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2월에는 나훈아가 은퇴를 선언했다. “4월부터 시작되는 전국투어 콘서트 ‘2024 고마웠습니다-LAST CONCERT(라스트 콘서트)’를 마지막으로 팬들을 만난 뒤 은퇴하겠다”고 밝힌 나훈아는 지난 1월 12일에 마지막 무대에 선 뒤 은퇴했다.
1938년생인 패티김은 55년 동안 가수로 활동하다 75세의 나이에 은퇴를 선언했고, 1947년 생으로 알려진 나훈아는 59년 동안 가수로 활동하다 78세의 나이에 은퇴를 선언했다. 그리고 또 한 명의 레전드 가수가 은퇴를 선언했다. 1941년생으로 무려 66년 동안 가수로 활동한 이미자가 84세의 나이로 은퇴를 선언했다.

3월 5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스탠포드호텔에서 ‘이미자 전통가요 헌정 공연-맥(脈)을 이음’ 개최를 알리는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이미자가 오랜 만에 새 공연을 알리는 기자회견으로만 알려진 자리였는데 이미자가 돌연 “분명 이번 공연이 마지막이다. 그리고 레코드 취입도 안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느 은퇴 선언과는 달랐다. 이미자는 “은퇴라는 단어를 좋아하지 않는다. ‘단을 내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생각이다. 노래할 수 없게 됐을 때 조용히 그만두는 것이 낫지 않겠느냐는 생각에 은퇴라는 말은 하지 않았다”라면서도 “분명 이번 공연이 마지막이다. 그리고 레코드 취입도 안 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패티김 역시 은퇴 선언 10년 뒤인 2022년 KBS 2TV ‘불후의 명곡’ 패티김 편에 출연한 바 있다. 이날 방송에서 4곡의 노래를 부르는 무대를 선보이기도 했다. 아무도 이를 ‘은퇴 번복’이라고 말하진 않는다. 오히려 은퇴한 당대 최고의 스타를 잠깐이나마 다시 만날 수 있게 된 부분을 기뻐했을 뿐이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미자는 현대사를 관통하는 우리 전통가요의 100년 역사도 짚으며 “일제 강점기에 겪은 설움, 해방의 기쁨을 되새기기도 전에 6·25를 겪은 설움 등 우리 역사는 고난의 연속이었다”라며 “그런 가운데 우리를 위로하고 애환을 느끼게 한 것이 우리 대중가요였다”고 말했다. 이어 “저는 파월 장병 위문도 하러 갔고, 독일 위문 공연도 했다. 그때마다 제 노래를 듣고 울고, 웃고, 환영해 주신 모습을 보고 긍지를 느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기자회견이 진행되는 내내 이미자는 꼿꼿했다. 어떤 질문에도 정확한 답변을 내놨고, 강한 소신을 드러냈다. 지난해까지도 전국 투어를 치렀던 그에게 병색은 없었다. 건강상의 이유로 마이크를 내려놓는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오히려 이미자는 자신의 마지막을 이야기하는 이날을 가리켜 “가장 행복한 날”이라고 했다. 그는 “오늘 노래한 지 66년째 되는 해인데 가장 행복하다. 우리 든든한 후배들을 모시고 제가 고집하는 전통가요의 맥을 잇는 후배들과 함께 공연한다고 발표하게 돼 매우 행복하고 기쁘다”고 미소 지었다. 오랜 기간 이 대관식을 기다려왔던 셈이다.

‘동백아가씨’는 대한민국 가요사에서 최초로 100만 장이 팔린 밀리언셀러 음반이다. 무려 35주 동안 1위를 차지했을 만큼 큰 사랑을 받았지만 금지곡이 되는 수난을 겪었다. 왜색이라는 게 금지곡이 된 이유였다. ‘동백아가씨’ 외에도 여러 히트곡이 금지곡이 됐는데 대부분 ‘왜색’ 내지는 ‘경제발전에 저해되는 비탄조의 노래’라는 이유였다. 거듭된 금지곡 지정에 이미자는 노래를 그만둬야 하는 게 아닌지 고민했을 정도라고 한다. 결국 이미자의 금지곡들은 1987년이 돼서야 다시 대중의 곁으로 돌아왔다.

2002년에는 북한 평양에서 단독 콘서트 ‘이미자의 평양동백아가씨’를 열기도 했다. ‘힐링캠프’에서 이미자는 “처음에는 관중들의 반응이 그렇게 좋은 편이 아니었다”라며 “‘백두에서 한라로’라는 가사가 들어가는 이북 노래(‘다시 만납시다’)가 있는데 그 노래를 북한식으로 부르면 굉장히 뻣뻣한 느낌이 든다. 그래서 나만의 방법으로 불렀는데 관중들의 반응이 정말 좋았다”고 회상했다.

이미자는 데뷔 30주년이던 1989년에 대중 가수 최초로 세종문화회관 무대에 섰다. 당시만 해도 엄청나게 충격적인 일이었다. 이후 40주년, 50주년, 55주년, 60주년 콘서트를 모두 세종문화회관에서 열었고, 그의 마지막 공연 ‘맥(脈)을 이음’ 역시 이곳에서 열린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
안진용 문화일보 기자


