‘별들에게 물어봐’의 패착은 시청자들이 가장 기다린 로맨스에 대한 기대를 저버렸다는 데 있다. 16부작으로 이야기를 구성해놓고도 인공수정과 난임 해결, 인간은 물론 동물들의 임신과 출산까지 어우르는 소재에 지나치게 치중한 탓이다. 우주에서 벌어지는 모험이나 사랑보다 무중력 상태에서 시도하는 인공수정과 이로 인해 벌어지는 갈등에 집중하면서 정작 시청자가 기대한 이민호와 공효진의 로맨스는 비중 있게 다뤄지지 않았다.
제작진은 기획 단계에서부터 ‘SF 로맨스’를 내세워 작품을 알려왔다. 두 배우를 캐스팅하고 촬영을 시작할 때부터 500억 원의 제작비를 투입한 대작이라는 사실을 대대적으로 알리고, 앞서 SBS 드라마 ‘질투의 화신’과 MBC ‘파스타’를 통해 로맨틱 코미디 장르를 성공으로 이끈 서숙향 작가의 작품이라는 점도 수차례 강조했다. 특히 ‘파스타’는 공효진에게 ‘공블리’라는 별칭을 갖게 해준 드라마다. 이후 로맨틱 코미디에서 승승장구하는 토대를 마련했고 그 활약은 ‘질투의 화신’으로도 이어졌다. 때문에 ‘별들에게 물어봐’의 시청률 1%대의 아쉬움은 공효진과 서숙향 작가의 재회가 갖는 기대감이 무너진 뼈아픈 성적으로도 남았다.
실제로 이민호와 공효진은 이번 ‘별들에게 물어봐’를 통해 역대 최저 수준의 성적표를 갖게 됐다. 드라마 캐스팅 1순위로 꼽히는 톱스타들이고, 출연작마다 늘 시청률 고공행진을 벌인 활약과 비교하면 당사자는 물론 팬들까지 놀랄 수밖에 없는 기록이다. 공효진은 2010년 ‘파스타’로 최고 시청률 21.2%를 기록했고 이후 2013년 SBS ‘주군의 태양’으로 21.8%, 2019년 KBS 2TV ‘동백꽃 필 무렵’으로 23.8%의 시청률을 거두면서 승승장구했다. 이민호 역시 2008년 주연한 KBS 2TV 드라마 ‘꽃보다 남자’를 시작으로 가장 최근은 2020년 tvN ‘더 킹: 영원의 군주’까지 단 한 번도 최고 시청률이 10% 밑으로 떨어지지 않았다. 때문에 이번 ‘별들에게 물어봐’의 성적은 두고두고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다.
이호연 대중문화평론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